따뜻한 노란 색 불빛이 흘러나오는 길모퉁이 작은 카페 ‘소화림’. 네모난 유리창 너머 커피를 내리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훈훈한 온기와 향기로운 커피, 사람들의 웃음과 이야기가 가득한 이곳의 주인장 바리스타 이영빈 님의 행복은 커피 볶는 내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원두를 볶는다는 것은 삶을 배워가는 일
기본이 튼튼한 이곳, 아름다운 소통이 열린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선 바리스타의 기술과 좋은 원두가 필요합니다. 바리스타들 사이에는 우스갯소리로 ‘좋은 원두는 눈 감고 막 내려도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원두의 품질이 손끝의 기술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죠. 원두는 커피의 기본이거든요. 기본이 돼야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되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햇수로 4년째 카페를 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곳이 되자’고 항상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서로 소통하며 교감하는 곳, 그 소통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맛 좋은 음료와 먹거리가 있는 곳. 제가 생각하는 카페란 이런 곳이거든요. 카페 이름을 ‘소화림’이라고 지은 것도 ‘소통과 화해의 숲’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죠. 가끔은 혼자 꾸려 나가는 것이 벅찰 때도 있지만, 제 손으로 직접 공간을 꾸미고 커피를 만들면서 한결같은 모습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커피 한 잔으로 향기로운 행복 더하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여성 고객이 커피를 테이크 아웃 했는데, 카페 밖으로 걸어나가며 커피를 한 모금 넘기더니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는 거예요. 그분은 고개를 갸웃하곤 다시 뒤 돌아 저희 카페로 걸어왔어요. ‘혹시 음료에 이물질이 들어갔나? 맛이 이상한가?’ 가슴이 두근두근 조마조마했죠. 그런데 카페 문을 왈칵 열고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늘 커피 진~짜 맛있네요. 고마워요!” 그분은 고개를 쏙 들이밀며 칭찬을 한마디 하고 다시 바쁜 걸음으로 나갔습니다.
그때의 보람이 생생합니다. 바리스타라는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생각했어요. 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이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제가 행복해지는 일…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해요. 매일 아침 카페 문을 열고 그날의 원두를 준비하며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까’ 생각하는 순간, 보람이 커피 향기 되어 물씬 퍼져 나갑니다.
행복이란,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소소한 일상이 아닐까요?
바리스타 이영빈 님은 카페를 운영하는 지난 4년동안 감기 한 번 앓은 적이 없습니다. 자신이 아프면 대신할 사람이 없으니 정신력으로 버틴다며 웃어 보이는 이영빈 님. 그의 진짜 힘은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의 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을 테니까요. 한 잔의 커피에 담긴 소소한 일상, 그 행복의 가치를 아는 영빈 님은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카페의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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