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명언] 천천히, 봄을 봄

업로드이미지_규화

봄, 그 이름 누가 지었는지 참으로 기가 막힌 작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웅크리던 만물이 깨어나 천지 색색이 수줍게 빛깔을 입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봄을 본다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이야말로 이 계절의 본질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봄을 보고 느낀다는 것은 분명 축복입니다. ‘봄’이라는 수필에서 ‘봄을 사십 번이나 누린다는 것은 적은 축복이 아니다’라고 한 피천득 선생은 ‘녹슨 심장도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까지 표현했죠.

선생이 격찬한 봄은 1990년대의 것이지만,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봄은 찬란함 그대로 우리 곁을 찾아옵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이겠지요. LTE급 삶의 속도에 묻혀 계절이 오는 것에도 가는 것에도 마음을 두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이 빈번하니까요.

봄꽃이 피는 속도로 계산한 봄의 속도는 시속 900m라고 합니다.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요. 그 과학적 근거와 오차를 차치하더라도, 만끽하기에 충분한 속도임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멈춰 서야겠지요. 빠른 걸음의 속도를 살짝 늦추고 바라보아야겠지요. 지나간 뒤에 아쉽다 후회 말고, 지나가는 봄 놓칠세라 두 눈 크게 뜨고 가슴에 이 봄을 담으시길 바랍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시인 나태주, ‘풀꽃’ 중-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더보기
밴드 ur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