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소통의 그리움


“근데 왜 언니 휴대전화 번호가 저장이 안 돼 있죠?”

“그러고 보니 우리 카톡으로만 대화하고 전화는 한 번도 안 했네?”

지난 주말, 1년 전 여행에서 친해진 지인 2명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 장소를 찾지 못해 전화하려고 하자 휴대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온라인상에서 수다를 떨며 나름 친한 관계라고 자부했던 우리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주말에 겪은 일을 회사에 와서 이야기하자 동료들이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메일로, 문자로, 메신저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막상 전화할 일이 생겨 전화번호부를 뒤졌을 때, 번호를 찾지 못해 황당했던 적이 다들 있었다며 공감했죠.

빠름과 편리함에 잊고 지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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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어보니 누군가와의 대화나 소통은 내 목소리 대신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가 대신한 지 오래입니다. 얼마 전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니콜 키드먼이 남편과는 문자 메시지는 물론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전화 통화만을 고수한다는 인터뷰 글을 읽었습니다. 문자 메시지보다는 남편의 목소리 듣는 것이 좋다는 그녀의 이야기였습니다. ‘꽤 낭만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문득, 연애 시절 남편과 밤새 전화 데이트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죠.



전화선을 타고 들려주던 노래, 숨소리 사이에 느꼈던 여운 등 목소리가 전해주는 감성적 소통을 느꼈던 게 최근엔 언제였던가, 싶었습니다. 짧은 텍스트와 내 기분과 표정을 대신해주는 캐릭터 이모티콘이 그 자리를 대신해 온지 오래됐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후였습니다.



아날로그 소통으로 전하는 마음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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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 두 개로 타이핑 한 텍스트는 언제 어디서든 삽시간에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우리는 어느새 그 스마트한 편리함에 익숙해졌지요. 어느 순간 전화를 걸어 상대방과 나눠야 할 대화가 번거롭게까지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두 없이 용건만 전하는 짧은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주고받을 때면 서운함을 느끼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도 왕왕 생깁니다. 취직이나 승진 등 축하받을 일이 있을 때 움직이는 깜찍한 이모티콘 메시지보다 오랜만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의 여운이 더 오래가는 것도 마찬가지죠.

어쩌면 나와 너 사이를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더욱 가깝게 연결하고자 생겨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도리어 ‘소통’이라는 체감 온도는 떨어뜨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전화번호를 누르고 목소리에 묻어나는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는 일, 관계의 행복을 가져다줄 소통이 되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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