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인문학] 인삼의 역사가 삼계탕의 역사다

삼계탕
삼계탕은 언제부터 한국인의 식탁에 올랐을까? 삼계탕을 조선시대 문헌에서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주재료인 인삼과 닭의 연원에 대해 먼저 살펴볼 수밖에.
 알다시피 인삼은 가공 방식에 따라 크게 수삼(水蔘)과 백삼(白蔘), 홍삼(紅蔘)으로 나뉜다. 수삼은 말리지 많은 인삼으로 다른 말로 생삼(生蔘)이라고도 부른다. 수삼은 물기가 사라지면 썩기 때문에 인삼밭에서 캐낸 수삼은 보통 10°C 정도에서 10일밖에 보관할 수 없다. 그러니 인삼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는 백삼이나 홍삼으로 가공해야 한다.
 
 

백숙은 백삼가루로 끓인 닭국이다

 
수삼과 건삼
백삼은 보통 4년동안 재배한 수삼의 껍질을 벗겨낸 다음 햇볕에 말려 만든다. 그 색깔이 붉다 하여 이름 붙여진 홍삼은 보통 6년동안 재배한 수삼을 깨끗하게 씻어 수증기로 쪄낸 것을 뜨거운 바람에 말린 후 수분이 12.5~13.5% 정도 남도록 햇볕에 말려서 만든다. 홍삼은 인삼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 개발된 결과물이다.
 
백삼은 고려시대 이래 중국과 일본에 수출했던 명산품이었다. 하지만 홍삼은 1810년경에야 홍삼을 가공하는 증포소(蒸包所)가 개성에 설치됐을 정도로 늦게 개발된 가공법이다. 그러니 조선시대 일부 계층이 먹었던 인삼은 백삼을 곱게 빻은 백삼가루였던 것이다.

닭을 잡아 내장을 빼고 발과 날개 끝과 대가리를 잘라 버리고 뱃속에 찹쌀 세숟가락과 인삼가루 한숟가락을 넣고 쏟아지지 않게 잡아맨 후에 물을 열 보시기쯤 붓고 끓인다.

식민지 시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방신영의 1917년판 《조선요리제법》에 등장한 백삼가루를 이용한 닭국 조리법이다. 그런데 1942년판 《조선요리제법》에서는 닭국이 ‘백숙’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 조리법은 1917년판과 거의 같지만 마지막 부분에 “물을 열 보시기쯤 붓고 끓여 한 보시기쯤 만들어서 짜서 먹나니라”라는 내용이 첨가되었다. 백삼가루를 넣고 끓인 백숙의 국물을 짜서 약처럼 먹는다는 정보다.
 
 

인삼에서 비롯된 삼계탕에 대한 오해

 
삼계탕 속 넣기
사람들은 흔히 삼계탕이 조선시대부터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1987년 8월 주요 일간지에 이런 내용의 소화제 광고가 실렸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삼계탕의 본래 이름은 계삼탕(鷄蔘湯)입니다. 유득공의 《경도잡지》, 김매순의 《열양세시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등에는 계삼탕에 대한 기록이 두루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우리말사전에도 계삼탕을 ‘어린 햇닭의 내장을 빼고 인삼을 넣어 곤 보약’이라고 풀이하고 있어 삼계탕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광고 문구에는 치명적 오류가 있다. 이 광고에서 근거로 내세웠던 《경도잡지》, 《열양세시기》, 《동국세시기》를 아무리 뒤져도 계삼탕이란 음식은 그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조선시대 몇 안 되는 요리책에도 계삼탕은 물론 삼계탕이란 음식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인식이 생겼을까? 그 이유는 바로 ‘인삼’ 때문이다.
 
 

닭국과 백숙에 인삼을 넣으면?

 
 
앞서 말했듯 일제 강점기 시기 닭국이나 백숙에 들어가는 인삼은 백삼가루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부터는 삼계탕에 백삼 대신 수삼을 넣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냉장고가 보편화되면서 수삼이 전국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삼 생산과 유통으로 지금도 유명한 충청남도 금산은 6.25전쟁 이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남한의 대표적인 인삼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곳의 나이든 상인들 이야기에 따르면 1960년을 전후해 금산읍의 금성교 근처에는 20여 호의 수삼 판매점이 있었다고 한다. 1966년이 되면 금산시장에 수삼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장옥이 자리를 잡았고 1973년에는 아예 우시장이 서는 자리에 수삼시장이 들어섰다. 1960년대 수삼의 보급이 원활해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백숙을 팔던 식당들이 이름을 삼계탕으로 바꿔 팔기 시작했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서 서울 세검정유원지나 뚝섬유원지로 피서를 간 가족들 은 삼계탕을 먹으면서 더위를 식혔다. 심지어 1973년이 되면 국내의 한 식품회사는 통조림에 삼계탕을 담아 동남아로 수출까지 했다. 결국 20세기 이후 줄기차게 진행된 국가의 양계업 진흥과 인삼 재배 확산이 1960년대 이후 삼계탕을 전문 식당에서 판매되는 음식으로 만든 원인이 됐다.
 
삼계탕 집 앞에 늘어선 인파
삼계탕은 본래 닭국과 백숙에서 진화한 음식이다. 여기에 인삼을 넣어 보양 효과가 더해지면서 명실공히 삼계탕은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역사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음을 알수 있다.
 

글 / 주영하 교수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문학자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전공 교수다. 《음식전쟁 문화전쟁》 《차폰 잔폰 짬뽕》 《식탁 위의 한국사》 등의 저서가 있다.

 
* 윗 글은 《사보 SK》 2012년 7월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SK그룹 홈페이지 《사보 SK》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맛있는 TIP. 삼계탕을 둘러싼 궁금증 3
 
뚝배기에 넣어 끓이는 삼계탕
1. 삼계탕에는 왜 인삼주가 함께 나올까?
삼계탕을 시키면 열에 아홉은 인삼주를 줍니다. 원기를 더해 심신의 허함을 다스린다고 하는 인삼주는 혈액순환에 좋고,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삼계탕 먹기 전에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고,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에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삼계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지요. 닭 냄새가 꺼려지신다면 국물에 섞어 드셔 보세요.
 
2. 삼계탕용 닭은 따로 있다?
뚝배기에 들어가는 크기의 삼계탕용 닭은 상당수가 생후 30일 안팎의 ‘웅추(수평아리)’인데요. 산란을 못 하는 수탉을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네요. 가정용 삼계탕에는 ‘영계’가 많이 이용되는데, 알 낳기 전의 어린 닭은 일컫는 ‘연계(軟鷄)’가 ‘영계’로 변한 것이지요. ‘어린 닭(young+鷄)’과 꽤나 유사하지 않나요?
 
3. 삼계탕은 모든 사람에게 좋을까?
삼계탕은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성질이 뜨거운 음식’. 닭과 인삼 모두 열을 내는 음식식재료기에, 평소에 몸에 열이 많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 뇌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몸에 이로운 음식이 진정한 보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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