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남자, 조충연의 행복은 ‘공간’이다

조충연의 행복은 공간이다
SK플래닛 판교 사옥 1층에는 재미있는 농장 ‘더 팜(The Farm)’이 있습니다. 로봇형사 가제트의 팔을 연상시키는 로봇과 작은 화분들로 구성된 ‘더 팜’에서 유리창을 타고 들어온 햇빛을 양분 삼아, 식물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데요. 화분에 심어진 식물들은 멀리 떨어진 주인의 사랑을 받습니다. 카메라로 살피거나 물을 주고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 주인과 식물과의 소통을 통해 성장을 함께합니다. 로봇과 식물, IT 기술이 접목된 ‘더 팜’은 기술과 예술의 만남으로 탄생했고, 생활에 활력을 줍니다. 이렇듯 비어 있던 도시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미디어 아티스트 조충연 님. 그에게 이제 도시는 거대한 캔버스입니다.
 
 


 
 

평범했던 대학생에서 예술가로

 
 
저의 직업은 생활자적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공간과 영상, 기술이 접목된 작업을 통해 사람이 생활하는 도시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죠. 하지만 대학을 들어갈 때만해도 그저 평범함 독문학과 학생이었습니다. 어문계열 학생들이 그렇듯 원어 연극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죠. 그러나 예술을 향한 더욱 큰 열정이 제 몸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독문학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어요. 이후 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회 입학생이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공한 것은 ‘영상 디자인’입니다. 그렇게 미디어 아트의 초석을 쌓은 후 전액 장학생으로 카네기멜론 예술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조충연 님
카네기멜론에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하면서, 도시 공간을 캔버스로 삼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영상에 의존하던 기존 미디어 아트의 개념을 탈출해 설치, 공간 그리고 기술이 접목되는 새로운 예술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귀국할 즈음, 서울 상암동 DMC 프로젝트가 한창이었어요. 자고 일어나면 지도가 바뀔 정도인 역동적인 서울은 저에겐 훌륭한 캔버스였습니다. 이후 강남역 ‘미디어 폴’을 비롯해 많은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죠.
 
 

디지털이 환경에 기여하는 생태계

 
 
공간을 창조하는 예술이 제가 지향하는 겁니다. 판교에 위치한 SK플래닛 1층 로비도 제겐 새로운 캔버스였죠. 이 공간을 무대로 저는 새로운 예술을 그려봤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데이터가 현실에서 ‘성장’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것이었죠. 저의 작업은 바로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더 팜
1995년부터 약 10년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캔 골드버그와 조셉 산타로마나가 추진했던 ‘텔레가든 TeleGarden’ 프로젝트가 영감을 줬습니다. 당시 많은 식물학자나 비평가들은 원격 제어 기술을 이용해 식물을 돌보고 성장시키는 일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반대했죠. 하지만 텔레가든 프로젝트는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10여만 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등록하고 하루 평균 15,000 명이 사이트에 접속해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성공적인 커뮤니티를 구성했죠. 실제 식물이 성장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던 것입니다.
 
 

벤딩 머신에서 파는 씨앗, 키우는 것은 사람의 애정

 
더 팜 모습
스페이스 ‘더 팜’에는 벤딩 머신이라고 부르는 화분 자판기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화분을 구입하고 흙을 넣고 씨앗을 심은 후 랙에 올리죠. 그 다음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화분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물도 주고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이동 시키고…. 이런 관심이 실제로 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쳐 풍성한 화분으로 자라는 것이죠.
 
다 자란 화분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보내거나 더 큰 식물원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랙에 올린 후 돌보지 않는 화분은 주인 잃은 식물이 되어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어요. 식물은 사람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보살피면 아주 잘 자랍니다. 로봇이 화분을 열심히 이동시키지만, 로봇은 어디까지나 애정과 관심을 가진 누군가가 디지털 부호로 명령을 보낼 때만 움직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그것을 제어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죠.
 
판교 사옥 앞에 선 조충연 님

도시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 그 자체가 삶의 행복입니다.

 


 
 
사람보다 기계에 의존하고, 디지털이 고도로 발달된 시대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미래는 종종 행복하지 않게 그려집니다. 조충연 님처럼 도시 공간에 디지털로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ICT, 사람 냄새 풍기는 디지털이 만들어갈 도시 풍경이 자못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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