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즐기는 남자, 이정민의 행복은 팥빙수다

행복피플 이정민 님
짧은 장마 뒤에 찾아온 불볕더위. 불판 같은 거리를 걷다 보면 몸도 지글지글 익어가는 기분입니다. 이럴 땐 얼음물 한 잔도 반갑지만, 아삭아삭한 빙수 한 그릇이 눈에 삼삼한데요. 사르르 얼음, 달큼한 통팥, 쫀득한 찰떡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여름의 꽃’~ 그래서 그 기세 그대로! ‘팥빙수의 달인’을 꿈꾼다는 남자를 찾아 서울 종로구로 달려가 봤습니다.
 
 


 
 

통팥을 삶던 찜통 같은 시간

 
 
제가 이 동네에 터를 잡을 당시에는 한국식 디저트집이 없었어요. 서양식 디저트집과 고급 한정식집만 가득하니까, 저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는 팥빙수집을 운영하고 싶더라고요. 워낙 한식을 좋아해서 자격증까지 공부했는데, 은 대대로 우리 일상에서 참 많이 먹어왔던 곡식이거든요. 몸에도 정말 좋고요. 그래서 팥빙수를 대표 디저트로 삼고 싶었죠. 가게 터를 잡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집에 들어앉아 몇 달 동안 팥만 삶았어요. 푹푹 삶고 또 삶고, 쌓인 팥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 사람들이 이제 그만 달라고 할 때까지 계속 팥만 삶아보던 때가 있었죠. 하하.
 
행복피플 이정민 님의 팥빙수 제조
 

기본에 충실한 발군의 맛을 찾아

 
 
팥빙수의 핵심은 단연 팥인데, 공장에서 만드는 팥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아서 제 입맛에 맞지 않더라고요. 제가 추구하는 건 씹다 보면 어느 순간 올라오는 곡물 특유의 구수한 단맛이었거든요. 쨍~ 하지 않고 은은한 단맛, 그건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삶는 시간부터 불의 세기, 엿의 비율… 그런 걸 모두 고려해 저만의 노하우를 터득해야 했어요. 저는 재료를 무조건 단순화시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첨가물로 단맛을 내거나 화려한 토핑으로 시선을 잡지 않고, ‘단팥, 얼음, 우유’ 이 세 가지로 맛을 잡고 싶었어요. 이제 시작이지만 찾아온 어르신들이 좋아하시고, 입맛 까다로운 젊은이들 반응도 좋아요. 그걸 보면서 제가 방향을 잘 잡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죠.
 
행복피플 이정민 님의 팥빙수 완성작
 

심플한 맛의 비법은 심플한 삶

 
 
제가 추구하는 삶은 정말 간단해요. 이것저것 복잡한 것들을 삶 속에 올리지 않고, 멀리 있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것부터 챙기며 사는 거예요. 여기가 주말 상권이라 요일 중 일요일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전 일요일엔 쉬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서, 제가 주말까지 일하면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더라고요. 팥빙수를 만드는 것만큼 제겐 아이와 보내는 시간긴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해요. 주위의 우려도 있지만, 일요일은 과감히 가게 문을 닫고 아이와 야구하러 나간답니다. 과하지 않은 심플한 일상을 위해 항상 고민하죠. 팥빙수 역시 그렇게 만들고 싶고요.
 
 

온 마음을 다해 정성으로 일궈가는 삶

 
 
혹시 팥 삶는 모습 본 적 있으세요? 이게 정말 주걱 하나 들고 계속 저어야 하거든요. 팔이 아파서 조금 멈추면, 어느새 솥 바닥에 눌어붙어 타버려서 버리기도 많이 버렸죠. 하지만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런 게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역시 언젠가 ‘내 인생이 다 타버렸다’ 여겼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가족이 주걱처럼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온 마음을 다해 계속 저어줬죠. 어렸을 땐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색다른 팥빙수집을 계속 꾸려나가는 꿈을 꾼답니다. 작아도 명성 있는 일본의 가게들처럼, 제 가게를 정성으로 일궈나가고 싶어요. 그 가게 이 동네에 참 잘 생겼다고,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라는 말을 들으며 팥빙수를 만들고 싶어요.
 
행복피플 이정민 님의 포부

’그 집은 팥을 참 잘한다.’ 이 말을 듣는 게 꿈이죠.

 


 
 
이정민 님이 만드는 팥빙수 꼭대기에는, 찜통더위를 알차게 견딘 통팥만 올라간다고 합니다. 알차고 달큼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고된 과정을 견뎌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너무 단 팥빙수를 먹으면 먹을 땐 시원해도 오히려 다시 갈증이 나는 것처럼, 어쩌면 오래오래 행복할 우리네 인생‘고진감래’는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수고한 내게 주는 달콤한 선물로 팥빙수는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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