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선택맹, 결정장애를 극복하는 법

오늘 점심 메뉴 결정하셨습니까? 별거 아닌데도 점심 메뉴 고르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뭘 먹을까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고, 동료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글쎄요’ 아니면 ‘아무거나’ 입니다. 오죽하면 식당에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생겼을 정도입니다.

점심 메뉴는 우리가 날마다 선택해야 하는 것 중 극히 일부입니다. 사람에게 선택은 일상입니다. 티셔츠 하나 고르느라 수십 번을 갈등하고,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하는 영원한 딜레마로 늘 갈팡질팡합니다.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는 건지, 어느 것을 움켜쥐어야 하는 건지, 선택 앞에선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나와 자기 엄마가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할거냐’라고 묻기 시작하면, 삶은 완전 멘붕 그 자체입니다. 신이시여, 왜 인간은 선택하게 만드셨나이까,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래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맹이니, 결정장애니 하는 아름답지 못한 진단을 내리고 선택하기를 포기합니다. 그럴수록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선택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선택맹

선택맹, 결정장애, 우유부단의 이론, ‘뷔리당의 당나귀’

14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파리대학의 교수인 뷔리당은 일찌감치 인간의 이러한 결정장애의 속성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뷔리당 교수는 ‘뷔리당의 당나귀’라 불리는 우화를 통해 완전히 같은 두 가지 조건 사이에서 한 가지를 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론을 설명했습니다.

뷔리당 교수에게는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당나귀에게는 매일 건초 한 더미씩을 주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엔 건초가 생각보다 많이 생겨서 당나귀 양옆으로 건초 두 더미를 쌓아주었습니다. 당나귀로서는 운수대통한 날이었겠지요. 그런데 당나귀는 건초를 먹는 대신 똑같은 양과 똑같은 품질의 건초 사이를 오가면서 건초를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는 둘 다 먹어도 되는데 먹는 대신 비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건초 중에서 하나를 결정할 수 없었지요. 결국, 내내 고민만 하던 당나귀는 그만 굶어 죽고 말았습니다.

– ‘뷔리당의 당나귀 우화’

좀 억지스럽지만, 그래도 이 우화가 주는 교훈은 뭘까요? 질과 양이 동일한 건초 두 무더기 사이에 놓인 당나귀가 선택을 망설이다 어느 한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굶어 죽었다는 이 우화는 ‘선택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 비유로 말해줍니다. 뷔리당 교수는 이 우화를 통해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모든 조건이 똑같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순간에 생각만큼 의지를 잘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행복을 잡아라!

누구나 한 번쯤은 당나귀와 같은 경우가 되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요. 게다가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선택을 주저했을까, 후회도 합니다. 선택하지 못하는 당나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뷔리당의 당나귀가 선택하지 못하고 주저한 이유는 손해를 보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하려는 욕심이 결국은 선택하지 못하게 한 것이지요. 사실 선택은 둘 중 하나는 고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하나를 버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자니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그 손해는, 사실 구체적인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똑같은 건초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도 상관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둘 다 골라도 되지요. 그런데 하나는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그 하나가 제공할 여러 가치를 머릿속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 건초에 내가 모르는 다른 맛이 있으면 어떡하지? 그 속에 황금이라도 숨어 있으면 어떡하지?

이제 건초를 다른 것으로 바꿔 봅니다. 여러분이 지금 선택하지 못해 고민하는 것들도 좋겠습니다. 청소기나 휴대폰, 새 옷이나 가방. 하나씩 넣어 비교하다 보면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주는 가상의 이익을 포기하지 못해 주저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100%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또한, 모든 선택에는 버려야 할 다른 선택도 있는 법입니다. 버려야 할 선택에 미련을 두지 않으면 선택하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을 믿으세요. 행복한 선택은 믿고 후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더보기
밴드 ur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