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명언] 오르지 않아도 행복하다, 내려가기의 즐거움

내가 왕년엔 말이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자주 자신의 ‘영광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도달했을 법한 자신만의 정상 정복에 대한 이야기죠. 우리가 그들의 ‘화양연화’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자의든, 타의든 누구나 언젠가 그 순간으로부터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미 그곳에서 걸어나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왕 내려갈 거라면 좀 더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위로만 향하던 발걸음이 아래를 향하는 순간

인생을 살면서 어딘가의, 혹은 무언가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일은 누구나 ‘반갑지 않은 일’이거나 ‘피하고 싶은 일’이기 마련입니다. 특히, 정상에서 맛본 쾌감이 크면 클수록 내려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상실감도 커지는데요.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와야 한다면, 되도록 미리 준비해서 올라갈 때보다 훨씬 더 폼나게 내려오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이 한때 빛나는 영광의 순간을 누렸던 사람의 의무이자 덕목이니까요.


그러나 오르는 것만큼 힘든 것이 바로 내려가는 일입니다. 풀어진 긴장감과 목표를 잃은 허탈감으로 자칫 넘어지거나 길을 잃기 쉽습니다. 정상으로 무작정 달려갔을 때는 ‘맨 꼭대기’에 대한 기대감과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이제 막상 내려갈 때가 되니 뭔가 기운이 빠집니다. 그래도 내려가는 건, 그만의 기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여유입니다.

내려가기의 즐거움


어떤 목표를 위해 정신없이 하루를 살고, 주위를 돌아볼 새도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우리네 인생. 하지만 이제 내려갈 일만 남은 하산자에겐 아래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롭고 넉넉한 시야가 주어집니다. 그제서야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지나왔음을 깨달으며 천천히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고은의 시, ‘그 꽃’ 중에서


오르지 않아도 행복하다

삶의 길에는 숱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존재합니다. 힘겹게 오른 오르막길의 정상에서 환호도 해보고, 예상치 못한 내리막길로 굴러떨어져 한동안 주저앉기도 합니다. 물론 정상을 밟지도 못하고 한참이나 내리막길만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는 법. 마냥 내리막길을 ‘불행하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면 어떨까요? 원치 않는 내리막길에서도 그 길에서 만나는 새로운 행복과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말이지요. 까마득한 내리막길에서도 터덜터덜 걷지 않고 사뿐사뿐 걸으며 그 길 가운데 소소하게 피어난 작은 들꽃과 반갑게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것,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자, 이제 다시 행복할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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