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뜨개로 온기를 전하는 부부, 장유진&김종석의 행복은 ‘따뜻한 손’이다

장유진 김종석의 행복은 따뜻한 손이다
때로는 ‘왜?’라는 작은 관심이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함께 디자인을 공부한 장유진 김종석 부부의 관심이 향한 곳은 바로 ‘착한’ 디자인이었는데요. 목도리 나눔 캠페인 ‘따뜻한 손’으로 요즘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이들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착한’ 디자인을 꿈꾸다

 
 
김종석 님 저희는 ‘착한’ 디자인, 굿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예쁘고 근사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제작 프로세스에 ‘진심’이 담겨있는 그런 디자인이요. 세상에는 디자인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약이 많더라고요.
 
김종석 님
장유진 님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가구디자인을 했어요. 디자인적으로는 너무 좋은 제품인데, 문제는 너무 소수의 사람밖에 쓸 수 없다는 거였어요.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컸어요. 디자인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가치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민 끝에 남편과 함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어요. 우리가 직접 디자인으로 보다 좋은 일, 사회적으로 건강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하고 시작하게 된 거죠. 그게 ‘호오생활예술’의 출발이기도 해요.
 
김종석 님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 저희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이 몇 개 있어요. 그중의 하나가 ‘공익성 있는 일을 해보자’란 거였는데요. 그때 우연히 ‘끌림’이라는 손뜨개 동호회의 조수현 대표님을 알게 됐어요. 뜨개질의 무한 매력에 빠지게 됐죠. 뜨개질에는 ‘손으로 직접 만든 따뜻함’이 있잖아요. 이 좋은걸 의미있는 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대상이 누구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다양한 소외계층 중에서 가장 관심이 시급한 대상이 어르신들이라고 판단됐고, 어르신들에게 딱 필요한 목도리를 뜨개로 만드는 참여형 기부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어요.
 
장유진 님
 

목도리 나눔 캠페인 ‘따뜻한 손’

 
 
장유진 님 목도리 나눔 캠페인은 짧고 간편하게 뜬 목도리를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께 전달하는 일이예요. 2012년 11월 첫 번째 시즌을 시작으로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어요. 호오생활예술에서 제작한 목도리키트를 참여자가 구매 후, 직접 만든 목도리를 보내 주시면 홀몸 어르신께 전달해 드리는 참여형 기부 프로젝트예요. 키트 구매를 통한 금전적인 기부, 직접 뜨니까 재능기부, 그리고 목도리를 보내주는 물품 기부까지 총 3번의 기부가 이루어지는 셈이지요.
 
김종석 님 ‘따뜻한 손’ 캠페인에 뭔가 드라마틱한 계기가 있지 않을까 여쭤보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구요. 그냥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연애를 오래 했어요. 학부, 대학원 과정 모두 합쳐 11년? 참고로 저는 제품디자인을, 남편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저희를 이처럼 오래 묶어줬던 공통분모는 ‘불평불만’이었는데요. 길을 가다 간판 하나를 봐도 ‘이건 왜 이렇게 생겼지, 저건 왜 저렇게 유해한 소재를 썼을까?, 이렇게 고쳐 달면 좋을텐데…’ 평소 뭔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해서 ‘투덜’거리는데 죽이 잘 맞았던 거죠.
 
김종석 님과 장유진 님
장유진 님 어떤 문제를 포착하고 이렇게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다 보니까 ‘그게 일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것 같아요. 디자인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사람들의 지갑만 열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닐진대, 우리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늘 불평불만이었죠. 이 불만 해결 방법을 어디서 찾지, 하면서 긴 시간 동안 스멀스멀 이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두를 때보다 뜰 때 더 따뜻한 목도리

 
 
김종석 님 겨울에는 체온이 1℃ 낮아지면 면역력은 30%나 저하된다고 해요. 목도리는 뇌졸중을 비롯해 어르신들께 치명적인 수 있는 혈관질환들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난방도 안 되는 차가운 집안에 계신 어르신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따뜻한 마음이 함께 하도록 만들어진 특별한 목도리를 만들기로 했어요. 시중에서 파는 목도리는 너무 길고 두꺼워서 어르신들이 평소에 하기에는 거추장스럽고… 갑작스러운 체온변화를 막아주고, 잠시 들른 노인정에서 벗지 않아도 좋은,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짧고 가벼운 목도리를 생각하게 된 거죠.
 
손뜨개
장유진 님 목도리를 전달하러 현장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요. ‘마음’만큼 따뜻한 선물은 없더라고요. 저희가 전달하는 대상이 어려운 분들이다 보니, 워낙 받는 것에 익숙한 분들이 많아요. 지역단체나 기업, 또 선거철만 되면 기증 물품들이 쌓일 정도로 넘쳐나잖아요. 목도리도 받으시면 물론 고맙고 좋아하시지만, 다른 나눔과의 다른 점이라면 사람 간의 ‘온기’라고나 할까요? 저희는 현장에서 직접 만든 목도리와 함께, 목도리를 뜬 사람들이 직접 쓴 카드를 함께 읽어드리는데요. 그걸 너무너무 좋아하세요. 무뚝뚝한 할아버지도, 일어서는 것조차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도 그 순간만큼은 귀 기울이시고 빙그레 웃어주세요.
 
 

지속적인 배려와 관심이 필요한 ‘나눔’

 
 
김종석 님 저희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다름 아닌 ‘관심’이에요. 한 사람이 쏟을 수 있는 관심의 양은 정해져 있어요. 그중의 하나를 떼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단단한 나눔의 시작이라 생각해요. 목도리 캠페인도 마찬가지예요. 목도리 만드는 거 굉장히 번거로워요. 하지만 이걸 직접 떠서 저희에게 보내거나 혹은 어르신께 직접 전달할 때에 동행까지 했다면, 그 관심은 훨씬 더 오래가고 깊어질 거예요. 이처럼 작은 개인 한명 한명이 관심을 가지고, 관심이 점점 더 커지면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이 가능해지죠.
 
손뜨개

따뜻한 마음이 모여 따뜻한 손이 됩니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 장유진 김종석 부부의 작은 움직임들이 어느새 3살이라는 나이테를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보듬고 감싸 안아야 할 멍든 부분을, 이들은 ‘착한’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꼭 마주 잡은 두 손이 유난히 더 따뜻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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