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경영] 다른 사람을 이해하면서 행복을 알았어요

연이은 지진과 수해, 산사태를 겪으며 최악의 땅이 되버린 쓰촨성. 희망이 조금이라도 싹트려 하면 다시 재앙이 들이닥쳐 그 희망을 쓸어가 버린 곳. SK텔레콤이 지원하는 글로벌 써니 봉사 활동에 참가한 권은지 학생(이화여자대학교)에게 뉴스로만 듣던 쓰촨성은 어둡고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희망마저 남아 있지 않은 땅에서 구호 활동을 한들, 그게 무슨 도움이나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출발하기 전, 마음도 무거웠더랍니다.
 
“화학 전공이라서 졸업 논문 쓰려면 3학년 2학기 방학 때에는 연구실에 들어가야 했어요. 같은 과 친구들은 이미 논문과 진로를 결졍하고 실험실에 들어가거나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더 벌어지지는 않을까, 뒤처지지는 않을까, 좀 불안했어요.”
 

망가진 버스를 카페테리아로 변신시키고 있는 글로벌 써니 참가 학생들

 
 
그런데도 9박 10일의 긴 일정으로 자원봉사를 떠난 건 아마 운명이었을지 모릅니다. 왜, 이것만은 내가 꼭 해야할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에요. 불안함을 안고 두려운 곳으로 떠나는 일정이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운명 같은 사명감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불행하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았어요. 집이 없어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지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더라고요.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였어요.함께 봉사하는 중국 대학생들과 사사건건 의견이 맞지 않았거든요.”
 
“망가진 버스를 고쳐 장애우들이 장사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를 만들기로 했어요. 내부 의자를 다 들어 냈지만 맨 뒷 자리는 버스 구조상 제거할 수 없더라고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그 공간이 아깝다며 냉장고나 수납 공간을 만들자고 했지만, 중국 학생들은 그 자리는 그냥 두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웠어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카페테리아에서 팔 음식을 정하는 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와플이나 아이스크림을 팔자며, 휴대전화로 찍은 예쁜 사진들을 보여 주었지만, 중국 학생들은 양꼬치를 팔겠다고 우겼습니다.
 
“처음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별 것도 아닌 문제로 몇 시간씩 토론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오랜 시간 대화하고 생활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그들이 왜 그렇게 고집부렸는지 알게 되었지요. 사실 그 친구들은 고집을 부린게 아니라 자신들의 문화에 맞는 방법으로 봉사하려 했던 거였으니까요. 고집은 우리가 부린 거였어요.”
 
버스 뒷 자리에 냉장고와 수납 공간을 설치하면 공간을 아낄 수는 있어도 키가 작고 허리 굽은 장애우들에겐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와플이나 아이스크림이 중국에서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잘못이었구요.
 

중국에서 보낸 9박 10일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봉사한다는 것은 진정한 봉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거든요. 일방적으로 베푸는 봉사로는 나도 행복하지 않고 그들도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행복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하다 해서 다른 사람도 그렇게 행복할 수는 없는 거지요. 나와는 다른 그 사람을 인정하고, 그를 받아들이면서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 우린 어쩌면 너무 늦게 알았는 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깨달음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까요. 권은지 학생은 당분간 진로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화학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랍니다. 행복한 마음으로 학업에 매진할 수 있기를, 그러면서 더 행복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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