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슬픔을 놓고 희망을 마주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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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자연, 바로 곁에서 금방이라도 새 생명이 움틀 것 같은 어느 화창한 오후. 미국 콜로라도 산맥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던 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부모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열여섯 살 딸이 타고 있던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딸은 그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은 예기치 못한 불행에 망연자실했습니다.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듯했습니다. 하지만 딸의 어머니는 긴 아픔의 시간을 견디며 결국 온전한 삶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 위해 본인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습니다.

슬픔의 시간표는 모두 다르다

『상실 그리고 치유』라는 책은 슬픔을 위로해주는 365개의 명언과 저자이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딸을 사고로 잃은 한 어머니가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한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를 잃게 되면 그 당사자가 마주하게 되는 충격과 슬픔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고선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어려운 영역일 것입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악의 없이 “아직도 슬픔을 극복하지 못했냐?”는 식의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듯이, 그 사람의 슬픔 또한 그것을 극복하는 데 저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슬픔이든 그것을 극복하는 데는 각각의 시간표가 있으며, 그 시간표는 슬퍼하는 그 사람만 안다. 그리고 슬픔을 극복하는 여정은 대체로 느리며 종종 지체되기도 한다.

– 작가 M. W. 히크먼 –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슬픔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가늠하지 못하곤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슬픔이 치유되는 시간은 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섣부른 참견과 판단보다는 다만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것이 그 사람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일 것입니다.

때가 되면 슬픔도 보내줘야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만약 이 슬픔을 극복하게 된다면,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예전처럼 웃으며 일상을 영위하게 된다면, 그 사람과 연결된 끈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런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걷게 되면 손을 놓아주어야 하듯 때가 되면 슬픔도 놓아주어야 한다. 우리가 강렬한 슬픔을 놓아준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그 사람이다.

– 작가 M. W. 히크먼 –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슬픔에 빠집니다. 아무도 미래를 볼 수 없듯이, 누구도 불행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예기치 않게 다가온 불행에 우리는 충격과 슬픔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슬픔을 붙잡고 있는 동안에는 위로와 화해의 손길을 잡을 손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대신 슬픔을 놓아준다면, 그 빈 손에 다른 사람의 손이 들어올 자리가 생깁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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