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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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단지 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행복을 꼽기도 한다. 그런데 “행복을 원한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현재는 “불행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불행은 당연한 말인 듯하다. 사회는 우리를 끊임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 넣고, 주변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언제 얻게 될지도 모르는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불행을 받아들여야 할까? 심리학자들의 대답은 ‘노(No)!’이다.

심리학이 인간의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의 주창자는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다. 그는 행복이라는 감정도 유전의 영향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후천적 노력으로도 계발이 가능하다 한다. 행복을 계발한다니 너무 생소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고, 우리는 주어진 행복을 그저 수동적으로 느끼는 것이 전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여러 가지 실험과 방법을 통하여 행복을 계발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을 발견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감사(感謝)이다. 감사를 하면 행복해 진다고 한다.

감사 찾기의 원리

‘감사할 일이 있다는 것은 이미 행복하다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감사하다 보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감사노트나 감사를 전하는 편지를 써보라고 한다. 대단한 감사만 찾으려 하지 말고, 사소한 것이라도 찾아보려고 하자. 이렇게 하면 이내 감사거리가 봇물처럼 터진다. 왜 그럴까?

사람은 두 가지 방식으로 사고한다. 하나는 생각을 기준으로 경험을 판단(개념주도적 처리)하고, 또 다른 하나는 경험을 기준으로 생각을 수정(자료주도적 처리)한다. 참고로 자신의 글에서 오타를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는 개념주도적 처리 때문이고, 타인의 글에서 오타를 쉽게 발견하는 이유는 자료주도적 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장기나 바둑을 직접 두는 사람보다 훈수를 두는 사람이 수를 잘 보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처음에 감사거리를 찾으라 하면 사람들은 대충 찾아 본 후 “없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서 즐겁고 감사할 일이 없다는 평소 생각(개념주도적 처리) 때문이다. 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찾으려고 자신과 주변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자료주도적 처리) 한두 개 정도 찾게 된다. 없을 줄 알았는데, 발견하게 된 새로운 경험은 감사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수정하게 만든다. 결국 자신에게도 감사거리가 넘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감사의 파급효과

감사가 풍부해지면, 우리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감사와 연관되는 다양한 감정으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행복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에 따라서 함께 묶여 있다. 한 가지 생각을 하면, 그와 관련된 사건이나 이미지, 느낌이 연달아서 떠오르는 것이다.

감사도 마찬가지이다. 한번 시작된 감사는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고마운 마음과 즐거움, 기쁨, 설렘 등 온갖 긍정적인 정서와 기억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특히 그 중에서도 긍정적 정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복에 닿게 된다. 그래서 감사의 마음이 행복으로 전이되는 것이고, 이것이 감사를 회복할 때 행복을 느끼게 되는 원리이다. 감사표현을 잘 하는 사람들 중 행복이라는 감정을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지금 펜을 들고 감사거리를 하나씩 적어보자. 목록이 늘어날수록 당신의 마음에 행복도 늘어날 것이다.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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