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디자이너, 맹설란의 행복은 ‘주얼리를 향한 꿈’이다

맹설란은 주얼리 디자인을 한다. 순박해 보이는 외모를 지녔지만 누구보다 자기 일을 사랑하며 미래에는 세계적인 주얼리 디자이너로 성장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지녔다. 그러기 위해 항상 새로운 것에 자극받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에 도입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녀. 동시에 꾸준한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는 그녀를 만나서 어떻게 주얼리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것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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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설란의 주얼리는 참신하고 혁신적임을 추구한다

 
 
그녀는 눈 설(雪)에 난초 란(蘭)의 이름을 지녔다. 겨울에 피는 파릿한 난. 상당히 척박한 계절에 피어난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닌 듯한 난초, 생각하면 상당히 고혹한 느낌이 묻어난다. 한 폭의 미려한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그녀의 이름이 주얼리 디자이너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디자인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서 한겨울이 떠올랐다. 동시에 그녀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대개의 화려한 주얼리들과는 달리 동양적이고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왠지 맹설란이라는 이름과 잘 부합하는 디자인을 시나브로 구현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학창시절, 영상물에 몰입했다. 모션그래픽 영상이 한창 주목 받고 있을 때 멀티미디어과를 전공한 그녀는 패션쇼나 파티 등에서 상영될 감각 있는 영상물들의 작업을 주로 도맡았다. 곧 그러다 영상이라는 유사한 맥락으로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지를 다루는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진에 시선이 박힌다.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좇아가며 호기심을 충족하던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주얼리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다. 영상작업을 하다가 주얼리 디자이너의 길로의 전향이 매우 뜬금없고 급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그것을 ‘감각’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해주었다.
영상작업도 영화 포스터 디자인도 그리고 영화 포스터 디자인을 하기 위해 자주 보던 패션 사진 화보들도 모두 열린 감각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들이 아닌가. 곧 그녀는 패션 사진 화보를 자주 살펴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얼리들에 눈이 갔다. 마침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그녀는 주얼리 디자인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주얼리 디자인의 세계로 과감히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일지 몰라도 과거 자신의 행보가 모두 주얼리 디자인의 ‘감각’을 키워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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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설란답다는 감각은 무엇이냐고 묻자 아직은 다듬어 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상당히 단아하면서 주얼리의 화려함을 잃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자 쑥스러워하며 아직 더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물론 그녀가 주얼리 디자인을 하기 전의 일들이 지금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얼리 디자인은 엄연히 또 다른 분야이다. 그 분야에서 이른 시간에 자신의 감성으로 만든 작품들이 소수이나마 일반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 자신에게 훈장을 주어도 충분한 일일 것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예쁜’ 주얼리들은 이미 너무 많아서 ‘특별한’ 주얼리를 만들고픈 욕심이 많은데, 사실 그것이 판매와 많이 직결되진 않기 때문에 혼자 속상해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제품들을 일본이나 중국 등 외국에서 피드백이 오거든요. 그럴 때 ‘아, 내 디자인이 글로벌한가?’ 하는 짜릿한 혼자만의 묘미를 느끼기도 하죠(웃음).

과감하지만 동시에 심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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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영감을 주거나 존경하는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중에게 수수께끼 같은 패션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를 존경한다고 했다. ‘패션은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착용자가 탐구하고 즐기는 공예, 즉, 기술적 노하우다’라고 전언한 그의 코멘트는 그녀에게 곧 진리로 다가온다고 한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디자인은 늘 기발하고 괴상하기까지도 한데, 그게 이상하지가 않고 멋져요. 그의 제품들뿐만 아니라 매장에서도 느껴지는 그 특별함은 감히 제가 무어라 평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주얼리 디자인을 할 때도 과감하지만 동시에 심플한 그의 이중적인 느낌을 안고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제가 가장 닮고 싶은 디자이너고 그의 제품을 살 때면 마치 작품을 사는 듯한 기분마저 들어요. 이러한 감정들을 훗날 제가 제작한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도 느껴주신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순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녀가 바라고자 하는 행복은 사실 이미 구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쑥스러워하며 자기 자랑을 하나 해주었다. 도쿄 거리에서 우연히 자기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포착했다는 것. 한국에서 보았어도 감개무량할 터인데 타국에서 자신의 작품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했으니 그 감동은 매우 컸을 것이다. 하지만 자만은 아니라 자부심이란다. 그런 그녀에게 희망을 물었더니 자신의 주얼리가 유럽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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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설란이 제안하는 이번 시즌의 테마는 ‘YOU REFLECT M. E’다. ‘당신은 나를 비춘다’의 의미로 거울의 이미지를 상기했고 그걸 작품으로 승화했다고 한다.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는 저희 브랜드가 자리 잡는 듯해요. 현재 유럽은 베를린을 첫발로 준비 중에 있어요. 가슴이 뛰죠. 손수 만든 제품들이 어쩌면 내가 유수히 보아왔던 패션지에서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희망. 그 꿈을 발 딛고 이렇게 제가 주얼리 디자인에 매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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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그녀

 
 
일에 몰두해 지칠 때면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가는 그녀. 여행은 그녀의 취미이자 특기다. 디자이너라면 항상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목말라 있기에 일 년에 한 번은 외국에 가보려 시도한다. 그러나 그 천성 남 못 준다고 타지에까지 가서도 출장 간 듯 시장조사를 한단다. 보고 느끼고 체감하여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습득할 것. 이국적인 것을 자국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녀의 모토다.
 
맹설란은 자신을 물에 비유했다.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이치에 그르지 않게 스스로를 어떤 틀에 속박하지 않고 내놓아 두는 것. 자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묻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것 같아요. 내가 과연 행복하냐고 자문하는 순간 불행해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행복이라는 것 자체를 규정짓는 순간,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녀의 행복은 현재진행형. 그러한 맹설란에게 앞으로의 꿈을 묻자 수줍게 웃으며 답한다.

친구들이 하나둘 씩 시집가는 것을 보니까 결혼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저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아! 결혼반지는 심플하고 피앙세와 저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반지로 제가 직접 만들 거예요. 보석 반지는 부담스럽고 식상하잖아요. 이참에 다음 시즌에는 특별한 커플링을 디자인해봐야겠네요(웃음).

그녀가 말하는 소박한 희망이 원대해 보이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혹독한 겨울에 피는 난초, 설란. SK STORY는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의 가능성을 가득 안고 있는 맹설란의 미래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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