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향기를 전하는 ‘향수 전문지, 코 파르팡’ 에디터 김재현

사랑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은은한 샴푸 냄새, 보송보송한 아기피부에서 나는 베이비로션 냄새처럼 맡으면 행복해지는 향기가 있습니다. 또, 어느 날 우연히 맡은 향기가 아스라한 과거의 기억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새록새록 떠오르게도 하죠.
 

우리 생활 곳곳에 빠지지 않고 쓰이지만, 여전히 낯선 이 “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 향수전문잡지 “코 파르팡(Co Parfum)”의 에디터. 기업부설연구소에서 화장품을 연구하는 김재현 씨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홍대입구역에서 멀지 않은 어느 골목, ‘504공간‘이라고 쓰인 동그란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그곳 한 켠에 마련된 작업실이 향수잡지 코 파르팡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장소입니다. 해외에서도 화장품을 제외하고 향수만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는 무척 드문데요,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김재현 씨는 말합니다.

뜻이 맞는 네 명이 모여 수익이 없더라도 무조건 2년만 만들어보자는 도전정신으로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연구를 할 때처럼 코 파르팡을 만들 때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죠. 대신 어떤 일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왜 안 되었을까’를 많이 고민하죠.


4권호를 맞이한 코 파르팡을 바라보는 김재현 씨의 눈길에는 뿌듯함이 담겨있습니다. 코 파르팡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데요, 때문에 한동안은 과연 잡지의 완성을 볼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러웠다고 합니다. 편집구성원이 바뀌고, 새로운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는 기사를 쓰거나 디자인을 구성하는 모든 과정을 즐거워했기에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릴 땐 끈덕지게 자리에 앉아 프라모델이나 범선을 완성하곤 했어요.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지만, 내 손을 거쳐 무엇을 만들어낸다는 게 좋았거든요. 성취한 후에 느끼는 보람도 크지만, 저는 꿈을 가지고 스스로 해내는 과정 자체가 행복했어요.

지시를 내리는 입장이 되기보다는 자신의 손으로 일구어나가는 과정에 더욱 큰 행복을 느끼기에, 김재현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코 파르팡의 창간호가 실제 인쇄되어 나온 때를 꼽았습니다. 내용면에서는 다음 권호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그가 일일이 교열을 봤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이죠. 덕분에 애착이 남다른 코 파르팡 창간호는 지금도 김재현 씨의 책장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곳에 쓰여요. 오히려 들어가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죠. 먹는 음식에는 물론 들어가고, 최근에는 카페나 의류매장에 특유의 향을 분사해서 브랜드의 이미지마케팅을 하는 기업들도 생겼어요.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는 시각이나 청각으로 받아들인 정보보다 기억에 오래 남거든요. 그래서 어떤 향기를 맡고 나는 기억은 장면장면이 아주 세밀하게 떠올라요.


향과 향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계속해서 전할 계획이라는 김재현 씨는 얼마 전 영화화 되어 화제를 일으켰던 파트리끄 쥐스킨트의 <향수>에 대해 코 파르팡에 글을 싣기도 했습니다. 영화 <향수>가 허구이긴 하지만 향수에 대한 인식을 대중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듯이, 김재현 씨 역시 코 파르팡을 통해 향수가 일부의 사람들이 쓰는 사치품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는 아직은 과도기라고 말합니다. 권호가 거듭되면서 이름을 알리고, „아, 코 파르팡, 나 그 잡지 알아.“하는 독자를 만날 때마다 보람을 느끼지만, 현재 코 파르팡의 판매가 퍼퓸라이퍼(perfumelifer.co.kr)에서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다음 목표는 코 파르팡의 전국 판매라고 합니다.
 

김재현 씨에게 최종적인 꿈을 물었습니다. “예술창작화학자요.“라고 대답한 김재현 씨는 단순히 향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창작활동을 하는 화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는군요. 외국에 제니퍼 로페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이름을 딴 향수가 있듯이, 퍼퓸 크리에이티브팀을 만들어 향수를 창조하는 것이죠. 한 가지 독특한 바로는, 국내 유명한 스타 보다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타들의 이름이나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이랍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취감뿐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 김재현 씨라면, 그 꿈이 그리 멀어 보이지 않습니다. 그가 전하는 행복한 향수 이야기, 앞으로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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