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안전과 위기 가정, 함께 점검해요. SK E&S 정순희 점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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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의 비탈진 골목골목을 가뿐하게 누비는 발걸음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SK E&S 코원에너지서비스 강동 5 지역서비스센터 정순희 점검팀장인데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라는 명찰을 거는 순간부터 걸음이 빨라진다는 정순희 팀장은 가스 안전뿐 아니라 위기가정의 안전까지 바지런히 살피고 있습니다. 그녀의 행복한 1인 2역, 지금부터 만나보실까요?
  
 

하루 100가구, 발로 뛰는 도시가스 안전점검

 
 
1995년 6월 5일, 정순희 팀장은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나만의 일을 찾고 싶어 도전한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의 길을 처음 걷게 된 날이니까요. 처음에는 생판 모르는 집의 문을 두드리고 주방에 직접 들어가 가스점검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쭈뼛대기도 하고, 무심코 뱉은 거친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요. 하지만 낯설기만 하던 골목들이 하나 둘 눈에 익고, 나를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해주는 분들이 늘어가는 사이 수줍던 새내기 점검원은 어느덧 21년 차 도시가스 안전점검팀장이 되었답니다. 팀장의 자리에 있지만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의 정기 점검이 있는 달이면 아담한 체구에도 그 누구보다 빨리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그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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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천호동, 암사동, 명일1동 일대 7만 7천여 세대를 10명의 점검원이 나눠서 담당하고 있어요. 한 사람당 하루 100가구는 목표로 해야 기간 안에 마칠 수 있기 때문에 걸음이 빠를 수밖에 없지요. 예고 없이 찾아가는 첫 방문에는 집에 안 계시는 경우가 많아 20% 정도만 점검이 완료되고, 나머지는 고객들과 날짜를 맞춰 재방문해 점검하고요. 주기적으로 반드시 점검을 받아야 하니 한 집도 거르지 않습니다.

무전기처럼 생긴 묵직한 도시가스 안전점검 기기와 수시로 고객들과 통화하는 휴대전화, 메모지 그리고 방문 사실을 통지하는 스티커는 도시가스점검을 나설 때 챙기는 필수품입니다. 문을 두드려 도시가스 안전점검 방문 사실을 알리고 집으로 들어가 실제 가스가 새는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검사하는 시간은 1분여에 지나지 않다고 해요. 점검완료 사인까지 포함해 넉넉하게 5분만 시간을 내면 되는데 고객이 이를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는 그녀. 이 모든 게 고객의 안전 및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책임감은 더욱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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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가면서 신고 없이 가스 호스를 임의로 끊고 가거나 가스관 접합이 헐거워 가스가 새고 있는 가정을 보면 정말 가슴이 철렁하지요. 가스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신고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합니다. 요즘에는 가스 누출 사례가 0.01%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사고는 방심하는 순간 찾아오기 때문에 정기점검은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혹여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기점검을 받지 않았으면 고스란히 개인의 과실이 되기도 하고요.

 
 

독거 어르신 말벗은 기본이에요

 
 
천호동 일대는 언덕이 많고 다른 지역에 비해 일반 주택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이제는 보기 힘든 달동네가 남아있을 만큼 열악한 주택환경을 지닌 가구도 많은데요. 20년 경력의 베테랑 도시가스 안전점검원 정순희 팀장은 다른 점검원들이 꺼리는 주택 지역을 도맡습니다. 오래 드나들다 보니 어디에 누가 사는지 다 꿰고 있기도 하고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흐르는 정(情) 때문에 마음이 편하답니다. 차나 자전거가 아닌 오직 두 발로만 이동하다 보니 골목 하나를 돌 때마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기 바쁜 정순희 팀장인데요. 마당발 그녀는 바쁜 내색 없이 기꺼이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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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고생한다고 과자나 음료수를 건네주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마음만 받고 먹을 거리는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께 다시 나눠드려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밥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몸이 아프시면 약을 사다 놓고 오기도 하지요. 특히 홀로 사시는 할머니들은 제가 찾아가면 말벗이 생겨서 쉬이 놔주질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하냐고요? 앉아서 30분씩 제대로 놀다 간답니다. 그 다음에 뛰어다니면 되는 거죠.

도시가스 안전점검만 하고 나와도 충분한 것을 어려운 사정의 어르신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소소하게 마음을 써온 정순희 팀장. 그런 그녀에게 지난해 11월 꽤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은 거의 유일하게 모든 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는 직업으로, 겉으로 보이지 않는 각 가정의 속사정까지 파악할 수 있는데요. 이를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키 위해 구청과 SK E&S 코원에너지서비스의 지역 서비스센터가 협약을 맺어 ‘위기가정 알리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소외 이웃 발굴, ‘위기가정 알리미 서비스’

 
 
‘위기가정 알리미 서비스’는 ‘관심’이 기본입니다. 서류상으로는 파악할 수 없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도 참 많은데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이 지원이나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가정을 보고하면 사무실에서는 이를 취합해 구청에 알리고, 구청에서는 이를 각 복지관과 공유해 실태 파악에 나선 후 필요한 경우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게 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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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서 일일이 파악하지 못한 사례들이 상당해요. 최근에는 곰팡이가 가득해 도저히 생활할 수 없을 것 같은 빌라의 지하에 할머니께서 혼자 살고 계셔서 바로 보고했어요. 생활고로 3개월 동안 가스비가 밀려 끊긴 사례도 있었는데 복지관에서 대납해 가스가 다시 들어온 이후에는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납부하고 계신 사례도 있고요. 90세 가까이 된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가정에는 요양보호사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일일이 직접 가정을 방문할 수 있어야 가능한 거죠. 저는 이게 봉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일 하면서 알게 된 안타까운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알리는 거죠. 저는 오히려 이 일에 더 자부심을 느끼게 돼요.

큰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분주하게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해야 하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이 각 가정의 사정까지 관심을 두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마음이 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따뜻한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인데요. 정순희 팀장을 비롯한 코원에너지서비스 지역서비스센터의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은 활동 시작 3개월 만에 50가구의 위기가정을 발굴해냈고, 이중 26가구는 실질적인 지원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활약으로 구청은 그 동안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복지 사각지대 가정을 찾아낼 수 있어서 좋고, 어려운 사정의 이웃들은 열악한 부분을 지원받아서 좋은 ‘행복한 만남’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코원에너지서비스 지역서비스센터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은 이 두 행복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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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봉사활동을 할 시간은 못 내고 있는데 하나의 일을 하며 두 가지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이번 일로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으로 바뀐 것도 나름 의미가 있고요. 가스안전뿐 아니라 이웃과 고객의 생활고까지 함께 점검하는 역할, 매력적이지 않나요? 앞으로 더 바쁘게 뛰어야겠어요.


 
 
평소에도 독거 어르신들을 살갑게 챙겨온 정순희 팀장은 변함없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20년 동안 한길을 걸어오며 ‘안전’이라는 말을 매일같이 들어왔을 그녀가 위기 가정의 안전까지 점검한다고 하니 든든하지 않나요? 빠른 걸음으로 천호동 골목을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잔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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