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가정에서 시작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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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다. 사람들은 명절이 되면 마치 연어가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듯,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이라 함은 단지 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피붙이, 가족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도대체 가족이 무엇이기에 명절이 되면 어김없이 서로를 찾는 것일까?

왜 가정이 중요한가?

가족치료의 대가인 사티어라는 심리학자는 가족(family)을 가리켜 사람을 만드는 공장(factory)이라 했다. 노골적인 비유지만 생각할수록 참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두 남녀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후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과 다르지 않다. 사람의 몸과 마음 모두 가정에서 만들어진다.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을뿐더러 사고와 행동의 패턴까지 배우게 된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가정이 중요하다. 사람은 자고로 보고 듣는 것의 영향을 상당히 받는다. 특히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얼굴표정, 유머감각, 인간관계, 장래희망과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가정의 영향은 광범위하다. 그래서일까? 부모들은 자녀가 결혼을 한다고 할 때 자녀의 배우자가 될 사람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정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들

어린 시절이나 가정환경은 중요하다. 이는 과거에 얽매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과거에 가정에서 있었던 일에 매여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현재를 보더라도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 중에는 과거의 가정환경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시절 조금 더 좋은 환경을 부모가 만들어 주었더라면, 부모가 자신에게 더 큰 사랑을 주었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에게 ‘지금도 부모님이 그대로인지’를 물어보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의 연로한 부모님을 볼 때에도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상처를 곱씹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가정이 중요하다

과거의 갈등 때문에 지금도 가족이 불편하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과거를 묻어두라는 것도, 과거의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살라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거나 확인할 것도 있다. 사과를 받거나 해명을 들어야 할 것도 있다. 그러나 과거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과거의 가정은 불행의 시작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가정을 행복의 시작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마주 앉아야 한다. 가족 모두가 한 마음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나서야 한다. 희생을 치르더라도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일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정말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가정에서 그 행복 찾기를 시작할 수 있다.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돌아오는 추석 명절을 활용해보자. 가화만사성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의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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