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돈 들이지 않고 행복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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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사회의 두 얼굴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철학자였던 에리히 프롬(Erich Fromm). 그는 자신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산업화 사회와 물질적 풍요가 가져온 폐해를 지적하면서,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옮겨갈 것을 권하고 있다.
소유의 삶은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산업화 때문에 나타난 삶의 형태이다. 대량 생산으로 원하는 물건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돈이 넘쳐났다. 이에 따라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소위 물질만능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를 불행하게 비교와 경쟁, 그리고 소유

산업화 사회는 자연스레 사람들을 도시로 몰려들게 했다.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살다 보니 비교와 경쟁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결국 산업화 사회에서 가능해진 대량생산은 비교와 경쟁을 소유의 문제로 바꿔놓았다. 남들은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다는 것은 매우 큰 위협이다. 학교건 직장이건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끊임없이 비교한다. 모두 가지고 있는 ‘it 아이템’을 나만 가지지 못했다면? 비약해서 말한다면 자괴감마저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우리는 비교와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애쓴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밤낮없이 일한다. 소유를 통해 비교와 경쟁에서 이겨야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온갖 매체는 ‘소유하라’는 메시지를 쏟아낸다. 마치 ‘남들은 다 소유하고 있는데 너는 뭐하고 있느냐’, ‘남들은 모두 new 아이템을 샀는데 너는 아직도 old를 가지고 있느냐’, ‘그렇게 살다가는 뒤떨어지고 뒤쳐져서 실패할 것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심리학자 벤 보벤(Leaf Van Boven)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소유’ 자체를 목적으로 구매했던 물건(옷, 보석, IT제품 등)과 ‘경험’을 목적으로 구매했던 물건(공연 티켓, 여행 등)을 한 가지씩 고르게 했다. 그리고 둘 중에 무엇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물었다. 소유를 선택한 사람은 34%, 경험을 선택한 사람은 57%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소유는 당장 행복감을 줄 수 있으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는다. 소유한 물건은 얼마 못 가 분실할 수도 있고 고장이 나며, 금세 구식이 된다. 그러나 경험은 우리의 마음 속에 남기 때문에 분실과 고장의 염려가 없으며, 구식이 되지도 않는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헤르멘 헤세(Hermann Hesse)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입니다. 행복은 대상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행복은 우리의 외부에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계발할 수 있는 우리 내면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쫓기보다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를 고민할 때 행복은 다가올 것이다.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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