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행복처방전, “연말 모임을 많이 해도 공허해요”


 

Q. 연말 모임이 끝나도 공허해요.

 
연말, 송년회로 꽉 찬 스케줄을 보내고 있어요. 기분 좋게 모임을 나가도 끝나고 나면 가슴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며칠 후 친구들, 연인과 함께 송년회를 열어 더욱 흥겹게 보냈는데 오히려 공허감이 더 크게 찾아오고 외롭기까지 했어요. 우울증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연말 모임 후에 찾아오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A. 외로움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는 기본적인 감정이에요.

 
비슷한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연말에 느끼는 고독함이 너무 커 우울증상까지 보여 찾아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흥겨운 송년 파티 후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느낌과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외로움은 홀로 있을 때 느껴야 하는데 수 많은 사람에 둘러 쌓여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니 말이죠.
 
사랑을 해도 외롭고 공허하다는 고민 사연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주변에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고민입니다.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나 듣기 때문입니다. 왜 사랑을 해도 외로울까요? 외로움이 결핍의 감정이라면 연애를 하는데도 찾아오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선 데이트 상대를 교체해야 합니다. 나랑 잘 안 맞든가 아니면 나를 외롭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사랑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로움이 찾아 온 것일 테니 말이죠. 그런데 정도의 차이일 뿐, 교체를 해도 외로움은 계속 찾아 올 수 있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한 결핍의 감정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기본적인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외로움은 인생의 동반자

 
사실 사랑과 외로움은 반대말이 아닙니다. 친구처럼 함께 인생을 걸어가는 동반자 관계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외로움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유전적 경향도 50%는 됩니다. 태어나 길 더 외롭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평가할 때 쓰는 방법론 중의 하나가 쌍생아 연구입니다. 일란성 쌍생아와 이란성 쌍생아에서의 일치율을 비교해보는 것인데요. 유전적 정보가 일치하는 일란성 쌍생아에서 어떤 특징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치율이 더 높은 경우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로움에 대한 쌍생아 연구를 보면 일란성 쌍생아에서 형이 외로움을 잘 타면 동생도 외로움을 잘 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한 결핍의 감정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코딩 되어 있는 감정인 셈인데요. 외로움의 유전자를 더 깊이 가진 사람은 연애를 해도 그 외로움이 항상 내 곁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이죠.
 
 
 

지나친 기분 전환은 좋지 않아요

 
외로움이나 우울 같은 감정 반응에 우리들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 보니 그런 느낌들이 찾아 올 때면 그 기분을 날려 버리기 위해 ‘기분 전환’이라는 심리 기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기분 전환이란 말은 가볍게 보이지만 사실은 강력한 마음에 대한 조정 기법입니다. 뇌의 에너지를 상당히 태우면서 억지로 감정 변화를 시도 하는 마음 관리법이죠.
 
간간히 기분 전환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기분 전환을 지나치게 쓰다 보면 오히려 뇌의 에너지가 방전되어 번 아웃 신드롬이라 불리는 소진증후군이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가 소진되어 지친 뇌의 문제는 행복에 대한 역치가 올라가 버리는 것입니다. 과거에 즐거웠던 일들이 재미 없어져 버립니다. 즐거웠던 친구와의 만남도 시들해지고 일도 재미 없고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사는 게 재미 없어 집니다. 심해지면 세상사가 회색 빛처럼 무미 건조해집니다.
 
기분 전환이란 기법을 많이 쓰는 달이 있으니 바로 지금 송년회 시즌입니다. ‘위하여’ 건배를 들며 기분을 고취하나 그 때마다 에너지가 빠져나가게 되어 오히려 반작용으로 밀려오는 허탈감에 소진증후군이 우울증까지 진행될 수도 있는 것이죠.
 
 

 

외롭고 우울한 기분을 즐겨야 긍정성을 느낄 수 있어요

 
왜 기분 전환을 우리가 자주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외로움이나 우울 같은 감정 신호를 결핍에 의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외로우면 내 인생은 불행한 것이라 내 뇌에서 해석을 해 버리니 에너지를 태워서라도 억지로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이나 우울도 재미나 기쁨만큼이나 소중한 인생의 감정들입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인생을 잘 표현하는 깊은 감정들이죠. 사실 인생의 본질은 썩 기쁘지만 않습니다. 외롭고 우울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히 나를 이해해 주는 이는 없고 또 우리는 늙고 언젠가는 세상과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마음엔 역설적인 충전장치가 있습니다. 외롭고 우울할 때 그 기분을 즐겨야 억지로 전환할 때에 느낄 수 없는 깊은 긍정성이 마음에서 올라 온다고 합니다.
 
 
 

역설적 마음 충전법, 물끄러미 내 마음 바라보기

 
재즈를 좋아하지 않아도 들어 보면 익숙하게 느껴지는 노래 중의 하나인 ‘My Funny Valentine’. 노래 제목만 들으면 경쾌한 리듬과 톤이 예상되는데 실제 곡은 느리고 슬프고 우울합니다. 가사내용도 슬픈데,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더 발렌타인 데이로 있어줘요, 조금 더, 매일 매일이 발렌타인 데이랍니다’라고 노래합니다.
 
왜 이런 우울한 사랑 노래가 오랫동안 사랑 받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억지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기분 전환보다 사랑 때문에 우울할 때 오히려 우울한 사랑 노래를 들으면 역설적인 긍정성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런 현상을 ‘Common Humanity’로 설명하는데 쉽게 풀면 ‘인생 다 똑 같아’ 라는 이야기 입니다, ‘내 사랑은 왜 우울하지? 나만 실패한 것인 것인가?’ 하는 느낌에 빠졌을 때 우울한 사랑 노래를 듣다 보면 ‘아 나만 사랑이 힘든 것은 아니구나. 사랑이란 것이 워낙 힘든 것인가 보다’ 하는 내 삶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죠. 이 여유가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웃을 수 있는 긍정성을 가져 오는 것입니다.
 
내가 하는 사랑이 부족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워낙 사랑은 힘든 것이라는 철학적 성숙이 마음에 찾아 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랑은 그 맛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강력한 긍정성 마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 콘텐트에 대한 몰입이 중요합니다. 이런 철학적 성숙이 주는 느낌은 논리적으로 나를 설득한다고 찾아 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 미술 작품, 소설 같은 문화 콘텐트에 내 감성을 젖게 할 때 찾아 오기 때문입니다. 문화 콘텐트의 캐릭터에 내 감정이 투사되어 그 캐릭터에 담긴 내가 나를 바라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바쁜 연말이지만 짬을 내어 문화 콘텐트를 통한 ‘내 맘 바라보기’를 하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20160816_윤대현교수_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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