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더욱 빛나는 설원의 풍경이 그곳에 있다. 땅도 나무도 온통 하얀 순백의 세상,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소개한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원대 산림감시초소’에 들러서 방명록을 적으면 입산이 허가된다. 초소에서 탐방로가 시작되는 1코스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하 ‘속삭이는 숲’)까지는 3.2㎞. 1시간 정도면 속삭이는 숲에 도착한다.
수피가 하얗다 못해 은빛을 낼 정도로 뽀얀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이다. ‘숲의 귀족’이란 칭호가 무색치 않은 순백의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숲 전체에서 자라는 나무 총 69만 본(本). 그 가운데 자작나무는 40만 본, 속삭이는 숲에만 5천400그루의 자작나무가 빼곡하다.
북유럽의 풍광이 얼핏 떠오르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소나무 숲을 벌채한 뒤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산림청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자작나무는 특히 추운 지방에서 자라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적당치 않고 분지형 구조에서 잘 자란다는데 그곳이 딱 그렇다. 속삭이는 숲 표지판이 세워진 언덕 아래 자작나무 숲으로 내려서면 매섭던 바람이 잦아들고,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하늘로 쭉쭉 뻗은 자작나무의 곧음도 비로소 이해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호흡을 조절하고, 체온을 느끼면서, 마음으로 관찰하길 바란다. 자작나무의 매끈한 감촉도 느껴 보면 좋겠다. 걷다가 지치면 자작나무 아래서 목을 한껏 뒤로 젖힌 채 하늘을 올려다보길 권한다. 사진은 찍는 대로 그림이 된다. 자작나무 아래 서 있는 그 자체가 힐링일 테니까.
겨울답게 날이 몹시 추워서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디언 집, 전망 데크가 있는 1코스(0.9㎞·약 40분)만 돌아보고 대부분 되돌아간다. 왕복 3시간 정도면 넉넉한 그곳만 봐도 충분하다.
시간 여유도 되고, 체력도 괜찮다면 2코스(치유 코스·1.5㎞·약 90분), 3코스(탐험 코스·1.2㎞·약 40분), 4코스(힐링 코스·3㎞·약 120분)를 걸어도 된다. 단, 적설과 결빙 상황을 고려해 일부 구간은 폐쇄되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