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다짐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다짐하는 순간은 특별합니다. 입학식, 결혼식, 첫 출근을 기념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새해란 특별합니다. 이제 막, 우리는 2016년에서 빠져나와 2017년으로 왔습니다. 새로 바뀐 다이어리가, 낭랑하게 울린 보신각 종이 공식적으로 2017년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주었죠.
 
 
 
 

“파도에 또 뭐가 실려 올지 모르잖아” [캐스트 어웨이]

 
안타깝게도 [캐스트 어웨이]의 척(톰 행크스)에게 그런 친절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타는 비행기가 당신을 세상의 끝으로 데려갈 것이며 거기서 새로운 시작을 맞을 것이란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죠.
 
정시 배달을 생명으로 여기는 운송회사 페덱스의 직원답게 척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죄악”으로 여깁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연인 켈리(헬렌 헌트)와의 데이트 대신 회사의 부름에 달려갈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면서 척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갑니다. 몇날 며칠을 불 피우기에만 열중하거나 물고기를 잡고, 가망 없어 보이는 구조를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느릿느릿 흐르는 시간은 4년 동안이나 계속됩니다. 그 사이 척은 목숨을 끊으려고 하고, 구조의 희망도 내다 버립니다. 파도에 우연히 떠밀려온 문짝이 아니었다면 그는 무인도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파도는 그에게 돛을 보내줬고, 그는 1500여 일 만에 무인도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척에게 사람들은 묻습니다. 어떻게 포기하지 않았냐고,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척에게서 불굴의 인간 승리를 발견하려는 사람들은 그에게 뜨거운 대답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저 담담히 말합니다. “계속 숨을 쉬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내일이면 다시 태양이 뜰 테니까… 파도에 또 뭐가 실려 올지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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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

 
 
 
 

도망가지 않고 맞서다, [스포트라이트]

 
거창하지 않은 척의 대답은 [스포트라이트]의 ‘스포트라이트 팀’과도 닮았습니다. 보스턴 글로브 지의 탐사보도 전문팀인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 중 하나인 가톨릭 교회를 겨냥합니다. 보스턴 교구의 사제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아동들을 성추행, 성폭행한 정황이 포착된 것입니다.
 
그들의 취재는 분명 옳은 것이었지만 모두가 안 될 싸움이라고 고개를 저었죠. 언론과 법원, 여론을 조종할 수 있는 교회는 거대했고, 마이크(마크 러팔로), 샤샤(레이첼 맥아담스), 월터(마이클 키튼), 맷(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 4명의 기자들이 가진 것은 수첩과 펜, 그리고 지치지 않는 용기뿐이었습니다.
 
취재의 관문마다 교회는 전 방위적으로 기자들을 압박합니다. 그 때마다 그들을 일으켜 세운 돌파구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정보제공자나 특종으로 가는 급행열차표 같은 것이 아니었죠.ᅠ어떤 사건 앞에서도 늘 하던 것처럼 밤을 새서 자료를 뒤지고, 탐문 조사를 하는 것. 내일이면 다시 태양이 뜨는 것처럼 매번 하던 일을 계속 하는 일상의 성실함이 결국 추악한 진실의 전모를 밝혀냅니다.ᅠ
 
실제로 보스턴 글로브지의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보도는 2003년 퓰리쳐상을 수상했습니다. “도망가지 않고 제대로 말한” 기자들에게 주어진 훈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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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

 
 
 
 
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삶 전체를 바꾸겠다는 원대한 목표이거나 새로운 시작을 장식하는 거창한 다짐인 경우가 많죠. 출발을 앞둔 모든 이들이 그려보는 그림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캐스트 어웨이]의 척처럼 담담히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며, [스포트라이트]의 스포트라이트 팀처럼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언뜻 화려해 보이지 않는 보통의 다짐이 꽉 찬 매일을 만들고, 켜켜이 쌓인 날들이 2017년이 저물 즈음엔 분명 빛나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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