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쓰고 그리다, 캘리그라퍼 ‘받아쓰기’

 
한 살 늘어난 나이 때문에 새해가 마냥 기쁘지 않은 분들 많으시죠? ‘나잇값’할 생각으로 울적한 이들에게 유쾌한 위로를 건네는 두 남자를 만났습니다. 캘리그래피 연구소 ‘받아쓰기’의 김대연, 배성규 작가인데요. 삶 속 반짝이는 즐거움에 대해 ‘쓰고 그리는’ 두 남자의 일상다반사를 소개합니다.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그린 문자를 의미합니다. 제품 패키지, 책 표지, 영화 포스터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캘리그래피는 최근 사람들의 취미 생활로도 각광받고 있죠.
 
롯데백화점 안양점에서 전시 중인 ‘읽기, 쓰기, 말하기·듣기’전(2월 5일까지) 역시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요. 맛깔나는 언어유희의 메시지를 소박한 글씨체로 담아내는 캘리그래퍼 김대연과 ‘찹쌀독의 어떤 하루’를 연재한 캘리그래퍼 겸 일러스트레이터 배성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죠.
 
이번 전시의 부제는 ‘한 살 더 먹어도 괜찮아’인데요. 나이가 더 들었다고 우울해하기 보단 에너지 넘치게 하루하루를 살면서 나이를 맛있게 먹자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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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쓰기, 말하기·듣기’ 展에서 만날 수 있는 김대연, 배성규 작가의 작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의 힘

 
김대연 작가는 말장난처럼 가벼워 보이는 문장 속에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담아내 주목받고 있는 캘리그래퍼인데요. 보통 캘리그래퍼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글꼴을 만들어 인기를 끄는데, 그는 글꼴보다 직접 쓴 글귀로 더 화제가 되고 있죠.
‘사면초가, 뭐 조금만 사면 한도 초과’, ‘내일아트,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예술’, ‘해결방안, 방 안에만 있으면 해결이 되나’ 등 웃음을 자아내거나 답답한 마음에 사이다를 날리는 촌철살인 메시지가 유쾌합니다.
 
“2014년부터 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좋은 문장이나 시구를 썼거든요. 어느 날 ‘남의 글 말고 내 생각을 쓰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떠오르는 메시지를 담아봤죠. SNS에 올리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글씨를 잘 쓰는 것보다 메시지를 담았을 때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것을 알았죠.”
 
소문난 수다쟁이인 김대연 작가는 평소 즐기는 농담과 말장난에서 영감을 받는 편입니다. 느낌이 오는 단어나 생각은 그때그때 메모해 두었다가 혼자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짧은 글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짧은 메시지 안에 임팩트 있는 한 방을 담기 위해 문장을 다듬고 줄이는 작업을 반복하죠. 메시지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웃음 포인트를 담으려 노력합니다.
 
배성규 작가는 찹쌀독이라는 강아지가 꿈꾸는 오늘이라는 시간에 대해 그리고 있는데요. 주말 오후 이불 속에서 낮잠을 즐기거나, 달밤에 TV를 보며 과자를 먹는 장면 등입니다. 너무 평범해 그것이 행복인 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장면이지만, 바쁜 세상을 사는 우리가 가장 원하는 모습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배성규 작가의 그림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림을 통해 위로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이 많구나’, ‘내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것이구나’하고요. 거창하고 화려한 삶보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되는 거죠.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까먹거나, 퇴근하는 차 안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 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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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글꼴과 촌철살인 글귀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대연 작가 (왼쪽)
강아지 ‘찹쌀독’을 화자로 일상의 모습을 그려내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배성규 작가 (오른쪽)

 
 
 
 

‘받아쓰기’라는 한 배를 탄 두 남자

 
김대연, 배성규 작가는 캘리그라퍼 연구소 ‘받아쓰기’의 공동대표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작품을 모아 이번처럼 함께 전시를 열고, 광고 등의 외주 작업도 진행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의뢰 내용을 ‘받아쓰는’ 작업의 특징을 살려 회사명은 ‘받아쓰기’라고 정했죠.
 
두 남자가 뭉치게 된 것은 지난 2015년 3월입니다.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던 배성규 작가가 사표를 가슴에 품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김대연 작가가 ‘함께 회사나 만들자’며 꼬여낸 것이죠.
 
“대학교 때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났어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전공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죠. 교수님이 시각디자인 수업을 권해주면서 조교로 있던 김대연 작가님을 만났어요. 김 작가님은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뒤 캘리그라퍼로 활동하다 디자인 감각을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죠. 작가님을 만나 캘리그라퍼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글씨를 써서 먹고사는 직업이라니, 놀랍더라고요. 캘리그라피와 일러스트를 꾸준히 공부해 디자인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했어요.” (배성규 작가)
 
“어느 날 배 작가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회사 생활에 회의감을 느낀다면서요. 저는 당시 프리랜서 캘리그라퍼로 활동한지 8년차가 됐을 때였는데, 다른 사람과 새로운 스타일로 일해보고 싶던 차였어요. 배 작가는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그림도 그릴 수 있으니 잘됐다 싶어 ‘회사를 차리자’고 제안했죠. 그때는 ‘같이 살자’는 마음보다는 ‘같이 죽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김대연 작가)
 
받아쓰기라는 이름으로 한 배를 탄 두 남자는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순항 중입니다. 거절을 못하는 김대연 작가가 머뭇거릴 때는 배성규 작가가 냉정하게 조언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돕죠. 조용한 성격의 배성규 작가를 대신해 외향적인 성향의 김대연 작가가 외부 미팅 등을 담당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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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반짝이는 즐거움을 찾자

 
실력 있는 두 작가가 손을 잡았다는 소식 덕분에 프로젝트 작업, 전시 요청이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작업실도 하나 마련하게 됐는데요. 일상은 조금 바빠졌지만, 김대연, 배성규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여전히 같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보고 지나치는 전시가 아닌 멈춰서 읽는 전시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는데요. 작품 감상을 할 때처럼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생활 속에서도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하네요.
 
“누구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곤 하잖아요. 저는 지금이 가장 좋아요. 물 흐르듯 소소한 행복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일상이요.” (배성규)
 
“저 역시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즐겁고 좋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닐까요? 새해에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일 더 열심히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김대연)
 
때로는 수많은 말보다 짧은 글이 더 큰 감동을 줄 때가 있는데요. 두 작가의 캘리그래피 작품들을 보며 일상 속 반짝이는 즐거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김대연 작가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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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적인 사람 : 너무 논리적으로만 사는 것은 답답하지 않나요? 새해에는 밖으로 나가 놀기도 하면서 머리도 마음도 비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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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해 : ‘고령화 사회’라는 말이 흔하잖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멋있고 화사했으면 좋겠어요. 나이 듦에 대해 실망하지 말고 젊게 살아요. 
 


 

배성규 작가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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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눈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찹쌀독) : 요즘 사람들은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고 해요. 낮에 일밖에 안하니 그냥 잠들기가 아쉬운 거죠. 내일 후회할 걸 알면서도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죠. 새해에는 잠 못 드는 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여유를 갖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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