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일기 쓰는 광고기획자, SK텔레콤 박종범 매니저

 
취미로 4년째, 하루의 단상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는 이가 있습니다. SK텔레콤 마케팅 Comm본부의 박종범 매니저인데요. 출퇴근길 10분, 짬짬이 그린 이야기들을 일 년에 한 권씩 책으로 엮었고, 어느덧 3권이 됐습니다. 광고를 기획하는 업무에도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낙서를 즐기는 광고 기획자 박종범 매니저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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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그림’을 실천하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 안은 SK텔레콤 마케팅 Comm본부 박종범 매니저의 화실입니다. 본래 낙서하는 걸 좋아하고, 노트에 끄적거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광고 홍보대행사의 AE였는데요.
 
SK텔레콤으로 이직 후 ‘1일 1그림(하루에 그림 하나를 그린다는 용어)’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이 워낙 다양한데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실천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29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왜 흔히들 아홉 수라고 하잖아요.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극복했죠. 미술은 배워본 적 없고 전공도 경영학이라서 그림이나 디자인에는 문외한이었는데요. 광고 회사를 다니면서 콘티 그리는 선배들을 보고 ‘나도 저렇게 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무작정 시도하게 됐죠.”
 
하루에 있었던 일들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린 후 이에 어울리는 한 줄의 글을 써넣는 것이 박종범 매니저의 그림 스타일인데요. 단출한 그림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잡념이 사라지고, 해방감이 느껴져 즐겁다고 합니다.
 
박종범 매니저는 보통 태블릿 PC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데요. 공책에 직접 그렸을 때는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일 년에 노트 6~7권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노트와 펜을 깜빡 잊은 날에는 불안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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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와 <잘하지 않아도 돼>
박종범 매니저의 작품은 인스타그램 계정(@imfinebe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쌓여가는 그림의 수만큼 그의 그림 실력도 일취월장했습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깔끔하게 선을 그리고 채색까지 더해 일러스트레이터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SNS에 그림을 올려 지인들과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피드백을 받는 일에 푹 빠져있답니다.
 
 
 
 

기획 업무에 데이터베이스가 된 낙서 노트

 
이렇게 갈고닦은 취미 생활은 일을 할 때에도 활용됐습니다. 꾸준히 작성한 낙서 노트는 박 매니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가 돼 광고 제작과 기획 업무를 할 때 큰 도움이 됐는데요.
그림 한 장에 농축된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은 15초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광고 기획의 세계와 속성이 비슷하기 때문이죠.
 
광고에 들어가는 문구를 정하는 회의에서 박종범 매니저가 낸 아이디어가 자주 채택되기도 했는데요. 낙서 노트를 훑어보다 보면 좋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고, 문구를 응용해 제시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광고 콘티를 급하게 수정해야 했을 때 대행사로 다시 보내지 않고, 그가 직접 콘티의 그림체를 보고 따라 그려 팀에 도움을 준 적도 있었죠.
 
박종범 매니저는 SK텔레콤 매장에 배치되는 고객용 잡지인 ‘모멘T(momenT)’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를 요청 받아 그리기도 했는데요. 평소처럼 한 컷의 그림으로 SK텔레콤의 제품을 활용한 일상의 모습을 표현했고 기획자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기획자가 꿈

 
박종범 매니저는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 10년간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이를 모아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재는 일 년에 한 권씩 한 해를 정리하는 용도로 독립 출판을 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워드프로세스를 이용해 책을 만들었지만, 세 번째 책은 편집 디자인 툴을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편집 디자인까지 배우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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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범 매니저는 한 해 동안 정리한 글과 그림을 모아 1년에 한 권씩 독립 출판을 진행한다.

 
“무엇을 하든지 ‘발전’하는 것에 의의를 둬요. 처음에 비해 그림 실력이 늘고, 잘 알지 못 했던 디자인을 알게 되는 게 즐겁더라고요. 그림 그리기나 디자인을 잘 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저는 저만의 색깔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또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이 점점 나아지고, 달라질 거라는 생각에 기대도 됩니다.”
 
박종범 매니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좀 더 주목하게 됐는데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를 곱씹어 보고, 해석도 덧붙이면서 일상이 더 풍요로워졌죠.
 
물론 매일같이 새로운 주제를 찾아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고 때로는 감각이 무뎌질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억지로 생각을 짜내지 않고 책이나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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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범 매니저와 그가 그린 ‘자화상’

 
“일본의 유명 기획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 『지적자본론』에서 기획자는 제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저도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고, 디자인적인 역량도 키우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매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박종범 매니저, 꾸준함이야말로 그의 아이디어 원천인데요. 광고 기획자로서 그가 그려갈 내일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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