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담긴 문화 골목,
창경궁로 35길

 
연녹빛이 초록빛으로 물드는 5월은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입니다. 혜화역의 번잡함을 피해 짧지만 한적한 골목 ‘창경궁로 35길’을 걸어보세요. 조선시대에는 장원급제한 선비들이 걸었던 길이었고 지금은 건축 탐방이 가능한 문화의 길로 거듭났습니다.
 

 
창경궁로 35길은 혜화동의 샛골목 중 하나입니다. 혜화동 로터리의 혜화파출소와 주유소 사잇길을 따라 혜화문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인데요.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선비가 어사화를 꽂고 축하를 받으며 행진을 하던 길이었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골목입니다. 1900년대에는 전차가 다니던 교통의 요지였고, 지금은 ‘문화의 길목’이라 불리는데요. 여러 소극장을 비롯해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지은 ‘JCC아트센터’가 들어섰기 때문이죠.
 
 

 
 
 
 

건축미를 감상하며 느리게 걷기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은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JCC아트센터는 전시와 공연을 하는 공간이지만 ‘건축 탐방’만을 목적으로 방문해도 손색이 없는데요.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 기법, 빛, 바람, 하늘 등이 자연스레 스미는 빼어난 건축미를 눈여겨보세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JCC 아트센터 내부 정원과 입구,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창경궁로 35길의 얕은 언덕길 중턱에는 옛 시장 공관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로 새 단장을 마쳤는데요. 계단 끝에 보이는 하얀색 2층 주택은 일본인 영화 제작자인 다나카 사부로의 개인 주택이었는데, 1980년부터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됐죠. 전시관 곳곳에는 넓은 창이 있어 혜화동 일대를 감상할 수 있고, 1층 전시안내센터에서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니 향긋한 커피 한 잔 즐기는 것도 좋겠습니다.
 

창경궁로 35길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혜화문, NEED21 갤러리

 
역사가 오래된 골목답게 입소문 난 맛집을 빼놓고 가면 아쉬운데요. 1979년 문을 연 ‘혜화 칼국수’는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한 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찾고 있죠. 콩가루를 넣어 반죽한 면발을 사골 육수에 끓여낸 안동식 ‘국시’가 대표 메뉴입니다.
 
창경궁로 35길은 짧은 길이지만,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길인데요. 오래된 골목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건축물을 구경하고 그곳에 담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시간이 제법 흘러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