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에 예술이 스며든, 문래동 도림로

 
소위 ‘핫’하다는 골목의 비슷비슷한 분위기에 실망한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9월의 ‘골목 탐구’를 눈여겨보세요. 철공소와 문화예술 공간이 어우러진,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골목, 문래동 ‘도림로’를 소개합니다.
 

 
도림로는 문래동 예술촌의 작은 골목입니다. 도림로가 속한 문래동은 1930년대에는 방직공장 단지였는데요. 주변으로는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가 나란히 지어졌죠. 지금도 당시에 지어졌던 기숙사와 가옥들이 남아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1960년대에는 청계천에서 자리를 옮겨온 철공소까지 이곳에 합세하면서 철강 단지로 이름을 날렸는데요. 이후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공장들은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예술인들이 모여 들면서 ‘예술촌’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거칠고 무뚝뚝한 회색빛 골목에 컬러풀한 벽화가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이를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났는데요. 찬찬히 걸으면서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개성있는 간판들을 찾아보세요.
 

 
 
 
 

예술적 감각이 더해진 투박한 골목

 
예술인들의 작업실이 많은 예술촌답게 이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공방들이 숨어 있는데요. ‘제나일’은 인도, 아프리카, 브라질 등에서 서식하는 흑단, 로드우드, 퍼플하트 등의 원목을 깍아 만년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아이템을 소장하고 싶다면 들러보세요.
 
좁은 골목 끝에 조용히 자리 잡은 ‘플라츠(platz)’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은 듯 아늑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와인바인데요. 옥상의 루프탑, 서까래를 드러낸 천장, 하늘을 배경 삼는 창문까지 독특한 구조가 눈길을 먼저 사로잡습니다. 와인 한 잔에 그윽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이곳이 딱이죠.
 
맞은 편 골목으로 고개를 돌리면, ‘올드 문래(OLD MULLAE)’가 반겨줍니다. 낮에는 카페, 밤에는 펍으로 변신하는 공간인데요. 1930년대에는 일본식 목조주택이었다가 한 때는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름처럼 도림로의 오랜 역사를 품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는데요. 여럿이 방문했다면 거대한 크기의 자이언트 피쉬 앤 칩스를 맛보는 것도 좋습니다.
 

골목 사이에 위치한 와인바 플라츠(상단 왼쪽), 골목마다 철공소 골목을 표현하는 벽화가 그려져있다(상단 오른쪽), 한때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카페 겸 펍으로 변신한 올드 문래(하단)

 
‘청색종이’는 김태형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 겸 출판사입니다. 김태형 시인이 몇십 년간 수집한 시집, 에세이, 인문서적이 빼곡하게 책장을 메우고 있죠. 새 책보다는 헌책이 많고 지금은 절판된 희귀본까지 있습니다. 골목의 기계소리가 잦아든 저녁 8시가 되면, ‘문래 문화 살롱’에서는 매일 밤 공연이 시작되는데요. 퇴근 후 이곳에 들러 공연을 즐기며 맥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도림로의 마지막은 ‘로코 안경 공방’으로 마무리해볼까요? 이곳에서는 전문 안경사의 지도 아래, 디자인부터 안경 제작에 필요한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데요. 내 얼굴에 꼭 맞는 ‘나만의 안경’을 소장하고 싶을 때, 문을 두드려보세요.
 

책방 겸 출판사 ‘청색종이’와 매일 밤 8시 공연이 시작되는 ‘문래 문화 살롱’(상단), 도림로에서는 작가들의 공방과 고철로 만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하단)

 
철공소, 예술, 문화가 삼박자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는 도림로. 아마도 이곳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새로워질 것 같습니다. 도림로를 걸으며 투박함 속에 깃든 예술적 감성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