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 때문에 일상이 피곤해요


 

Q. 강박증 때문에 일상이 피곤해요

 
외출을 할 때면, 현관문을 잘 잠궜는지, 가스밸브는 잠겨 있는지 수시로 확인합니다. 하루는 가스밸브를 제대로 잠그고 나왔는지 너무 신경 쓰여서 친구의 약속을 급하게 마무리 짓고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어요. 이런 저의 모습에 저도 힘들지만, 주위 사람들도 피곤해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강박증을 느끼는 저 괜찮을까요?
 

 
 
 
 

A. 수용이라는 마음 훈련을 해보세요.

 
일상 생활에서 필요 이상 점검하고 체크하면서 피곤을 느끼는 상황인데요. 강박적 사고나 행동은 불안이 증가했을 때 나오는 현상입니다. 불안 증상이 적절한 수준이면 수용 등의 방법을 활용해 불안을 조절할 수 있지만 불안이 심해지면 오히려 심리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 불안을 더 키우고 내 뇌의 에너지도 더 고갈시킬 수 있죠.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쉴 틈 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감성 시스템의 피로도가 높은데요. 센 스트레스가 단발성으로 충격을 주는 것보다, 자잘한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쉬지 않고 충격을 주는 것이 뇌 건강에는 더 해롭습니다. 게다가 현대기술이 가져온 편리성과 실용성이 더욱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의 뇌는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 낙오된다는 강박적인 불안에 휩싸이게 되죠. 이런 불안은 실제이기도 하고요.
 
 
 
 

강박은 에너지를 지나치게 투입해서 오는 결과입니다

 
우선 강박이 생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면,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불안 강박 증상이 심할 때 최선의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심리 요법을 함께 하는 것인데요. 우선 약물로 불안 강박 증상을 누그러트려 지친 마음이 다시 충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나 지나치게 미래에 대한 염려가 많은 성향을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불안과 강박을 치료하는 것은 일종의 ‘도’라고 보면 되는데요. 강박에서 멀어지고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이는 우리가 인생문제를 푸는 기존 방식과는 정반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어려움을 느끼면 계획을 잘 세워 의지력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강박은 오히려 그 문제에 대해 무관심해져야 합니다. 강박증 자체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투입한 결과이니 여기에 에너지를 더 투입하면 안 되는 거죠.
 
불안을 대처하는 마음 훈련으로 수용(acceptance)라는 것이 있습니다. 수용은 마음을 강제로 조정하지 말자는 건데요. 정의는 간단하지만, 실천이 어려운 이유가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조정을 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자꾸 조정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인데요. 불면증을 예로 들어볼까요?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은 잘 시간이 다가오면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불안이 발생합니다. 그걸 누그러트리기 위해 억지로 괜찮다고 내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들지만, 그 노력이 뇌를 더 각성 시키고 불안도 증가시키게 되죠. 그런데 오히려 잠을 자면 안 되는 곳, 예를 들어 강의를 들으러 가면 불편한 의자 위에서도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흔합니다.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잠이 오는 것이죠. 마음을 강제로 조정하지 않으니 불안이 줄어들고 마음이 이완되는 것입니다.
 
 
 
 

때론 내 인생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세요

 

 
이렇듯 마음 관리법에서 ‘수용’은 마음을 조정하지 않아 불안을 누그러트리고 마음을 이완시켜 주는데요. 수용이란 단어의 일반적인 뜻이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다 의미가 있다 보니 오해가 생겨 수용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조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습니다. 억지로 자신의 괴로운 상황을 참고 받아 들이는 것, 혹은 내 힘든 상황을 강제로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죠.
 
그게 아니라 내 인생을 주인공이 아닌 관객으로 보는 연습이라 생각하면 어떨까요? 우리는 보통, 자신을 인생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죠. 내 인생이기 때문에 모두가 열연을 펼치는데요. 배우가 자기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요? 영화가 완성되고 시사회 때 비로소 관객 입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내 인생을 잘 감상하려면, 가끔은 관객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주인공일 때는 불안하고 속상하고 우울한 이야기도,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수긍하며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삶의 무게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이를 ‘common humanity’란 용어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의미를 해석하면 ‘비슷한 인생’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주인공으로 삶을 느낄 땐 왜 내 인생만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 발짝 물러나 관객으로 내 인생을 바라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인생이 다 비슷하구나 하는 마음의 여유가 찾아 오게 될 겁니다. 지금부터 스크린 속 내 모습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