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길을 개척하다, 이란어 통번역가 정제희

불모지라 불리는 이란어 통번역계의 전문가, 정제희 대표. 수많은 기업, 정부 기관에서 통번역 일을 맡고 있는데요. 10여 년간 이란어를 배운 정제희 대표는 여전히 매일 2시간 동안 공부를 하고, 낡은 이란어 사전을 끼고 사는 노력파입니다. 롤모델이 없어 직접 롤모델이 됐다는 도전 정신 가득한 그녀를 소개합니다.
 

 
 
 
 

미지의 나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이란어 통번역 회사인 이란아토즈를 운영하고 있는 정제희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이란’의 이질적인 문화에 끌렸다고 합니다.
 
“선천적으로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인데다가 미국이나 일본, 중국처럼 널리 알려지고 가깝게 느껴지는 곳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어릴적부터 중앙아시아의 국가나 독특하고 이질적인 문화권이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정 대표는 스스로를 활자 중독이라고 표현할 만큼 어릴 적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외국어대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는데요. 중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여러 지역 중에서 ‘이란’에 가장 끌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하던 이란어학과를 진학한 뒤 방황을 많이 했다는데요.
 

이란어와 문화를 공부하러 이란으로 떠났던 정 대표

 
 
“이란어를 공부하는 건 재미있었지만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과 선배나 졸업생 중에 따를만한 롤 모델을 찾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졸업 후 전공과는 다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다니면 다닐수록 ‘이란어’에 대한 갈망이 커지더라고요. 시작했으면 끝까지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6개월만에 사직서를 내고 이란으로 떠났죠.”
 
 
 
 

낯선 언어를 제대로 익히기까지의 노력

 
정 대표는 이란의 명문대인 테헤란대학교에서 국제학 석사 과정을 밟았는데요. 대학 내에는 한국인이 4명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낯선 나라에서, 낯선 언어를 익히는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이란어’만큼은 누구보다 확실하게 익히자고 의지를 다졌는데요.
 
“일본이나 중국이 ‘이란’을 중요한 국가로 여기고 많은 학생들이 이란에서 공부하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이란을 생소한 나라로 여기는 게 안타까웠어요. 알고보면 이란의 문화는 한국 정서와 비슷한 부분이 많거든요. 가족중심의 사회 분위기나 명예를 중시하는 것도 그렇고요. 또 여타 중동국가와 비교해 여성들의 인권도 많이 보장하고 있죠.”
 

 
이란은 지리적으로는 중동에 속해있지만, 인종적으로는 레바논, 쿠웨이트 등의 아랍인과는 전혀 다른 민족인 ‘아리아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또한 아랍어와 마찬가지로 아랍 문자를 사용하지만 이란어는 전혀 다른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중동이 하나의 문화권으로 그려지다 보니 그녀에게 아랍어를 번역해달라는 일도 종종 생긴다고 하네요.
 
“아랍어와 이란어는 문자가 같기 때문에 읽을 수도 있고, 비슷한 단어들은 유추도 가능하지만 많이 달라요. 이란어는 구어와 문어의 체계가 달라서 쓰고 말할 때 제각기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하죠. 또한 언어적으로 동의어 반복을 좋아해서 마치 말하는 게 서사시처럼 들리며 운율이 있는 게 특징입니다.”
 
 
 
 

나만의 경쟁력으로 승부한다

 
정제희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온 뒤 통번역회사인 이란아토즈를 차렸는데요. 1년 만에 이란어 통번역 전문가는 ‘정제희’라는 인식이 생겼을 만큼 바쁘게 지냈습니다. 대기업 임원들의 수행 통역은 물론 이란어 문학 번역이나 영화 자막까지 도맡았죠.
 
“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아이스 브레이킹’을 잘한다는 점 같아요. 어떤 말을 해야 이란 사람들의 딱딱한 분위기가 풀리는지 현지에서 몸소 배웠거든요. 또 대학 때부터 VIP 통역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이 요구하는 언어의 특징을 이해했던 것도 도움이 됐죠.”
 

 
그녀는 이란에서 지내는 5년간 글자 하나를 알아듣지 못하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언어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가지고 2시간씩 매일 이란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이 늦게 끝나더라도 어기는 법이 없다고 하네요.
 
“저는 통번역사로서 ‘이란어’를 잘하는 건 아주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이란어 시장이 좁아서 제가 유명해졌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저는 시장이 넓고 사람이 많아져도 ‘정제희’라는 사람을 찾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통번역에 임하고 있어요.”
 
정제희 대표는 인구가 많은 이란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라고 했는데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란에 관심을 가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도 도전하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란과 한국의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로 활약할 정제희 대표, 그녀의 남다른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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