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네의 모습을 간직한, 계동길

오랜 세월 ‘계동’이라 불린 골목, 조선시대에는 왕족과 권문세가들의 주거지였고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이 살던 곳이었습니다. 한옥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계동길의 현재는 소박하고 정겹습니다.
 

 
 
계동길은 북촌한옥마을과 창덕궁 사이, 안국역 3번 출구에서 중앙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작은 골목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서민의료기관이었던 제생원이 있던 곳이었기에 ‘제생동’이라고 불렸는데요. 이후 ‘계생동’으로 바뀌었다가 ‘기생동’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 지금의 ‘계동’이란 동명으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계동길 골목은 100년 이상의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데요. 변하지 않고 묵묵히 한 길을 걷고 있는 기름집, 사진관 등 올곧은 가치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계동길만의 색깔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소박한 모습이 정겨운 산책로

 

 
멋 부리지 않은 노란색 간판이 인상적인 ‘대구 참기름집’은 1950년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대구에서 서울로 시집을 왔던 전 가게 주인이 붙인 상호명을 현재 주인이 그대로 이어 쓰고 있는데요. 본인도 대구 출신이라 굳이 상호를 바꿀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40년 넘게 전통방식으로 기름을 짜 온 주인 서씨는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나는 그냥 내 방식대로 해. 옛날 방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어”라며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가마솥에 깨를 볶아 참기름을 짜내는 시간엔 계동길이 더욱 고소해집니다. 오랜 단골들은 “향과 맛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아 칭찬합니다. 최근에는 서울시에서 선정한 오래된 가게를 뜻하는 ‘오래 가게’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죠.
 

 
물나무 사진관은 흑백사진 전문 사진관인데요. 현재의 모습을 흑백사진에 담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죠. 흑백사진은 디지털 사진이 줄 수 없는 질감과 분위기, 여운까지 담아내니까요.
 
60여 년 전 이곳은 양은냄비 공장이었는데요. 당시의 벽을 그대로 살려 사진관으로 재탄생 시켰죠. 한 공간에서 스쳐 지나간 여러 시대를 구경하는 묘한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물나무 사진관에서 나오면 중앙 목욕탕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1968년까지는 중앙고등학교 운동부의 목욕탕으로 사용되다가 1969년부터 대중탕으로 이용됐습니다.
 
650원으로 시작했던 요금이 5000원이 되던 해에 문을 닫았는데요. 역사적인 장소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목욕탕’이라는 공간의 특색과 정서를 그대로 살려 지금은 쇼룸으로 운영하고 있죠.
 
간판, 건물 외벽, 목욕탕 타일 등은 그대로 보존된 터라 아직도 중앙목욕탕으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오랜 세월 이곳의 단골이었던 한 동네 주민은 “온 가족이 단골로 다녔어. 요금은 올려도 좋으니 오래오래 있어달라고 했는데 결국 문을 닫아서 섭섭해. 그래도 간판이 그대로니 잊혀지지 않아서 좋아”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계동길의 끝에는 중앙고등학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 ‘도깨비’ 등의 촬영지로 외국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는 곳이죠. 학교 내 숙직실은 3·1 만세운동이 계획되던 곳으로 지금은 당시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3·1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중앙고등학교를 등지고 골목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곳곳에 있는 오래된 밥집에서 출출한 배를 채워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렇듯 계동길에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야기와 온기가 가득한데요. 이 겨울, 마음이 훈훈해지는 계동길을 함께 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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