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서울 염소> 오인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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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앉아 있으면 종종 책 추천을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 되곤 합니다.  
 
‘아무거나’ 해달라는 손님이 가장 많습니다.  
‘읽으면서 쉬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들어야 한다’고  
묘하게 까다로운 주문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얼마 전에는 푸릇푸릇한 어린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무척 더운 날이었습니다. 시원한 커피를 한잔 내려 드렸습니다.  
그 손님은 저에게 책을 추천해달라 했습니다. 긴장했는지 조금 떨고 있었습니다.
 
“어떤 책을 추천해드리면 좋을까요.”  
제가 되물었습니다.
 
“음..그냥.. 뭔가 혼란스럽고 답 없는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요.”  
청년이 말했습니다.
 
“‘혼란스럽다’라…어떤 책이 좋을까요.”  
제가 되물었습니다.
 
 
소크라테스식 화법을 흉내 내는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 같이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질문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청년은 자기 상황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얼마 전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고,  
자기가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서울생활에 많이 혼란스럽고,  
고향에서도 충분히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이제와 들지만 확신은 없다고.  
 
아주 자주 꿈은 현실에 위협을 당하는 신세가 됩니다.  
나는 무엇보다 그의 꿈이 안전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어떤 책 한 권을 쥐여주었습니다.  
 
꼭 읽으세요. 곁에 두고 힘들 때마다 읽어요.  
당부했습니다.  
 
그가 돌아가고 나서 한동안, 저는 그가 느꼈을 ‘이방인’의 느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란 나 같은 사람은 느낄 수 없을 기분.  
타지인으로서 느껴지는 서울의 무정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이 편리가 조장하는 외로움은 얼마나 크고 무거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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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숙의 <서울 염소>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도시생활에 겁을 먹고 숨을 빼앗긴 한 사람.  
서울에서 자꾸만 벗어나려 하는 그를 6,570일간 사진으로 기록하며  
곁에서 지켜보아 준 그의 아내.  
깊고 오랜 여운을 주었던 사진집이자 에세이집입니다.  
 
정작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는  
가장이 받는 스트레스라던가 진정한 부부의 역할이라던가,  
혹은 진정한 나를 찾는 일 같은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그 날 책방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저는 서울을 다시 보아보았습니다.  
 
가로등과 불 켜진 사무실, 골목길과 빌딩, 사람들의 옆얼굴과 발걸음.  
알다가도 모르겠는 나의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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