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복이 심해져서 걱정이에요

윤대현의 행복처방전 25화 배너
 
 

Q. 갈수록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것 같아요

 
어제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는데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 갑자기 우울한 생각이 들어서 집에 와버렸어요. 괜히 친구들 기분까지 다 망쳐버린 거죠. 그런데 요즘 들어 이렇게 즐겁게 놀다가 갑자기 우울해지고, 슬퍼하다가 웃기는 걸 보면 박장대소하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제가 감정에 솔직해진 건지 아니면 변덕이 심해진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혹시 저, 조울증에 걸린 건 아니겠죠?
 
박스에 앉아있는 여자와 박스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을 그린 일러스트
 
 
 
 

A. 감수성이 예민한 것과 조울증은 다릅니다

 
감정 기복을 경험하게 되면 내가 조울증이 아닐까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감수성이 예민한 것이지 조울증을 앓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데요. 희로애락 중 긍정적인 감정을 더 느끼는 날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더 느끼게 되는 날도 있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을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인간이 평생 살면서 느끼는 감정의 평균값은 약간 우울한 쪽이라고 생각하죠. 단순히 생각해도 우리는 작년보다 한 살 더 먹었고 그만큼 늙었습니다. 이처럼 노화를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그렇게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듯이 삶에는 우울한 구석이 많습니다.
 
 
 
 

널뛰는 마음은 예술가의 기질

 
감정 기복은 마음이 널뛰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감정 기복이 심해서 사는 게 피곤하다고 하죠. 마음이 고요하고 평탄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니 희로애락을 너무 많이 느끼고 지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널 뛰는 마음이 창조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문화예술이 인류 탄생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번창하고 있는 건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강력한 감성적 쾌감 때문입니다. 그 쾌감엔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고, 때로는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며 용기를 주는 힘이 담겨 있죠. 음악을 예로 들어볼까요?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쾌감은 한 마디로 변화입니다. 음의 고저와 강약, 그리고 빠르기, 이 세 축의 변화에 여러 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화성학적 변화까지 첨가하면 수많은 변이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우리 뇌는 그런 다양한 변화에 깊은 감동과 쾌감을 느끼죠.
 
이 변화라는 창조적 작업이 결국은 작곡자 마음의 변화를 표현한 것이기 때문일까요? 작곡가를 포함한 다양한 창조적 예술가들을 보면 일반인보다 정서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빈도가 훨씬 높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예민하고 섬세하게 반응하는 감성 반응 시스템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정신의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결과가 흥미로운데요.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과 그 친척 삼 십만 명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추적조사 했을 때, 감정 기복이 심하게 나타나는 조울증과 친척들 가운데서 창조적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정상군보다 1.5배나 많았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은 창조적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결과죠. 혹시 지능 지수가 높아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확인해봤지만 그와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울적한 마음을 일으켜주는 4가지 기분 촉진제

 
음악을 틀어놓고 요가하는 여자를 그린 일러스트
 
 
 
 
영어로 블루스(blues), 마음이 가라앉고 울적해진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블루스 하다고 해서 우울증처럼 의학적 치료가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죠. 살다 보면 울적한 마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기에 한순간도 우울하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블루스한 감정을 즐기는 여유도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울적한 마음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겠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발간한 건강 리포트에 소개된 4가지 기분 촉진제를 알아볼까요?
 
마음이 울적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첫 번째 기분 촉진제, 운동입니다. 세포까지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신경 세포 기능을 개선시켜 감정을 긍정적으로 조정해줍니다. 운동을 하고 나서 느끼는 상쾌함이 그것이죠. 빠르게 기분을 업 시키고 싶을 땐 빠르게 걷기 30분, 에어로빅 댄스, 테니스 시합 같은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가볍게 걷는 수준의 운동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기분 촉진제는 명상입니다. 명상은 긍정적인 감정을 촉진하고 두려움과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줍니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도 줄여주면서 심장 박동이나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요가 명상 수업을 다니거나 관련 책과 영상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하는 것도 방법인데요. 너무 바쁘다면 틈틈이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서 3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반응을 합니다.
 
세 번째는 사회적 관계 형성입니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외로움은 울적한 마음이 들게 하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냄으로써 기분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혼자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도 막아줍니다.
 
네 번째 기분 촉진제는 삶의 목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어서 정신이 맑게 유지됩니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서 하는 것, 의미 있는 봉사를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죠.
 
자신의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섬세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예술가의 감성을 갖고 태어난 것입니다. 마음을 억지로 평평하게 다림질하지 마시고 창조적인 감성을 마음껏 즐기면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 이미지/ imgn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