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를 담은 손익계산서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재무제표를 아시나요? 바로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DBL)’입니다.
 
나무재질의 블럭을 쌓는 사람
 
일반적인 기업들은 매출액, 영업이익 등 경제적 이익을 계산해 손익계산서의 가장 끝에 당기순이익을 기재합니다. 이러한 회계 장부를 ‘바텀 라인(Bottom Line)’이라고 부르는데요. 기업의 성과를 논할 때 당기순이익 등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더블 바텀 라인은 회계 장부를 만들 때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싱글 바텀 라인에선 경제적 가치만 계산했다면 더블 바텀 라인은 사회적 가치도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죠. 경제적 이익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도 기업 경영 성과를 평가할 때 주요 지표로서 반영하게 됩니다.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회계 시스템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회계 시스템인 더블 바텀 라인은 기존 손익계산서에선 비용에 해당되는 항목들이 이익으로 집계됩니다. 경영 활동 가운데 사회 발전에 기여한 정도를 측정해서 회계적으로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Summary Report를 보면서 토론하는 두 남자의 손
 
예들 들어 제조기업의 생산설비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나 폐기물을 줄이면, 동일한 분량의 해당 물질을 처리하는 비용만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계산합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여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 것으로 간주하는데요. 사회 전체적으로 소요되는 에너지 생산 비용을 감축시켰기 때문입니다. 절전형 제품을 출시하거나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현장에서 사용할 경우에도 종전과 비교해 줄어든 전기요금은 새롭게 창출된 사회적 가치로 보며, 장애인 고용을 늘려도 사회적 이익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더블 바텀 라인 기준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판단해 이익으로 잡힙니다. 임직원들의 기부금이나 회사 차원의 지원금 등 직접적인 사회공헌은 회계적으로 쉽게 산출할 수 있는 항목이죠.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인식하며 그러한 활동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틀에서의 경제적 효과를 놓고 봤을 때는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 주주들에게 이익 가운데 일부를 환원하는 배당,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임금까지도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인정되는데요. 기존 기업들의 회계에선 비용으로 처리됐던 항목들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더블 바텀 라인에선 오히려 이익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더블 바텀 라인 도입에 앞장서는 기업

 
세 사람이 오른손을 포개서 겹친 사진
 
한국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기업 회계 시스템에 재무제표 가운데 하나로 반영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적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SK그룹이 대표적이죠.
 
SK는 올해부터 더블 바텀 라인을 회계 시스템에 도입하기로 했고, 일부 계열사는 이미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실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조6400억 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는데 같은 기간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보니 7조13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적 가치에 버금가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 셈이죠.
 
SK하이닉스는 사회적 가치 측정을 위해 정량화된 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부터 약 3개월간 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외부 전문가 및 교수 등과 논의해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올 초 사회적 가치 창출 담당 조직을 신설, 반도체 사업을 기반으로 새롭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 및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조 공정에서 수질·대기 등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저전력 신제품 개발과 생산을 주도해 에너지를 절감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협력사의 환경, 안전, 건강 수준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고요.
 
 
 
 

사회적 가치 추구로 블루오션 창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회계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하는 것은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강연하는 모습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강연자로 나서 “현재 비즈니스는 나이가 많은 문제가 있다. 성장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 그 자체의 목적 외에도 숨어 있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처럼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장기 발전 가능성이나 교육·문화적 특성, 임직원들의 만족감 등 무형적 가치는 반영되기 쉽지 않은 요소들이죠.
 
그래서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활동에 적극 나섰는데요. 대표적으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공유하는 공유 경제를 실천합니다. 예컨대 SK에너지는 전국의 주유소를 ‘공유 인프라’로 사회에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른 기업들도 공유 인프라 사업에 나설 경우 거대한 사회적 인프라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가 돈이나 다른 재화로 교환되는 시장이 생겨날 수도 있죠. 실제 최 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기존에는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였으나, 이제는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화를 위해 기업의 내부자산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SK가 선도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이 확장되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경제 활동 기업과 개인이 늘어나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동시에 지속발전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 파이낸셜뉴스 조지민 기자  이미지/ MEDIA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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