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투자로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착한 기업
‘아라베스크’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딥 체인지(Deep Change,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
 
SK 최태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가 곧 상품과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BL)을 강조했는데요.
 
이제 기업의 생존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업에 대한 본질적 고민에서 시작되죠. 착한 일을 따로 하기보다는 본업이 곧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실행에 옮기는 것. 이러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글로벌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산운용사가 수익만 쫓는 것은 바람직할까?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고객의 돈을 불려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숫자만 보고 진행한 투자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죠. 자산운용사가 석유회사에 투자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석유회사는 투자를 받을 수록 주가가 높아지고 자금 조달 비용은 낮아집니다. 그러면 석유회사는 대규모 투자를 하고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죠.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석유회사들이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수익률만 쫓는 자산운용사들 덕분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에 따르면 전 세계 자산운용사들이 관리하는 돈의 규모는 2015년 기준 78조 7,000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한화로 8.8조경에 달하는 이 돈은 어떤 산업이든 움직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입니다. 만약 자산운용사들이 좀 더 일찍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석유회사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만으로 그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겠죠.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착한 투자 ESG

 
그래서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한 착한 투자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융사가 투자할 때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ESG 투자’를 일컫는데요. ‘책임 투자’(Responsible Investment)라고도 부르는 ESG 투자에는 단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자산운용사의 근본적인 목표인 수익률입니다.
 
ESG란? 기업이 얼마나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배구조가 투명한지를 근거로 투자하는 기법을 말한다.
 
 
‘착한 사람은 항상 손해를 보고 산다’는 말처럼 투자에서도 착한 기업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탄소 배출 저감장치를 설치해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을 줄이고, 이사회에 남성과 여성의 비율을 같게 하는 것과 같은 행위들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ESG 투자가 수익률 차원에서 오히려 더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유럽의 자산운용사인 ‘아라베스크’입니다.
 
 
 
 

금융계의 테슬라를 꿈꾸다

 
아라베스크의 CEO 오마르 셀림(Omar Selim)은 유럽 투자은행 업계에서 잘 나가던 뱅커였습니다. 어느날 그는 수익률이 아닌 가치에 중점을 두는 자산운용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죠. 이슬람 율법에 따르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펀드를 준비하다가 ESG 투자에 눈을 뜨게 된 것인데요. 이후 몸 담고 있던 ‘바클레이스 캐피털’에서 독립해 동료들과 아라베스크 자산운용을 설립했습니다.
 
아라베스크 CEO 오마르 셀림의 사진과 그의 말, "우리는 금융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젊은 세대를 위한 책임투자 펀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멋진 금융상품을 만드는 것이죠. '금융이 돈을 벌어주어서'가 아니라 '내 돈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아라베스크는 ESG 펀드도 멋진 금융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테슬라가 기존의 전기차를 ‘착하면서도 매력적인 자동차’로 바꿔서 성공한 것처럼, 아라베스크의 목표도 책임투자 펀드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테슬라 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압도하는 성능을 가졌듯이 ESG 펀드도 非 ESG 펀드를 뛰어넘는 투자수익률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죠.
 
 
 
 

ESG 투자와 수익률의 상관관계

 
아라베스크의 온라인 플레폼 에스-레이. 전 세계에 상장된 7만 7,000여 개 기업의 정보를 매일 수집해 자금유동성과 회계 분석, '글로벌 콤팩트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ESG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선별된 4000여 개의 기업들을 산업/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한다.
 
 
아라베스크가 옥스포드 대학교와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책임투자와 투자수익률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이는 아라베스크 펀드의 성과에서 나타났죠. 아라베스크에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 ‘아라베스크 프라임’과 시스템 투자(자동매매)를 하는 ‘아라베스크 시스테마틱’ 두 가지 상품이 있는데요. 두 펀드가 설립된 2014년 8월 이후 수익률이 각각 23.72% 와 32.88%로,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기준 상위 30%와 5%에 들었습니다. 시장 대비 수익률로 봤을 때 프라임은 1.28% 포인트가 낮고, 시스테마틱은 7.88% 포인트 높은 수치죠. 프라임의 경우 시장수익률보다 다소 낮지만 큰 차이는 아니며, 시스테마틱의 경우 시장수익률을 크게 추월하고 있습니다.
 
 
 
 

착하고 수익률 높은 투자 상품

 
이처럼 시스테마틱이 강한 이유는 ESG투자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책임투자가 아니라 최첨단 금융 투자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퀀트와 시스템 투자를 내세워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목표로 하죠. 그렇다면 ESG 펀드가 투자 수익률이 더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ESG에 문제 있는 기업들이 언젠가 사고를 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업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펀드 포트폴리오에 그 기업이 들어가 있으면 수익률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폭스바겐인데요. 예전부터 지배 구조나 노사문제가 반복적으로 벌어졌던 폭스바겐의 문제는 결국 배기가스 조작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라베스크의 CEO 오마르 셀림은 과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기(Fraud)가 발생하는 기업들은 그전부터 나쁜 일들이 반복된다”, “우리는 이런 신호를 통해 회사가 내부적으로 부패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책임투자 회사 ‘아라베스크’

 
노트북과 차트를 놓고 대화하는 두 사람
 
 
아라베스크는 책임투자를 하는 기업이지만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들은 기업의 미션을 ‘책임투자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아라베스크가 ESG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고객에게 돌려줄수록 책임투자의 매력이 높아지고, 더 많은 투자자가 책임투자 펀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결국 다른 기업들도 ESG의 중요함을 깨닫고 변화를 따라가게 되죠. 이처럼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는 굳이 착한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업의 본질을 찾고 그것을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아라베스크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입니다.
 
 
 
 
글/ 매일경제 이덕주 기자 이미지/ MEDIA 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