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봄날을 꿈꾸는, 이대 삼거리 꽃길

패션으로 유행을 선도하고, 젊음과 문화의 상징이었던 이대 삼거리 꽃길. 지금의 이화여대5길에 위치한 이곳은 싱그러운 청춘들의 자유와 낭만이 깃든 추억의 골목인데요. 한 때 쇠락의 길을 걷다가 최근 골목 상권의 부활을 외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란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까지 강북을 주름잡던 이대 앞 패션 골목 ‘삼거리 꽃길’은 사계절 내내 봄날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는데요. 미로처럼 이어지는 작은 골목에는 인도, 태국, 일본풍의 개성을 드러낸 독특한 옷가게와 여심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옷과 패션소품이 불티나게 팔리며 덩달아 인근의 미용실도 성행했는데요.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했던 패션의 중심지로 골목마다 생기가 흘러 넘쳤죠. 밤낮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북적댔던 건 말할 필요도 없고요.
 
 
 
 

추억이 서린 패션 골목

 
이화여대 5길 표지판이 붙어 있는 담벼락
 
 
당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주도하던 대학생들의 상징적인 아지트이자 유행에 가장 민감한 핫 플레이스였던 이 골목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그 색깔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상권이 홍대 앞으로 옮겨진데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 패션 아울렛 등이 급부상하며 유행과 소비의 흐름이 바뀌어버린 것이죠.
 
한동안 조용했던 이 골목이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된 데는 중국인 관광객들 덕분인데요. 이화여대의 ‘이화(梨花)’ 중국어 발음이 ‘돈이 불어나다’라는 뜻의 중국어 ‘리파(利發)’와 발음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기 때문이죠.
 
 
이화여대 삼거리 꽃길 리더 옷수선 간판이 보이는  안쪽 골목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옷 수선집들도 떠나지 않고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요. 이 또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부추기는 이유가 되겠죠. 이대 앞 삼거리 꽃길로 불리는 좁고 작은 골목에는 청바지 수선이 주특기라 소문난 ‘리더옷수선’ 가게가 있습니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후미진 골목에 있지만 야무지고 꼼꼼한 수선 솜씨에 반한 단골은 오랜 세월 가게 문턱을 넘나듭니다. 비결이 뭘까 궁금해 물었더니 “수선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려고 해요. 다림질을 하기 전에도 시침질부터 합니다. 시침질이야 말로 수선하기 전, 기본 중의 기본이거든요.”라고 김재현 수선전문가가 겸손한 얼굴로 답했습니다.
 
 
청바지를 수선하는 모습
 
 
30년 째 이곳에서 수선 가게를 운영하셨다고 하는데요. “하면 할수록 어렵죠. 하지만 어려운 옷을 완벽하게 만들어냈을 때,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며 보람찬 순간을 전했습니다.
 
‘못 고치는 거 빼고 다 고친다’는 수선의 메카 이대 앞에서 유일하게 가방을 전문으로 수선·리폼 하는 가게 ‘신대륙’도 있습니다.
 
 
가방 수선전문 업체 신대륙 입구와 진열된 실타래
 
 
전 세계를 누비고 온 여행 가방부터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손때 묻은 가방까지 다양한 사연을 품은 가방들이 전국에서 도착하는데요. 주인장 내외의 손길을 거치며 쓸모 있게 재탄생 된다고 합니다.
 
 
이대 광장 마켓이 열리는 대현문화공원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이대 광장 마켓’에서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삼거리 꽃길 건너편의 대현문화공원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야외 시장이 열리는데요. 유행의 발화점이었던 예전처럼 핸드메이드 소품, 먹거리, 생활용품 등 여러 아이템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이대 광장 마켓 현장 사진
 
 
녹음 짙은 공원에서 흥을 더하는 거리공연도 펼쳐진다고 하니, 꽃잎 날리듯 마음이 먼저 설레는데요. 4월을 만끽하는 봄 골목 여행은 이화여대 삼거리 꽃길에서 시작해보세요.
 
 
일러스트로 그린 이대 삼거리 꽃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