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행복해지는 ‘워라밸’의 마법

욜로(YOLO)에 이어 올해는 ‘소확행(小確幸)’이라는 행복론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소확행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는 것처럼 평범하고 소소한 행복을 뜻하는 말입니다.
 
워라밸을 표현하는 목각인형
 
 
어떤 형태의 행복이든 전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있습니다. 휴식 없이는 행복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죠. 최근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 근로자들도 워라밸을 보장받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는데요. SK를 비롯해 삼성·현대차·신세계 등의 기업들이 내년 법 시행에 앞서 선도적으로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쉴 줄 아는 행복한 직원이 업무 효율성도 좋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워라밸의 시작, 52시간 근무제와 유연근무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새 시대의 인재는 삶과 일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조직문화의 딥체인지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SK의 딥체인지는 현재 진행 중인데요.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와 유연근무제를 시범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론적으로 주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하던 근로를 52시간으로 줄이고,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 근무’라는 기본 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효율이 높은 시간에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제도는 사무직뿐만 아니라 공장 현장에서 일하는 연구·개발·생산직 등 전 임직원에게 해당합니다.
 
6시 정각을 가르키고 있는 흑판 벽시계 
 
SK텔레콤은 한발 더 나아가서 2주 단위로 쪼갠 자율적 선택근무제(유연근무제)를 2분기부터 도입합니다. 2주 80시간 범위에서 이번 주는 30시간, 다음 주는 50시간을 일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의무 근무시간을 강제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일하는 요일과 쉬는 요일을 자유롭게 정해 학원 수강이나 운동 등 자기계발을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죠. 또,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은 전 직원이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도록 하는 ‘슈퍼 프라이데이’도 도입했습니다.
 
 
 
 

워라밸의 진화, 돌봄 휴직 제도와 빅 브레이크

 
아이 신발을 들고 있는 부부의 손을 클로즈업한 사진 
 
워라밸의 보장은 휴가 확대로 이어집니다. SK텔레콤의 여직원은 임신과 동시에 출산 전까지 하루 6시간 단축 근무하면서 출산 준비를 할 수 있고,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면 ‘입학 자녀 돌봄 휴직 제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든 어머니든 관계 없죠. 난임 치료를 목적으로 유급 1일, 무급 2일 휴가를 쓸 수 있는 ‘난임 휴가제’도 올해부터 시행 중입니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들은 ‘빅 브레이크(Big Break)’라는 이름의 휴가도 독려 중인데요. 근무일 기준 10일, 주말 포함 16일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휴가를 쓸 때는 상사의 결재를 없애서 눈치 볼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철저히 본인 의사에 따른 ‘휴가 셀프 승인’인 거죠. 아울러 ‘육아휴직 자동 전환제’를 실시해서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동시에 부여하고 1년 3개월의 긴 휴가를 보장받습니다.
 
 
 
 

경영 스타일만큼 다른 워라밸 스타일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사람들
 
 
기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직원의 워라밸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매주 수요일을 ‘스마트 데이’로 정하고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킵니다. 퇴근 버스의 운행시간을 앞당기고 식당도 일찍 문을 닫아버리죠. 롯데그룹은 퇴근 시간을 넘기면 컴퓨터를 자동으로 로그아웃하는 프로그램을 전 직원의 컴퓨터에 설치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상사 눈치를 보면서 셀프 야근하는 케이스를 방지하려는 목적입니다.
 
신세계그룹은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근무 제도 혁신 TF를 꾸리고 근무시간 단축이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대신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 오후 2시부터 4시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했고,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성이 대폭 향상됐다고 합니다.
 
휴가 제도도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CJ그룹은 유급휴가와 무급 휴가를 각각 2주씩 4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올해부터 시행 중인데, 벌써 60% 이상의 직원들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한항공은 직원 누구나 최대 3년까지 휴직이 가능한 상시 휴직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요. 팀장, 그룹장 등을 대상으로는 1개월의 휴가를 보장하는 ‘보직자 리프레시먼트’제도도 있습니다. 금호건설은 연차휴가 사용 시 신청 사유를 보고하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게 한 것이죠. 그 밖에도 GS칼텍스와 두산그룹, 에쓰오일도 SK이노베이션의 빅 브레이크처럼 직원들의 2주 장기 휴가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제2의 ‘주5일근무제’를 꿈꾼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놀토’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학교나 기업에서 격주로 시행하던 토요휴업일을 부르는 말인데요. 지금은 주5일근무제가 자연스럽지만 불과 7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존재였죠. 주 52시간 근로와 유연근무제, 육아휴직·장기 휴가도 주5일근무제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스며드는 날이 올 것입니다.
 
깍지 낀 두 손을 머리 뒤로 올리고 의자에 기댄 남자의 뒷모습 
 
 
사람들의 인식은 벌써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닐슨코리아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5%가 ‘연봉이 적더라도 일과 삶의 균형을 적절히 지킬 수 있는 회사’를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일과 가정생활 중 일이 우선이라고 답한 사람은 43.1%로 2015년 조사보다 10.6%나 감소했습니다.
 
글 서두에 소확행과 욜로, 그리고 워라밸을 소개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외국에서 먼저 유행한 외래어이기 때문인데요. (소확행은 일본식 한자어) 어쩌면 우리는 아직 행복론을 만들어낼 만큼 행복해지는 방법을 몰랐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업의 워라밸 문화 확산으로 우리만의 행복론이 하나쯤은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