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감독이 펑펑 운 사연, SK나이츠의 마지막 승부

프로농구 두 번째 시즌인 1997-98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SK나이츠. 당시 최고의 센터로 활약하던 서장훈 선수를 앞세우며 2000년 영광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4월 18일, SK나이츠는 한국 프로농구 챔피언의 왕좌를 18년 만에 다시 차지할 수 있었는데요. SK나이츠의 두 번째 우승 뒤에는 5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문 ‘람보슈터’ 문경은 감독이 있었습니다.
 

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우승 직후 눈물을 흘리는 SK나이츠의 문경은 감독

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우승 직후 눈물을 흘리는 SK나이츠의 문경은 감독

 
 
 

18년 만에 새로 쓴 우승의 역사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팬들 사이에서 동방신기 챔프전으로 불렸습니다. DB프로미와 SK나이츠의 앞글자를 따서 DBSK, 즉 동방신기의 약자로 풀이했기 때문이죠. 드디어 점프볼과 함께 두 팀의 숨 막히는 대결이 시작되고, SK나이츠 김민수와 화이트 선수 등이 무더기 3점슛을 터뜨렸으며, 여기에 김선형의 레이업슛이 더해지면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현역 시절 람보슈터로 불렸던 문경은 감독의 지략도 통했는데요. 체력이 떨어진 김선형, 김민수를 후반에 주로 투입하는 작전에 성공했고, 1, 2차전에서 대폭발한 DB프로미 디온테 버튼의 수비수로 벤치 멤버인 최원혁을 과감히 중용해 버튼의 폭발력을 억제시켰습니다. 또, 애런 헤인즈 대신 들어온 메이스가 3점슛을 쏠 수 있게 장려하면서 4승 2패 대역전 드라마를 이끌었는데요. 보통 국내 지도자들은 2미터가 넘는 선수들을 골 밑에서 활동하게 하거나 리바운드에 전념하게 하지만, 문 감독은 2m가 넘는 메이스가 3점슛을 쏘겠다고 하자 선수를 믿고 맡긴 것입니다.
 
SK나이츠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SK나이츠 선수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람보슈터의 뜨거운 눈물

 
‘0K SK’를 만든 문 감독의 ‘믿음의 농구’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메이스는 3, 4차전과 6차전에 무려 10개의 3점포를 터뜨리면서 SK나이츠 역전승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문 감독은 벤치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는데요. 현역 시절 무뚝뚝한 3점슈터로 별명도 람보슈터였던 문 감독의 눈물에는 여러 의미가 담긴 듯 보였습니다.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하는 문경은 감독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문경은 감독

 
 
 
문 감독의 뒤에는 5년 전 챔피언 결정전의 실패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에도 불구하고 SK나이츠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모비스에 4연패를 당하며 큰 좌절을 경험했는데요. 덕분에 문 감독은 항상 ‘문애런’이란 별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 별명은 문 감독과 애런 헤인즈의 이름을 합친 신조어로, 문 감독이 애런 헤인즈 선수에게만 의존한다는 비판적인 의미가 담겨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감독은 이번에 사상 최초 4연승이란 대기록을 쓰며 우승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승 후 우승소감을 발표하는 문경은 감독과 선수들
 
 

“문애런 이란 별명이 저를 키웠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는 문애런이란 별명이 좋습니다.”
 
명장의 반열에 오른 문경은 감독은 문애런이라는 별명에 대해 이제는 웃으며 말합니다. 그리고 애런 헤인즈가 없는 상황에서도 우승함으로써 문애런이 아니란 걸 증명했다면서, 함께 뛰어준 모든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습니다.
 
 
 
 

끈끈한 믿음으로 쌓아 올린 팀워크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최준용과 안영준 선수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최준용과 안영준 선수

 
 
 
“이런 말하면 건방지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문경은 감독님은 그냥 형 같아요. 실수를 해도 믿어주고, 자신감 있게 모든 것을 펼쳐 보여달라고 주문할 뿐이죠.”
 
SK나이츠의 18년 묵은 한을 풀어준 문경은 감독. 팀의 젊은 피, 최준용 선수는 문 감독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모래알 팀워크’로 비판받던 SK나이츠는 문 감독의 지휘 아래,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가 겹칠 때마다 하나로 뭉치는 끈끈한 모습을 보이며 정상에 우승 깃발을 기어이 꽂았습니다.
 
사람은 좋지만 샤프함과는 거리가 멀고 가끔 띵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는 의미에서 ‘문띵’이라는 별명이 있는 문 감독. 이번 우승으로 ‘스타 출신 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스포츠계의 속설을 보란 듯이 비웃어줬습니다. 그리고 프로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한 역대 3번째 인물이 되었습니다.
 

결승전 경기를 보고 있는 전희철 코치와 문경은 감독
 
 

“오늘은 감독님 말고 형이라고 한번 불러봐야겠어요”
 
12년 동안 문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전희철 코치가 취재진을 향해서 쑥스러운 듯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성격도 다르고 저와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만 이제는 눈빛만 봐도 통해요. 가족보다 경은이 형과 더 오래 지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실수를 눈감아 주는 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편, SK나이츠의 챔피언 결정전을 보기 위해서 SK 최태원 회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경기 시작부터 팬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여 팀을 응원한 최 회장은 우승이 확정되고 선수들의 힘찬 헹가래를 받았죠. 그리고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도 함께하며 기쁨을 나눴습니다.
 
문경은 감독을 헹가레치는 SK나이츠 선수단
 
 
 
 

이것이 농구다! SK나이츠의 마지막 승부

 

 
 
농구대잔치 시절, 이른 아침부터 표가 동나고 경기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던 인기는 이제 옛날이야기입니다. 야구의 인기에 밀려 농구는 어느덧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쓴소리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죠. 하지만 문 감독이 이끄는 SK나이츠의 농구는 상상 이상입니다. 4년 전 모비스에 4패를 할 때나 올 시즌 DB프로미를 상대로 대역전 드라마를 쓸 때나, 한결같이 팬들을 위해서 화끈한 농구를 합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힘쓰고 레이업보다는 농구의 꽃인 덩크슛을 지향합니다.
 

 
 
“문경은 감독님이 있었기 때문에 덩크 하는 가드 김선형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농구 암흑기 시절, 나홀로 덩크슛을 구사해 온 김선형은 문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문 감독은 점수를 떠나서 팬들이 좋아하는 농구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죠. 그리고 올 시즌엔 성적에서도 덩크슛을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세상 착한 농구단의 행보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6개월 간의 대장전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SK나이츠. 앞으로 8월 아시안 게임 등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가장 먼저 SK나이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봉사활동입니다.
 
세상 착한 농구단으로도 소문이 자자한 SK나이츠는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소외계층을 돕고, 청소년들에게 농구 지도를 하는 등 시즌 중에도 쉬지 않는 선행을 보여왔는데요. 특히 오는 6월, 장애인 복지기관 ‘양지바른’을 찾아가서 이번 우승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전했습니다.
 
SK나이츠의 우승은 농구 팬들에게 바치는 우승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017-2018 챔피언 결정전 우승 직후 찍은 SK나이츠 선수단 단체사진
 
 
우승 트로피를 안은 문경은 감독과 SK나이츠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는 순간,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경기장에서는 아무런 음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농구의 새 역사를 쓴 그들의 뒷모습에서 마치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 인기를 상징했던 노래, ‘마지막 승부’가 아련히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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