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사람이 아니라 진짜인 사람

재연 프로그램 작가가 그러더라고요. 우리는 보통 재연 프로그램이 현실의 이야기를 과장해 구성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래요. 취재를 해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실제보다 내용을 축소시켜 대본을 쓰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거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쓰면 사람들이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 하니까 그렇다는 거예요. 돌이켜보면 우리의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고,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더 많죠.
 
누군가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할 때는 논리적인 허점이 없도록 대비하듯이, 허구를 사실처럼 믿게 하는 대표적인 장르인 소설도 개연성이 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 소설가들이 노력을 거듭합니다. 그래서 내면 묘사를 섬세하게 하고 복선도 두는 거예요. 가짜가 진짜처럼 보이려면 결론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있어 그럴싸한 설득력을 가져야 하니까요. 그걸 전문 용어로 ‘핍진성을 확보한다’고 하죠.
 
반면 진짜는 신문 기사의 단신처럼 심플합니다.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실제 우리는 좀 어수룩하기도 하고 앞뒤가 안 맞기도 하고 행동에 있어 명확한 동기가 없기도 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자기를 가짜처럼 생각하고, 진짜처럼 보이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일관적인 캐릭터를 유지하려 노력하죠. 하지만 우리가 남들 보기 그럴싸한 데만 집착한다면 나의 진짜 캐릭터는 생명력을 잃고 말 거예요. 그럴듯하긴 하겠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클리셰 같은 조연이 돼버리는 거죠. 가끔은 이유 없이 그냥 하고 싶었던 걸 하기도 하고, 매번 다른 사람의 질문에 해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의심할 필요 없이 모두 진짜들이니까요.
 
 
웃는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
 
 

‘너무 그럴듯하면 일단 의심해봐야 돼.
 
진짜는 어딘가 어설프다구.
 
아귀가 딱딱 맞으면 십중팔구 소설이거나 사기야.’

 
– 김영하, ‘보물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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