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깊어지는 중입니다

많은 이들이 체육이나 예체능 수업을 자습으로 대체하는 학교에 다녔을 겁니다. 방과 후 자율 활동도 스포츠나 취미 활동은 거의 못했죠. 당장 필요하거나 꼭 해야 하는 것 위주로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문화에서 자라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노는 것조차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요. 여행지에 가서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도장깨기’ 하듯 돌아다니고, 사진과 영상을 열심히 찍습니다. 등산이나 달리기를 할 때도 목돈을 써서 장비 마련부터 하고요. 취미 생활을 할 때조차 큰 목표를 세우고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하곤 합니다. 눈에 보이는 당장의 결과가 있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거죠.
 
하지만 당장 쓸모 있는 일만 하다 보면 우리는 너무 가혹해져 금세 지쳐버리고 말 거예요. 우리가 모험한 시간들이 쌓여서 결국은 자신만의 유일한 캐릭터가 될 겁니다. 인생에는 반드시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달릴 땐 보지 못했던 풍경이 멈춰 섰을 때 보이기도 하고, 안에 있을 땐 몰랐지만 밖에 있을 때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성숙한 사람들은 거기서 자기만의 통찰을 얻어 내곤 하죠. 스티브 잡스도 말했습니다. 자신이 살며 경험한 실패들과 당장 필요 없어 보였던 경험들이 모두 점이 되었고, 돌이켜보니 자신의 인생에 핵심적인 선이 되어있더라고요. 당장 높아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대신 깊어지고 있는 중이니까요.
 
 
바닷가에서 튜브를 타고 있는 사람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 김동영,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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