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제약 산업에서 영그는 SK의 새로운 꿈

SK그룹이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지난 7월 12일, SK그룹의 투자 전문 지주사 SK 주식회사가 바이오 제약 시장에서 영토 확장을 위해 미국의 최대 바이오 제약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엠팩(AMPAC Fine Chemicals, 이하 엠팩) 지분을 100%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SK의 인수 소식을 접한 세간에서는 연일 업계 지각변동을 예측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며 SK에 합류한 엠팩

 
 

 
 
이번 인수는 국내 기업의 제약사 인수합병(M&A) 역사상 전례 없는 큰 규모입니다. 수천억 원대를 호가하는 해외 제약사 M&A가 성사된 드문 사례이기도 하죠. 바이오업계에서는 SK 주식회사의 이번 인수 가격이 약 7,000~8,0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SK는 해외 굴지의 제약사와 사모펀드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또다시 대형 M&A를 성공시키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지난해 6월 SK주식회사의 자회사 SK바이오텍이 글로벌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1년 만의 행보입니다. 연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아일랜드 공장 인수 자금까지 고려한다면 바이오 제약 사업에만 1년 새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SK가 이번에 인수한 엠팩은 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일까요?
 
 
 

고속성장 중인 CDMO 업계에서 엠팩의 가치

 
 
엠펙의 버지니아주 피터스버그 생산시설 전경

엠펙의 버지니아주 피터스버그 생산시설 전경

 
 
엠팩은 1998년 설립돼 항암제와 중추신경계, 심혈관 치료제 등에 들어가는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는 CDMO* 업체입니다. (CDMO 업체 : 생산설비를 갖추고 고객사 위탁을 받아 의약품을 생산, 개발하는 기업) 최근 CDMO 업체들의 성장세가 매섭습니다. 수치만 봐도 제약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4% 수준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선두 CDMO 업체들은 연평균 16%의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 분야로 특화하는 과정에서 의약품 생산을 외주 업체에 맡기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게 엠팩 역시 CDMO 선두업체로서 캘리포니아, 텍사스, 버지니아 등에 공장 3곳과 연구소 1곳을 바탕으로 매년 15%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액은 약 1조 7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K도 인수 당시 “엠팩의 생산시설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검사관 교육 장소로 활용할 만큼 최고 수준의 생산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습니다.  
 
 

업계 특성을 고려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다

 
 
회의하는 사람들
 
 
엠팩의 또 다른 강점은 글로벌 대형사들과 20년이 넘는 파트너쉽을 맺어온 역사가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유수 제약사들이 밀집돼 있는 서부 지역에 위치하면서 이들이 개발하는 혁신 신약의 임상, 상업 제품을 공급해온 것입니다.
 
보통 의약품 생산은 고도의 기술력과 품질관리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 공급업체를 자주 바꾸기보다는 오랜 시간 신뢰관계를 구축해온 파트너에게 생산을 맡기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장기 수주 계약을 선호하는 것이죠. SK가 엠팩이나 BMS처럼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평판을 쌓아온 전문 CDMO 업체들을 인수한 것도 이런 바이오 제약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번 인수는 갈수록 수출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보호 무역주의가 심해지는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가집니다. 미국은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반드시 미국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자국 우선 기조의 규제 강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보는 이런 수출 장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호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생산 규제에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죠.
 
 
 

눈에 띄게 달라진 SK의 바이오 역량

 
 
얄약자동 분류기
 
 
엠팩 인수를 계기로 SK의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은 기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며 단숨에 바이오 제약 CDMO 분야의 선두 지위를 넘보게 되었습니다. 엠팩 인수 전 SK는 한국 세종공장(16만 리터)과 대전공장(16만 리터), BMS의 아일랜드공장 8만 1000리터를 합해 연간 총 40만 1000리터의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엠팩 생산용량은 3곳 공장을 합해 무려 60만 리터에 달합니다. 이번 인수 덕분에 SK의 의약품 생산능력이 연간 100만 리터를 넘어서게 됐죠.
 
현재 생산용량 기준 세계 1위 기업은 연간 155만 리터의 생산능력을 가진 스위스의 지크프리트사입니다. 100만 리터 수준의 SK가 계획대로 한국과 아일랜드 공장, 엠팩 공장을 증설한다면 1위 기업의 생산규모를 따라잡는 것도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2020년까지 160만 리터로 늘려 글로벌 1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게 SK의 청사진인데요. 아슬람 말릭 엠팩 CEO 역시 인수가 성사된 뒤 “엠팩과 협력함으로써 최고의 글로벌 CDMO로 거듭나려는 SK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SK와 엠팩의 동행, 신성장동력 출현을 예고하다

 
 
SK㈜ 글로벌 CDMO 생산 체계

SK㈜ 글로벌 CDMO 생산 체계

 
 
SK가 이미 보유한 기존 의약품 사업과 엠팩이 낼 시너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SK 지주회사는 신약과 의약 중간체를 연구개발하는 SK바이오팜, 국내와 유럽 생산을 맡는 SK바이오텍, 미국 생산을 맡는 엠팩을 모두 100% 자회사로 보유하게 됐습니다.
 
현재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임상 3상 막바지 단계인데, 만약 연내 FDA 신약승인신청을 하고 내년 시장에 출시된다면 엠팩 생산시설을 통한 미국 현지 판매도 가능해지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SK바이오텍은 2020년까지 기업 가치 10조 원의 회사로 키운다는 게 SK그룹의 비전입니다. 목표가 실현된다면 향후 바이오산업이 SK의 양대 주력사업인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과 통신(SK텔레콤)을 뛰어넘는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오사업으로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가는 SK

 
 
의약품 생산설비
 
 
과감한 인수합병 덕분에 최근 ‘바이오 제약이 SK그룹의 차세대 먹거리’,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련의 행보가 과거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며 대박을 터뜨렸던 SK 반도체 역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SK는 2011년 적자에 허덕이던 반도체 기업 하이닉스를 3억 4267억 원에 사들여 7년 만에 시가총액 약 65조 원의 초대형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이외에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을 차례로 인수해 반도체 분야의 수직계열화도 완료했습니다. 그 결과 반도체는 정유·통신에 이은 SK그룹의 캐쉬카우로 우뚝 서게 됐죠.
 
이 같은 선례를 기억하는 산업계는 SK그룹이 엠팩 인수를 계기로 바이오 분야에서 반도체 신화 재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과연 이 신화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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