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 화이트 불편러

“오늘 점심은 짜장면으로 통일할까?” 여럿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흔히 보던 풍경입니다. 제안하는 사람은 대개 모임의 연장자이고, 짬뽕처럼 다른 선호를 표현하는 건 분위기를 깨는 행동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점심 풍경은 다릅니다.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진짜 먹고 싶은 메뉴를 시키며, 오이를 빼달라거나 소스를 따로 달라는 등 다소 번거로운 요청도 당당하게 합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걸까요?
 
 
와인을 거절하는 제스쳐
 
 
 

사소한 불편에도 의견을 내는 목소리

 
과거에는 다수를 위해 개인의 불편을 희생하는 것이 일종의 미덕이었습니다. ‘나 하나만 참으면 모두 편하니까’라고 생각하며 껄끄러운 마찰이 생기는 상황을 피했습니다. 이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조직의 상처를 곪게 만드는 부정적인 면도 있었죠.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일이 주워 담을 수 없이 넘쳐흐른 것입니다.
 
이런 단체주의의 문제점을 깨달은 밀레니얼 세대는 ‘내가 참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65.6%의 밀레니얼 세대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야 한다’고 말하며 스스로 불편러가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나의 관심과 참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거라 믿으며(60.4%)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화이트 불편러’가 탄생한 것입니다.
 
 
사회참여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 설문조사 결과
 
 
 

싫어하는 것도 존중해주시죠?

 
무언가를 싫어하는 감정은 교정의 대상으로 여겨지기 일쑤였습니다. 오이를 싫어한다고 밝히면 “몸에 좋은 건데 왜 안 먹어? 네가 안 먹어봐서 그래. 먹어봐”와 같은 잔소리가 늘 따라붙었죠.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지나친 참견에 맞서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로 뭉쳤습니다. 오이 사진에 모자이크를 하며 싫어하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오이를 강요하는 이들에겐 취향을 교정하려 하지 말고 존중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페이스북 페이지 콘텐츠

페이스북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커뮤니티

 
 
불편함을 당당히 이야기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처럼 취향의 영역에서도 불편함, 즉 ‘불호’를 밝히고 이를 존중해 달라 외치는 ‘싫존주의’를 추구합니다. 실제로 19~34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7.4%가 ‘싫.모’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불호를 표현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6개월 내 불호 표현 경험 여부
 
 
 

고정관념 브레이커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으로 당연하다 여겨져 왔던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기성세대보다 열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와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기성세대에겐 당연한 순서라 여겨지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2030의 과반수가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65.1%),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61.4%),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60.0%)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친척들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어른들이 덕담처럼 건네는 ‘우리 OO이 취업 축하한다. 이제 결혼해야지. 애인은 있니?’와 같은 말을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진로나 결혼, 자녀 계획 등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생각에 따라 결정하는 사생활이므로 함부로 참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불편한 덕담을 피하고자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않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건강한 불편러

 
사소한 불편함도 당당히 밝히고, 싫어하는 것마저 존중해 달라고 외치는 등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물론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존중받길 원하는 만큼 타인을 존중하는 것도 기본입니다. 2030세대의 75.2%는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63.1%는 거절과 같은 불호 표현을 정중하게 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건강한 화이트 불편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죠.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 설문조사 결과
 
 
이에 힘입어 최근 서점가에서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다치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말하는 기술’ 등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정중하게 전하는 방법을 다룬 책들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화이트 불편러 관련 서적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난히 힘들었던 여름과 가을장마까지 지나 어느새 9월입니다. 온 가족이 한데 모이는 추석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요.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간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의 골은 부정할 수 없지만,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어느 때보다 화목한 명절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먼저 존중하며 따뜻한 덕담을 주고받는 한가위가 되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대학내일20대연구소, <1934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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