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웹툰
‘죽음에 관하여’ 작가, 시니&혀노

사람들은 삶에 대해 자주 이야기합니다. 우정, 연애, 결혼 등 살아가는 중에 만나는 일들을 고민하고 대비하죠. 하지만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웹툰 <죽음에 관하여>는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옴니버스 구성의 여러 사건들로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죽음의 의미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재연재로 마니아들에게 ‘전설의 귀환’이라 칭송받은 <죽음에 관하여> 작가, 시니와 혀노를 만나봤습니다.
 
 
 

시작에 관하여

 
 
<죽음에 관하여> 작가 시니(왼쪽), 혀노(오른쪽)

<죽음에 관하여> 작가 시니(왼쪽), 혀노(오른쪽)

 
 
<죽음에 관하여>는 등장인물 ‘신’과 ‘죽은 자’들의 에피소드로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웹툰입니다. 2012년도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해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연재 종료 후 각자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두 작가는 2018년 <죽음에 관하여> 재연재를 통해 기존 에피소드 외에 새로운 외전 ‘이면’을 공개하며 다시 한번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습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현학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게 표현하면서도 죽음으로 삶을 반추하는 작품성으로 유명한데요. 연재할 당시 두 작가의 나이는 고작 스물셋이었습니다.
 
“구급차에서 근무하며 목격한 죽음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어요. 그때 느낀 죽음의 이면을 작품으로 조명하고 싶었죠.”
 
<죽음에 관하여>는 시니 작가의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소방 공익 구급 보조요원으로 근무한 시니 작가는 매일 수많은 사고와 사건 현장을 마주했다고 합니다. 격무 속에서 삶과 죽음이 갈리는 현장을 목격하고 망자를 보거나 사고를 수습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새벽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간단한 콘티로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대학 친구였던 혀노 작가가 시니 작가의 콘티를 그리면서 <죽음에 관하여>가 탄생했습니다. 두 작가는 <죽음에 관하여>를 통해 누군가 각색한 멋진 죽음이 아닌 ‘진짜 죽음’의 이면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죽음에 관하여> 콘티, 실제 연재된 만화, 작업 중인 시니와 혀노

(왼쪽부터) <죽음에 관하여> 콘티, 실제 연재된 만화, 작업 중인 시니와 혀노

 
 
“죽음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울 수 있기에, 지금의 삶을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니 작가의 진짜 경험을 각색한 덕분일까요? <죽음에 관하여>는 탄탄한 스토리와 극적 효과로 내용 전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관하여>가 데뷔작이었던 신인 작가들은 미리 제작해둔 6화까지만 연재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었죠. 다행히 작품은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엄청난 마니아층을 확보한 작품이 됐는데요. 독자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매일 영혼을 갈아 작품에 녹였다고 합니다. 이렇듯 많은 이들을 감화시킨 <죽음에 관하여>는 두 작가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작품에 관하여

 
 

 
 
“<죽음에 관하여>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만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두 작가에게 <죽음에 관하여>는 ‘만남’입니다. 대학 친구로 만난 둘은 시니 작가의 제안으로 우연찮게 함께 데뷔하게 됐는데요. 이 우연이 이제는 두 사람의 인생에 큰 업적이 됐습니다. 함께 고생한 결과물이자 우정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 <죽음에 관하여>. 두 작가는 연재 종료 이후 서로 다른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같은 작품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신기해 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작품이 자신들을 선택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두 작가에게서 오랜 우정이 묻어났습니다.
 
<죽음에 관하여>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에 잘 맞은 결과 같다고 전했습니다. 연재 당시에는 웹툰이란 것의 신선함과 ‘0.5화’를 작품 중간에 배치하는 연출, 옴니버스에 에피소드에 맞는 빠른 호흡의 전개로 사랑받았다면, 요즘은 미니 콘텐츠를 선호하는 트렌드에 잘 맞았다는 것이죠. 뛰어난 작품이 넘쳐나는 웹툰 시장에서 두 작가의 통찰력만으로 돋보이는 명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대목을 짐작하게 합니다.
 
시니와 혀노는 매 에피소드마다 구성부터 업로드까지 꽤 많은 수정과 협의를 거쳤다고 이야기합니다. 구체적으로 시니 작가는 스토리에 모순이나 빈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셀 수 없이 곱씹으며 이야기를 수정했습니다. 혀노 작가는 전체 스토리의 완급조절을 위해 작품의 연출을 협의하고 실제 구현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죠. 특히, 디테일한 표현을 위해 많은 수정을 했다고 합니다. 매번 온 신경을 쏟다 보면 지칠 만도 한데 시니와 혀노는 이 과정이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행복에 관하여

 
 
새로 출판된 <죽음에 관하여> 리마스터북에 사인 중인 혀노 작가

새로 출판된 <죽음에 관하여> 리마스터북에 사인 중인 혀노 작가

 
 
두 사람은 <죽음에 관하여>를 재연재 하기 전까지 각자의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동안 혀노 작가는 <남과여>, 시니 작가는 <아이덴티티> 등 히트작으로 각자의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관하여> 재연재는 이들이 몇 년 만에 진행한 공동 작업이었다고 하는데요. 오랜만의 협업이라 유독 진척이 빨랐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2012년 <죽음에 관하여>를 연재했던 때보다 서로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전했습니다.
 
“죽음에 관하여 연재를 끝내고 나니 시원섭섭했어요. 사실 내내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마음이 쓰였는데, 막상 ‘이면’까지 마무리하니 이젠 오롯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작인 <죽음에 관하여>의 큰 성공 이후 시니와 혀노는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끔은 <죽음에 관하여>를 좋게만 볼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는데요. 그런 두 사람에게 이번 재연재 및 특별 외전 <죽음에 관하여 - 이면>은 과거와 마주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덕분에 성장한 자신을 확인하고 차기작에 대한 내적 다짐도 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죽음에 관하여>를 오롯이 좋아할 수 있게 됐으며 웹툰 작가로 사는 행복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시니와 혀노는 만화를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연재하는 동안 구성과 마감, 독자들의 반응까지 정말 고된 일정과 부담감 속에서 일하지만, 그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니와 혀노는 행복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열정이 영원하면 좋겠어요. 이젠 그만 그려도 되지 않나 싶을 때까지 계속 만화를 좋아하고 그리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죽음을 주제로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 <죽음에 관하여>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또 한 번 큰 여운을 남긴 두 작가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독자들의 인생에서 잊히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들 곁에 찾아갈 것이라는 소식도 전했는데요. 언젠가 누군가의 인생작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올 두 작가를 응원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시니&혀노가 말하는 <죽음에 관하여> 깨알 TMI
 
1. 작품에 나오는 ‘신’의 모델은 혀노 작가의 지인. 실제로 매우 흡사하다고…
 
2. 시니, 혀노가 가장 애정하는 에피소드는 새로 작업한 특별 외전 ‘이면’
 
3. 작품 이름 때문에 진중할 것 같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굉장히 쾌활한 개구쟁이 스타일
 
4. 새로 출판된 <죽음에 관하여>리마스터 본은 혀노 작가가 모두 다시 그린 결과물
 
5. 두 작가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이유는 일보다 주로 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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