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물은 처음이지? 한국의 ‘비주얼 담당’ 건축물

사람들은 의미 있고 멋진 공간을 찾아가는 것을 여행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좋은 공간을 만났을 때 카메라를 드는 건 추억을 기록하기 위한 나름의 본능이겠죠. 특별한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은 그 자체로 여행의 훌륭한 목적지가 되는데요. 이번 주말, 건축가들도 인정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의 가우디 차운기의 유작 ‘12주 건물’

 
 

출처: 인스타그램 @haeyunchung

 
 
작은 골목들 사이사이로 예쁘고 독특한 건물이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서촌. 그곳에는 ‘한국의 가우디’로 불렸던 건축가 고(故) 차운기의 유작인 ‘12주 건물’이 있습니다. 원래 한옥이 있던 자리에서 나온 주춧돌 12개를 발판석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서촌을 거닐다 12주 건물을 만나면 마치 바르셀로나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12주 건물은 자연의 요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벽을 타고 자라는 나무는 자연을 끌어안고, 건물은 날카로운 직선보다 완만한 곡선으로 만들어져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합니다. 특히 자연에서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문고리처럼 디테일한 부분은 저마다의 생김새가 있습니다. 12주 건물을 보면서 우리는 반듯함을 강요하고 규칙이 가득한 세상에서 무규칙이 주는 작은 위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INFO.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그리스 신전처럼 웅장한 주민자치센터 ‘The void’

 
 

출처: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지어진 건물에는 절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아우라가 있기 마련입니다. 전라남도 신안의 조용한 섬마을 압해도에 위치한 ‘The void’가 그렇죠. 도드라지는 세련미가 자칫 자연과 부조화를 일으킬 것만 같지만, 자연과 건축물이 훌륭하게 공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떤 것보다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The void는 알쓸신잡 시즌2에서 건축의 매력을 알린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작품인데요. 유현준 교수는 The void에 자연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느낌을 주면서도 자연스럽게 위치하게끔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명 갤러리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The void는 현재 압해도의 주민자치센터로 쓰이고 있습니다. 압해도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목욕도 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죠. The void의 외관만큼 목적도 참 아름다운 건축물인 것 같습니다.
 
INFO.
위치 | 전남 신안군 압해읍

 
 
 

탐스럽게 영근 포도 한 송이 ‘포도호텔’

 
 

출처: ‘포도호텔’

 
 
힙스터들의 성지인 제주에는 멋진 건축물도 많습니다. 그 중 ‘포도호텔’은 건축가들이 인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인데요.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재일교포 이타미 준이 제주의 오름과 초가집을 모티브로 설계한 작품으로 SK핀크스가 운영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마치 포도송이를 보는 것 같다고 하여 포도호텔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귀여운 이름처럼 호텔은 소담스러운 매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포도호텔은 투숙객들의 휴식을 책임지는 안락한 객실과 온천욕장 그리고 대형 갤러리까지 완비되어 있습니다. 주변 ‘포도올레길’에서는 제주의 푸른 자연과 바다를 감상할 수도 있죠. 이러한 매력 덕분에 포도호텔은 제주의 아름다운 7대 건축물에 선정되었고, 아시아 주거문화 주거경관상을 수상하는 등 제주의 대표 호텔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담스러운 매력으로 눈길을 잡아끄는 포도호텔. 제주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하룻밤 묵어봐야 할 곳이 아닐까요?
 
INFO.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어둠을 밝히는 수호 건물 ‘올빼미 주택’

 
 

출처: ‘문훈발전소’, 남궁선 촬영

 
 
‘올빼미 주택’은 재미있는 설계로 유명한 건축가 문훈의 작품입니다. 문훈은 건물을 사용하는 의뢰인의 특성을 이해한 뒤 예술적인 건축을 하기로 유명한데요. 올빼미 주택 역시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의 생활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는 보안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의뢰인을 위해 올빼미 모양으로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맨 위층은 올빼미의 머리를, 순환 공간과 계단은 날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올빼미 한 마리가 날개를 접고 주변을 돌아보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올빼미 주택의 진가는 밤에 드러나는데요. 집 안에서 나오는 빛이 창문을 비추기 시작하면 올빼미 주택은 어느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변신해 주변 이웃들을 지켜주는 듯 보입니다. 보안업계에서 일하는 의뢰인의 집인 만큼, 밤이 오면 안전하게 이웃을 지켜주는 올빼미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입니다.
 
INFO.
위치 |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

 
 
 

비움으로써 채우는 건물 ‘백(白)의 집’

 
 

출처: ‘NEED21’

 
 
공간을 분리시키고 구분하는 것은 쭉 건축의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백(白)의 집’에서는 예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NEED21’ 유정한 대표가 건축한 백의 집은 공간의 비움과 채움을 활용해 내·외부의 경계를 허뭅니다. 분명 자연과 구분되는 건축물이지만 물에 반사되는 집의 모양은 시간과 빛에 따라 달라져 보이죠.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지붕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백의 집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외부가 새하얀 이유 또한 ‘아무것도 덧칠하지 않은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인데요. 인위적인 색을 담으려고 노력하기 보다 오히려 아무 색도 칠하지 않는 방향으로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이런 시도로 백의 집은 지극히 고요한 동시에 독창성이 살아서 요동칩니다. 건축물이 가질 수 있는 ‘백(百)의 얼굴’을 비워냈기에 우린 저마다 다른 생각으로 백의 집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INFO.
위치 |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어울림의 미학을 담아낸 ‘뮤지엄 산’

 
 

출처: ‘뮤지엄 산’

 
 
국내 최대 미술관으로 유명한 ‘뮤지엄 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이 건축물은 강원도 원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지 면적만 해도 7만 평이 넘어서 주위를 압도할 만한 규모지만, 주변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뮤지엄 산이 이렇게 사계절 자연 풍광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건축물의 직선과 곡선을 잘 이용했기 때문인데요. 자연이 만들어낸 곡선과 인간의 산물인 직선을 아름답게 조합함으로써 ‘어울림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뮤지엄 산에서는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이중섭, 최영림 등의 회화, 판화, 드로잉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에디슨 (Edison)’은 이곳에서 놓쳐서는 안 될 전시라고 합니다. 이번 주말, 뮤지엄 산에서 건축부터 미디어 아트까지 완벽한 문화생활을 즐겨보면 어떨까요?
 
INFO.
위치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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