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백세희 작가

많은 이들이 소울푸드로 꼽는 떡볶이. 그런데 이제 떡볶이란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책이 생겼습니다. 바로 에세이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입니다. 지난 6월 혜성같이 등장한 이 강렬한 제목의 책은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독차지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떡볶이 예찬론으로 가득할 것만 같지만, 사실은 작가의 우울증 치료 일기를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던 날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작가,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작가, 백세희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의 입장으로 쓴 치료일기를 책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10년간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백세희 작가의 ‘치료일기’입니다. 가벼운 우울증상이 계속되는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로 인해 정신과 전문의와 나눈 치료 대담을 기록해 책으로 엮었습니다. 백세희 작가는 매주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 자신의 상태와 감정에 대해 쏟아냈는데요. 그 이야기 속에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일상의 우울한 부분들이 잘 녹아있어 공감을 자아냅니다. 분명 저자의 우울증 치료 이야기인데, 독자들이 리뷰에서 ‘놀라울 만큼 내 이야기와 닮았다’고 공감하는 걸 보면 우리 일상에 우울한 무드가 얼마나 만연한지도 알 수 있죠.
 
백세희 작가가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건 2017년 가을이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내원 기록을 쓰기 시작한 건데요. 이 글에 위로를 받는 이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책으로도 엮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입장에서 쓴 치료일기가, 아직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저자와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었죠. 그렇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윤곽이 서서히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떡볶이로 귀결되는 괜찮은 하루

 
 
서점에서 찍은 백세희작가 사진
 
 
“저는 제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우울해서 ‘오늘은 꼭 죽어야겠다’ 생각하다가도 배가 고프면 언제 그랬냐는 듯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거예요.”
 
사실 백세희 작가가 생각한 책 제목은 <괜찮은 하루>였습니다. 자신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아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할 생각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너무 우울해 죽음을 떠올리던 중 배가 고파지니 떡볶이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백세희 작가는 자신이 너무 모순적이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때 우연히 접하게 된 책, 마르탱 파주의 <완벽한 하루>를 통해 이런 모순적이고 상반된 감정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데요. 이런 상반된 감정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백 작가는 그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지금의 책 제목으로 정하게 된 것입니다.
 
 
 

소소한 계획이 일상에 불러일으킨 바람

 
 
출판사에서 시안 작업을 하고 있는 백세희 작가
 
 
백세희 작가는 출판사에서 5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출판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평소 즐겨 찾던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책을 판매하기로 결정했죠. 콘텐츠를 미리 선보이고,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완성물을 전할 수 있는 이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백 작가는 1쇄 200부를 목표로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부 인쇄비 150만 원을 목표로 펀딩을 열었는데 1,200명이 넘는 분들이 후원을 해주셨어요. 2천만 원이 모였고 1,500부를 찍게 됐죠. 정말 놀랍고 신기했어요!”
 
150만 원이 목표였던 프로젝트에 2천만 원이 모이면서 결국 1,500부를 인쇄하게 되었습니다. 펀딩 성공 이후 몇몇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도 받았는데, 그 중 가장 애정을 갖고 제작해줄 1인 출판사와 손을 잡고 정식 출간을 했습니다. 작가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된 백세희 작가는 과연 행복을 찾았을까요?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연습

 
 
인쇄기에서 출력되는 백세희 작가의 책(좌), 본인 책에 싸인해주는 백세희 작가(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서점에 등장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사람들은 제목에 치이고 내용에 눈물지으며 하나 둘 빠져들었죠. 그러나 백세희 작가는 서점가에서 주목받는 자신의 책을 보면서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다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통해 정신병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 속 우울을 조금이라도 치료받은 느낌이 들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전했습니다.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특히 소소한 행복이 모여 큰 의미가 되는 것 같아요.”
 

백세희 작가는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강아지가 품에 안겨있을 때, 문을 나섰는데 바람냄새가 느껴질 때,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볼 때 등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삶의 버팀목이 되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원고를 써서 책으로 엮는 일도 물론 고되고 힘들었지만, 이 일로 각자의 마음을 살피는 독자들을 보면서도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본인의 책<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들고 사진을 찍은 백세희작가
 
 
“우울증 여부를 떠나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힘들 땐 ‘나 지금 힘들구나’, 우울할 땐 ‘우울하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백세희 작가는 내년 초 발간 예정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2편에서는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우울증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항상 독자에게 솔직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대로 다시 한번 서점에서 씩씩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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