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컵라면 덮개

사람은 환경에 따라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합니다. 좁게는 집이나 사무실, 넓게는 지역이나 나라에 따라 사람의 삶은 크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주변이 ‘환경 전부’는 아니로군요. 지역적인 환경 뿐 아니라 날씨, 기온 같은 요소도 환경에 포함되고, 인간 관계나 사회 분위기 같은 것들도 다 환경입니다. 그래서 사전에서는 환경을 ‘생물에게 직접, 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 조건이나 사회 상황’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래서 기분을 바꾸거나, 생활을 바꾸거나, 인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겁니다.

막상 환경을 바꾸자니, 덜컥 겁이 납니다. 이사를 가? 직장을 옮겨? 이민을? 모두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일수록 대가가 크니까 더 확실하다 할 수 있겠지만, 누구나 또 언제든 이렇게 큰 선택을 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하지만 환경에는 큰 것도 있지만 작은 것도 있는 법입니다.

유머 환경을 만들면 행복하다

영국 윈체스터에 있는 킹 알프레드 대학의 행태학 팀이 아주 작은 물건들도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팀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쾌한 물건들, 예를 들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 우주선, 만화책, 가면이나 의상 같은 것들을 넣어 ‘유머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로보트 태권V나 뱀주사위놀이, 어릴 적 먹던 불량식품 같은 걸 넣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그런 물건들 말입니다.


이제 실험 참가자들을 이 방에 넣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한 뒤 방에 들어가기 전과 어떻게 기분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실험 결과는 굳이 말로 할 필요도 없이, 참가한 사람 모두 ‘유머 환경’에 들어간 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어떤 방에 들어갈 지 모르는 실험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조금 긴장했고 표정은 굳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에 웃음이 돌고, 물건들을 쓰다듬었습니다. 추억을 떠올릴 만한, 그리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물건 몇 개가 사람을 행복하게 한 것입니다.

생각보다 큰 작은 물건 행복 효과

우리는 누구나 물건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 적 좋아했던 장난감, 학창 시절 애지중지했던 노트, 진한 감동을 주던 음반 한 장, 사랑하는 사람이 준 선물… 그 물건들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했는지도 잘 압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도 식고, 관계도 변하고, 물건은 어느새 먼지를 쓰고 어딘가 처박혀 있습니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면, 지난 물건들을 되살려 봅시다. 먼지 앉은 카메라를 한 번 닦아 보고, 셔터를 눌러 봅니다. 사랑하는 아이가 보낸 편지가 있다면 꺼내서 읽어 봅니다. 추억 쌓인 물건이 없다면, 가까운 팬시점에 가서 괜히 웃음이 터질만한 아이디어 상품 하나 사 보는 건 어떨까요? 엉덩이를 내민 채 허리를 꺾고 있는 컵라면 덮개(열기가 올라오면 색깔이 변해 라면 익는 시간을 알려준다는!), 귀여운 양털 모양 메모 꽂이, 가지런히 깎아 놓은 검은색 연필 다섯 자루… 이 작은 물건들이 우리 기분을 풀어주고, 즐겁게 하며,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행복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잠시 고개만 돌리면 우리 주변엔 크고 작은 행복이 널려 있습니다. 무심하고, 호기심 없고, 지쳐있는 우리가 단지 발견하지 못할 뿐이지요. 기분이 어쩐지 우울한 오늘, 주변 소품을 챙겨보면 어떨까요? 작은 물건 하나가 생각지도 않은 큰 행복을 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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