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몇점인가요?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 연구소가 발표한 <2011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 비교>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지수는 66점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OECD 국가의 평균 점수는 100점).

이로써 우리나라는 2009년 64.3점, 2010년 65.1점에 이어 3년 연속 꼴찌의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주관적 행복지수가 뭐길래?

위 연구의 바탕이 된 유니세프 행복지수는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 관계’, ‘행동과 생활 양식’, ‘주관적 행복’의 여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교육 성취도를 측정하는 ‘교육’에서는 127.8점, 생활 방식을 측정하는 ‘행동과 생활 양식’에서는 129.3점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밖의 영역에서도 모두 중·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유독 ‘주관적 행복’ 영역에서만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보이며 꼴찌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점수가 낮았던 헝가리와도 무려 20점의 차이가 납니다.

2011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한국방정환재단·연세대학교 사회발전 연구소

주관적 행복지수는 과연 무엇을 측정한 것일까요? 주관적 행복지수는 다음의 6가지 영역에 대한 응답률을 수치화하여 측정합니다.

1. 자신의 건강 상태가 ‘전혀 좋지 않다’, ‘별로 좋지 않다’,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
2. 학교생활을 ‘매우 좋아한다’고 응답한 비율
3. 자신의 삶에 ‘다소’, ‘매우’ 만족하는 비율
4. 소속감을 ‘전혀’,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율
5. 주변 상황에 ‘전혀’, ‘별로’ 적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비율
6. ‘다소’ 및 ‘매우’ 외롭다고 느끼는 학생의 비율
*조사 대상은 11, 13, 15세의 사춘기의 아이들

즉, 우리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이렇게 대답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나는 학교생활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내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나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주변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
나는 외롭다.

행복은 돈이 많은 순이잖아요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 연구소가 실시한 또 다른 설문 중 다음 물음에 아이들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도 주목할 만합니다.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초등학교 4학년은 ‘가족’이라고 답한 어린이들이 가장 많았습니다(54.4%). 그 다음으로는 건강, 자유, 친구, 성적, 돈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가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점점 낮아집니다. 반면 ‘돈’이라고 한 비율은 점점 늘어나, 고3에 이르면 돈이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26%로 1위를, 가족이 20.5%로 2위를 차지하여 그 순위가 바뀌게 됩니다.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한국방정환재단·연세대학교 사회발전 연구소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불행하게 할까요?

이 연구를 맡은 연세대학교 염유식 교수는 우리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은  까닭이 입시에서 비롯된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공부하느라 약해진 몸에,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경쟁적인 삶에서 가족과의 연결 고리마저 탄탄하지 않아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한편, 아이들은 커 갈수록 ‘돈=행복’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인 문제 또한 아이들에게 행․불행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면 될까요? 돈을 많이 벌어다 주면 될까요?

따뜻한 마음과 관심이 행복지수를 높인다

염유식 교수는 ‘학교와 가족, 친구와 분절되었던 삶의 영역이 통합되고 부모가 자녀의 친구와 학교, 학원 교사의 이름을 알고 지낼 때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올라간다.’고 합니다. 또,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의 조사에서는 행복을 위해 가족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아이가 다른 항목들을 꼽은 아이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이라고 답한 아이는 행복감을 가장 덜 느꼈습니다. 이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에드 디너가 ‘행복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결과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입시나 경제 문제 등 보이는 현상에 대한 물리적인 해결이 아닙니다. 따뜻한 사회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그리고 가까운 이의 애정 어린 관심이야말로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여 주는 일등 공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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