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행복을 만드는 사람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요.
화려하진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는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 드라마 「미생」 중에서 –

 
 

태양의 열기가 식고, 어느새 열매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제철을 맞은 과일이 탐스러운 빛깔과 아득한 달콤함으로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는 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열매의 달콤함을 사랑하면서도, 그들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냈던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는 잘 떠올리지 못합니다. 추위에 떨던 씨앗을 품어준 한 줌 흙과 봄볕, 마른 목을 축여주던 한 줄기 빗방울, 숨길을 내주던 한 마리 지렁이의 이야기를 말이에요.

 

언젠가, 기억되지 못하는 존재는 사라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되지 않음과 존재하지 않음의 차이를 우리는 세상 곳곳을 통해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오늘을 묵묵히 살아냈던 흙과 봄비 같은 존재들이, 이토록 달콤하고 향기로운 행복들을 세상에 남겨두었으니까요.

 

꽃과 열매는 향기를 내뿜고 이내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씨앗 하나가 다시 남게 되겠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 자신만은 미소로 기억할 이야기가 곧 시작됩니다. 흙과 봄볕, 그리고 당신의 계절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더보기
밴드 ur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