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발견] 나와 식물들의 행복한 세계

 

최근 SNS에서 유독 식물 사진이 자주 눈에 띕니다. ‘식물계’(식물 이야기만 하기 위해 별도로 만든 식물계정)를 별도로 운영하는 식물 애호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전에 보기 어려웠던 특이한 수입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보이는데요. 정성을 들인 만큼 잘 자라나는 식물은 일상의 행복을 더하는 존재죠. 이번 행복발견 시리즈는 식물을 돌보며 자신의 슬럼프를 이겨낸 뮤지션이자 작가, 임이랑(@nap717)님과 함께 합니다!

 

 

 

식물, 그리고 임이랑님의 만남

 

나는 식물을 죽이고 또 죽이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언제나 쉽게 화분을 사와 화분 받침이 넘치도록 물을 부어주고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화분을 내어두고는 그것이 식물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아주 길었다.

 

내 집에 들어온 식물들은 빠르면 두어주 만에 죽어버리고 조금 길어봤자 육개월을 넘기지 못하곤 했다. 나와 식물과의 관계는 그저 일방통행 같았다.

 

 

몇 년 전 나에게 어떤 시절이 얹혔다. 프리랜서 뮤지션으로 살아온 시간이 십 년 즈음 되던 해 나는 아주 거대한 슬럼프를 만났다. 아무것도 나를 돕지 못했고, 나는 점점 더 무기력해질 뿐이었다.

 

그 시절 나는 정식으로 식물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했다. 사람이 괴로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만남을 청해오는 지인들에게는 빙빙 둘러대며 만남을 피해 나 홀로 맞이하는 새벽이 잦아지던 무렵 기분 전환을 위해 들였던 두 개의 커다란 화분이 있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들였던 야레카야자와 인도 고무나무 (다행히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다)

 

나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식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잃었다. 봄에 데려온 아레카야자와 인도 고무나무는 더위가 시작될 무렵 처음 내 품에 오던 때의 건강을 잃고 비실비실하게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죽이고 또 죽였던 이제까지의 화분들과는 다르게 이 커다란 아이들만은 살려보고 싶었다.

 

나는 급하게 화분을 테라스로 옮겨 한 여름 직광에 놓아두고 ‘저 햇빛 아래 며칠을 보내고 나면 분명 다시 건강해지리라, 그래서 나의 거실을 시원하게 꾸며주리라’ 믿었다.

 

몇 시간 후 식물들을 확인하러 테라스에 나갔다가 이파리가 갈색으로 온통 다 타버린 아레카야자와, 손바닥보다도 커다란 이파리 수십 개를 바닥에 후드득 떨구고 있는 고무나무를 보았다. 내 방식대로의 사랑은 식물들에게 독이었을 뿐이었다는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한낮의 햇살을 받고 있는 식물들

 

바로 ‘아레카야자 물 주기’, ‘인도 고무나무 직광’ 을 검색해가며 식물이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더 이상 내 멋대로 식물을 방치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내 편의대로 정해둔 물주는 날짜가 아닌 식물이 물을 필요로 할 때를 고민했고, 내 거실을 빛나게 해 줄 자리가 아닌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자리에서 식물을 살게 했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식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식물이 원하는 돌봄을 제공해야지만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올바른 방법으로 돌볼수록 더 정직하게 자라나 보답하는 식물의 사랑이 내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흙을 만지고 시든 이파리를 정리하며 모진 사람들에게 얻은 독, 나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잊고 소화한다. 식물에 대한 나의 열망과 사랑은 이제껏 내가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사용한 방법 중 가장 건강하고 가장 튼튼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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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식물을 들여 죽여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오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실 텐데요. 식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식물이 원하는 돌봄을 제공해야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는 말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임이랑님이 식물이 깨어나는 봄, 초보자도 키우기 좋은 반려식물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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