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가득한 한옥을 짓는 건축가 텐들러 다니엘

 

나무 향이 솔솔 날 것 같은 대청, 부드럽게 떨어지는 처마, 지붕의 아름다운 능선 등 자연과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한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가옥입니다. 이 한옥을 11년째 짓는 건축가가 있는데요. 한옥을 지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건축가, 텐들러 다니엘 소장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봅니다.

 
 
 

‘집’이 ‘삶’을 바꾼다

 

‘한옥 건축가’로 잘 알려진 텐들러 소장은 건축사 사무소 어반디테일(Urban Detail Architecture)의 공동대표이자 건축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하는 건축생물학 컨설턴트입니다. 텐들러 소장에게 ‘한국’은 어린 시절부터 물리적인 거리로는 멀지만 심리적인 거리로는 가까운 나라였습니다.

 

‘ㄷ’ 자형 전통 한옥 구조를 살려 어번디테일에서 설계한 한옥 / 설계: 어반디테일, 사진: hooxme 이상훈

 

“저는 독일인 아버지와 파독 간호사였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한국을 종종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한옥으로 지어진 이모님 집을 자주 갔죠. 막연하게 언젠가는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난 2006년, 경제학을 전공한 이후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됐죠.”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하게 된 텐들러 소장은 한옥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내 손으로 직접 한옥을 짓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죠. 이후 독일로 돌아가 전공을 건축학으로 바꾸어 대학에 다시 입학했다고 합니다. 한옥이 텐들러 소장의 인생을 바꾸어 버린 것입니다.

 
 
 

매력이 가득한 공간, ‘한옥’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온 텐들러 소장은 궁궐과 고택을 탐방하며 한옥을 연구했습니다. 한옥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무소에 취직해 경력도 쌓았습니다.

 

거실에 소파를 두어 한옥의 인테리어를 살리면서도, 실용적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한옥 / 설계: 어반디테일, 사진: hooxme 이상훈

 

“못 하나 쓰지 않았음에도 몇백 년간 튼튼한 집은 한옥밖에 없을 거예요. 건축가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존재이죠. 또 무척 따뜻하고 아늑합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도 한옥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한옥에서는 휘어진 나무는 휘어진 대로, 옹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제역할을 하거든요.”

 

텐들러 소장에게 모든 집은 각각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특별한 공간은 바로 은평구 진관동에 자리한 한옥인데요. 이 한옥은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에 자리한 텐들러 소장이 처음 설계한 한옥 / 설계: 어반디테일, 사진: hooxme 이상훈

 

“어느 날 ‘한옥을 짓고 싶다’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강사에게 ‘한옥에 살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고 해요. 그 강사는 ‘한옥’을 구글에 검색했고, 우연히 제가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영어로 쓴 글을 보셨다고 해요. 강사가 그분께 제 이메일 주소를 전달해주셔서 연이 닿았습니다. 당시 강사에게 한옥을 말했던, 저에게 메일을 보낸 분이 클라이언트가 되어 이 한옥을 짓게 됐습니다. 한국식 표현대로, 참 신기한 인연이죠.”

 

아이들의 사랑방이 된 다락 공간 / 설계: 어반디테일, 사진: hooxme 이상훈

 

2017년 가을, 은평한옥이 탄생했습니다. 외관은 한옥의 전통적인 느낌을 살렸지만 이중유리 등의 소재를 이용해 단열 문제를 해결하는 등, 한옥의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또 대문 위에 아이들을 위한 다락을 설치했는데요. 이는 온 동네 아이들의 사랑방이 되었다고 합니다. 종종 집주인이 다락방에서 뛰어노는 자녀의 모습을 촬영해 보내줄 때마다 더없이 행복하다는 텐들러 소장은 한옥을 통해 많은 이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습니다.

 
 
 

한옥이라는 ‘오래된 미래’

 

텐들러 소장은 ‘한옥’이라는 가장 한국적인 주제를 택했지만, 전통에 갇히지는 않았습니다. 한옥뿐 아니라 현대 건축물도 짓고, 한옥의 소재나 작법을 현대적 공간에 풀어내기도 합니다.

 

설계: 어반디테일, 사진: hooxme 이상훈

 

“일반적인 한옥에서는 마당에 마사토 같은 흙을 까는데, 거기서 반사되는 빛이 참 따뜻해요. 창호문의 한지에서 스며 나오는 은은한 빛도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죠. 이건 한옥이 가진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고즈넉한 멋이 느껴지는 서울시 종로구에 자리한 한옥 / 설계: 어반디테일, 사진: hooxme 이상훈

 

텐들러 소장은 건축가로서 자신이 설계한 집이 ‘소중한 삶의 과정들이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한옥의 여러 가지 특징을 사용해 건물을 설계합니다. 빛의 양을 조절해 가장 아름다운 태양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또 방과 방 사이에 공간을 두어 이동하면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한옥을 사랑하는 텐들러 소장은 건축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생활에 맞는 한옥을 설계 많이 했어요.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건축에 전통공간을 재해석하여 적용해보고 싶어요. 조선시대에 멈춰 있는 한옥을 현대문화에 맞게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건축가로서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어번디테일에서 설계한 현대주택 / 설계: 어반디테일, 사진: hooxme 이상훈

 

텐들러 소장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합니다. 마당을 가꾸며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처마 끝에 걸린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순간을 더 많은 이와 나누고자 한옥을 짓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이어 동시대 이웃들에게 소박하고도 편안한 행복을 선물하고 싶다’는 텐들러 소장.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먼 독일에서 8,372km를 날아왔는데요. 그 노력과 애정만큼 텐들러 소장의 설께한 한옥에서 많은 이가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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