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를 통해 나만의 질서를 만드는 방법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도 어떤 메모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메모주의자’ 정혜윤 작가님이 알려주시는 방법을 따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기록하는 습관을 통해 나만의 질서를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메모는 멈춤에서 시작된다

 

 
내 메모의 출발은 절박함이었다. 딱히 습관을 들이려는 노력이 따로 필요치 않을 만큼 인생의 어떤 순간 변하고 싶다는 욕망이 절실했다. 가능하면 삶을 사랑하고 어디선가는 즐거움을 찾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너무 좋아서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을 메모한다는 원칙이 메모를 계속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살아가는 ‘일’의 한 부분이었던 메모가 점차 살아가는 ‘행복’의 한 부분이 되었다.
 
정말 좋은 것을 보거나 읽거나 경험할 때는 ‘앗!’(짧은 놀람) 혹은 ‘아!’(감탄) 하면서 잠시 시간이 멈춘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혹은 황홀한 일몰을 바라보는 순간이 그렇다. 책 속의 좋은 구절도 그렇다. 정말 멋진 음악의 한 소절도 그렇다. 나는 이것을 ‘혼란 속의 정지’라고 부른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나를 잊고 고요하고 평화롭고 부드럽고 애틋할 정도로 삶을 사랑한다. 나는 이 고요함, 이 ‘정지’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아버린 것이다.
 
모든 좋은 변화는 이 ‘멈춤’에서 시작된다. 내 마음 속 혼란을 물리치게 도와주었던 많은 좋은 구절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내 마음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우리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가는 자기자신에게도 어슴푸레하지만 메모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 혼자 있을 때 하는 생각이 추한 것이 아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주 큰 도움을. 메모가 무엇에 어떻게 좋다는 것을 알았으니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수집가의 열정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면, 이렇게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백과사전처럼 항목을 만드는 방법이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들 중심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꿀벌처럼 수집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항목, ‘우울할 때 무조건 웃기는 말들’ 항목, ‘병원에 입원할 때 가져갈 책들’ 항목, ‘자기 전에 떠올리고 싶은 이야기’ 항목. ‘마음을 움직이는 말들’ 항목, ‘제철야채를 이용한 식사’ 항목. 항목 자체가 필요와 관심사에 따라 아주 다양할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자신이 직접 축적해보면서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덜 외로울 것이다.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되니까.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될 테니까.

 
 
 

미래지향적인 사람의 열정

 

 

어떤 좋은 일이 다가오길 원한다면 그 일이 다가오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책을 쓰고 싶다면, 음악을 만들고 싶다면. 분명히 재료가 있어야한다. 혹은 내가 장차 되고 싶은 어떤 일, 생태 해설사나 여행기획자나 산책자나 번역자나 멋진 노인이 되고 싶다면 그 주제에 맞게 재료들을 모으고 있어야 한다. 미래의 나쁜 결과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현재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것과 떼어 놓을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다. 미래를 알지도 못한 채 노력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이것만큼 힘들고 애틋한 일이 있겠는가.

 
 
 

해답을 찾는 자의 열정

 

 
질문을 만들면서 스스로에게 말을 걸면서 놀아도 좋다. 나의 경우는 “너는 왜 글을 써?” “그 일이 그렇게 중요해?” “내년엔 어떻게 살지?” “어떻게 사랑하지?” 같은 질문을 던져놓고 정직한 답을 찾았다고 생각될 때 제일 큰 기쁨과 해방감을 느꼈다.

 
 
 

메모는 ‘일어났으면 좋겠는 일’에 대한 기록

 

 

메모는 이처럼 삶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렇다면 일기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점을 좀 더 강조해서 말해본다면 일기는 대체로 일어난 일의 기록이다. 메모는 일어난 일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일어났으면 좋겠는 일’을 위한 기록이라고 봐도 좋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쯤은 어떤 일이 일어난다. 3분의 1쯤은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머지 3분의 1은?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떤 일이 일어나면 좋겠는데. 꿈과 상상과 말하지 못한 것과 말할 수 없는 것과 후회와 잠의 영역이다. 이 마지막 3분의 1에 좀 더 해당하는 것이 메모다. 위기의 시기에는 꿈과 상상의 가치가 평가절하된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현실만이 아니라 꿈과 상상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꿈꾸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지금까지 메모 습관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아무튼, 메모>에서 정혜윤 작가님은 ‘메모는 주체적 삶의 증거다’라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셨는데요. 열정 있는 삶을 살고, 미래를 가꾸어 나가고 싶은 모든 분들이 메모를 통해 그 재료를 층층이 쌓아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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