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하며 고른 일. 청년 도배사 배윤슬

 

새 집으로 이사하는 날은 언제나 설렘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새 벽지가 발린 깨끗한 벽을 보며 이삿집을 차곡차곡 정리하다 보면 이 벽지에 세월이 흔적이 묻을 때까지 잘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새 집으로 들어오는 이들에게 설렘을 선사하는 스물아홉의 젊은 ‘청년 도배사’, 배윤슬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회복지사에서 도배사의 길로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를 시작했던 배윤슬님. 사회복지라는 일도 잘 맞았고, 보람도 느꼈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회의감을 막을 순 없었다고 합니다.

 

“직접 복지 현장에 투입되어 일을 해보니 제가 누군가에게 미치는 영향이 때로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를 선별하는 것이 제 업무였는데 수혜자는 물론 탈락자도 직접 심사하고 탈락시켰기 때문에 늘 마음이 불편했고, 부담감을 느꼈습니다.”

 

 

여기에 경직된 분위기의 조직생활에서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마음고생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제안한 일이 반려되는 일이 잦고 업무 외의 ‘사회생활’에 부담을 느끼면서 배윤슬 도배사는 새로운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분야로의 이직을 준비하기보다는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일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기술을 가지고 능력만큼 돈을 버는 정직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초보 도배사의 성장기

 

그렇게 도배사의 길로 접어든 배윤슬 도배사.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합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몸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근육통과 체력 고갈 등 육체적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온 것인데요. 체력적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노하우가 생기고 몸이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고 합니다.

 

배윤슬 도배사의 장비 꾸러미(좌)와 작업 중 상처입은 손(우)

 

하지만 초보 도배사로서 겪는 마음의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도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차별을 당하고, 주변의 부정적 시선에 자꾸만 위축되면서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불안함과 함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찾아오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을 반복하며 극복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만, 한 달만, 일당이 오를 때 까지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2년이 넘게 도배를 하고 있네요.”

 

 

배 도배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과 일터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처음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현장의 모습이나 일하는 환경 등에서 느낀 새로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했습니다. 공사장 펜스 너머의 세상을 신기해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년 도배사 이야기』의 출간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도배 일을 해 나가며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다 보니 점점 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졌습니다. 청년의 이야기, 여성의 이야기 등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건설 현장이라는 일터와 그 안에서 성장해가는 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 집’의 설렘을 선물하는 사람

 

배 도배사는 이제 ‘새내기 도배사’를 벗어나 ‘프로 도배사’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데요. 배 도배사가 생각하는 도배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도배하기 전의 벽면(좌)과 도배 후 입주 준비를 마친 모습(우)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 도배를 하러 들어가면 이미 집은 거의 다 지어진 상태예요. 하지만 여전히 거친 회색 시멘트벽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공사장 혹은 폐허와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상태에서 도배를 마치면 비로소 사람이 살게 될 집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 그때 가장 보람을 많이 느껴요. 특히 유독 만족스럽게 작업을 마무리하게 될 때면 입주자가 만족해 할 모습을 상상하며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의 도배를 직접 했다는 배윤슬 도배사. 신축 아파트가 아닌 구옥을 도배하는 것은 처음이라 막막했지만, 가족들과 팀원들의 응원이 배 도배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직접 도배하는 모습

 

“도배하는 모습을 식구들에게 직접 보여준 것도 처음이고 제가 살게 될 집을 도배한 것도 처음이라 많이 긴장됐어요. 막상 도배를 진행하니 가족들이 제가 도배하는 모습을 신기해하고 또 우리 딸이, 내 동생이 직접 도배했다고 여기저기 주변에 자랑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뿌듯했습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아닌 ‘나’를 생각한 일

 

배윤슬 도배사는 전공과 다른 길을 찾거나 직업을 바꾸는 등 자신의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평가에 내 삶을 맡기고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직업활동이라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을 쏟아야 하는 것인데, 자신의 적성이나 희망과는 무관하게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맞춰서 직업을 선택하면 오랜 시간을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건설 현장에는 꽤나 많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저도 여러 현장을 거치면서 다양한 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고요.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택한 이유를 들어보면 제가 도배를 선택했던 이유와 비슷했습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 내 마음이 편한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등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보다는 ‘나’를 생각하며 고른 일이었다는 점이 중요했어요.”

 

마지막으로 배윤슬 도배사가 꿈꾸는 세상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만큼 배 도배사는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세상’을 꿈꿉니다.

 

 

“제가 대학을 나와 복지관에 취업을 했을 때에도, 복지관을 퇴사하고 도배를 시작했을 때에도, 그리고 책을 출간하게 되었을 때에도 저는 그저 그 순간에 제가 원하는 일들을 했을 뿐인데 오해 섞인 시선을 많이 받았어요. ‘다른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다’, ‘분명 다른 목표가 있어서 하는 것이다’라면서요. 저 역시도 다른 사람을 제가 가진 선입견으로 바라볼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편견 없이 바라본다면 조금은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은 도전과 성취로 만드는 행복

 

요즘 배윤슬 도배사는 ‘적당한 도전과 적당한 성취’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거창한 목표나 야망을 갖기보다는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는 배 도배사는 ‘도배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 책 출간, 인터뷰 등 새로운 일을 많이 접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얻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앞으로도 크고 대단한 일은 아닐지라도 작은 도전들과 소소한 성취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저는 도배도 초보이고 인생 경험도 초보인 청년입니다. 누군가는 제가 미숙한 선택을 했다고 말하겠지만 제 나름대로 열심히 미래를 고민하고 용기내 도전했으며, 성실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저와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을 청년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언젠가 아파트 한 동을 책임지고 맡을 수 있고, 팀원을 뽑아 가르칠 수 있는 ‘기술자’가 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힌 배윤슬 도배사. 땀 흘린 만큼 돈을 버는 ‘정직한 일’을 하고 싶다는 배윤슬 도배사의 미래를 미디어SK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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