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SOVAC] ‘죽음의 사막’에서 러버덕이 발견된 이유는?

 

SK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Social Value 축제, SOVAC에서는 10월을 맞아 ‘디아스포라(Diaspora)’를 주제로 공존과 포용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한인 2세, 이주 외국인 등 본토를 떠나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소외와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우리 안에 갇힌 시각을 넓히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에 대해 직접 조명했습니다. 이번 Monthly SOVAC을 통해 함께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을 열어볼까요?

 

 

 

타국에서도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다, 디아스포라

 

고대 그리스어로 이산(離散) 또는 파종(播種)을 의미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굳건하게 유지하는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면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이나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는데요, 10월 Monthly SOVAC은 전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함께 보면서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담아 우리의 새로운 이웃과 어우러지기 위한 우리의 역할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다양한 이유로 지리적·정서적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인 2세나 이주민, 난민이 여기에 속하죠. 하지만 이렇게 본토를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들의 소외감에 공감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자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를 주제로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배경, 리나 칼라트(인도), 알프레도 & 이자벨 아퀼리잔(필리핀), 강동주, 정연두, 요코 오노(일본), 우고 론디노네(스페인) 등 국내외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회화, 조각, 영상, 미디어아트가 포도 뮤지엄에 펼쳐졌는데요, Monthly SOVAC에서는 이번 주제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섯 명의 특별한 패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Part 1. 당신은 디아스포라 인가요?

 

 

커다란 장막 너머의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이동합니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별, 나이, 인종 등을 지우고 하얀 배경에 남은 실루엣만으로 봤을 때는, 그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떠나는 것일까요, 남으려는 것일까요?

 

이 작품에 직접 출연한 튀르키예의 ‘하바’는 커다란 장막 너머 우리 사회로 떠나온 이주민입니다. 한국에서 8년 가까이 공부하다가 튀르키예로 돌아가서 일을 시작했고, 방송국에서 기자이자 앵커로 일하던 남편과 결혼했죠. 하지만 2016년 튀르키예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남편, 딸과 함께 한국에 이주했습니다. 하바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주 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와 그 문화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응이 빨랐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바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잘 모르더라도 한국 사람들이 이주민들, 난민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래전 이주해 살고 있는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한국이 다양성을 인정하지만 보호해주지 않기 때문에 폐쇄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을 통해 차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출신 지역,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한 집단을 다르게 대하는 모든 행위를 차별이라고 정의하죠. 하지만 이를 위반했을 때에 대한 처벌이나 위법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한국이 다양성을 직접적으로 보호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는데요, 한국에 사는 이주민으로서 차별에 대한 정의만 존재하는 것에 대해 부딪히는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현 사회가 이주민과 디아스포라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정연두 작가의 작품 <사진 신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00년대 초 하와이를 옮겨놓은 듯한 커다란 비닐 온실 안에서 시작됩니다. 비닐 온실을 가득 채운 후텁지근한 공기와 달콤한 사탕수수 향이 하와이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죠. 사진 신부란 1910~1920년대 하와이에서 일하던 미주지역 한인 노동자와 사진 교환으로 중매해 결혼한 신부를 뜻합니다. 가난과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사진 한 장에 의지해 낯선 하와이 땅을 밟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광활한 사탕수수밭과 혹독한 노동이었습니다. 작가는 100년 전 이들의 노동과 인생의 궤적을 따라가고자, 제주에서 직접 사탕수수를 키우고 당시 사진 신부와 비슷한 또래인 제주 애월고등학교 학생들과 워크숍을 통해 28분짜리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온실 옆으로는 사진 신부들의 초상을 본떠 만든 설탕 공예 조형물도 세웠죠.

 

이 작품을 인상 깊게 본 전후석 감독은 “작품 <사진 신부>에서 재생되는 영상 속 애월고 소녀들이 ‘내가 결혼했다면?’, ‘내가 꿈꾸는 가정의 모습은?’이라는 질문에 수줍게 대답하고 있어요. 교복을 입은 애월고 소녀들과 100년 전 흑백 사진을 한 장에 태평양을 건너간 소녀들이 많이 달랐을까요?” 라며 우리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감상을 남겼습니다. 2022년은 한인들의 하와이 이주 역사가 120년이 되는 해입니다. 1863년, 링컨의 노예 해방 운동으로 흑인 노예가 해방되면서 그 노동력을 대신할 아시아인들이 대거 이주한 것처럼, 한국인에게도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흐르고 있습니다. 생업을 위해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 했던 한인들은 그곳에서도 나라의 독립을 소망한 독립운동의 숨은 주역이기도 합니다.

 

 

 

Part 2. 620km에 달하는 ‘죽음의 사막’에서 러버덕이 발견된 이유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사막에서는 매년 노란색 작은 오리 인형, 러버덕이 수백 개씩 수거됩니다. 이 러버덕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건너는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들이 길을 잃지 말라는 표시로 다음 사람에게 남기는 일종의 이정표입니다. 뜨거운 사막 위 국경을 넘는 불법 밀입국이 옳은 행위는 아니지만, 아직도 그 사막 위에는 절박하게 장벽을 넘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행복한 곳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치열한 투쟁 끝에 국경을 넘어 한국에 닿은 이주민들을 표현한 작품 <주소 터널>에는 대한민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본국 주소와 태어난 연도가 적혀있습니다. 서로를 비추며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처럼 펼쳐진 터널의 안쪽에는 한국 거주 이주민들의 주소와 태어난 연도가 적힌 글자들이 크고 작게 새겨져 있죠. 현재 한국에 사는 이주민은 약 200만 명인데요, 이 땅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십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출발한 빛이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반짝이는 별이 되는 것처럼, 오래전 본국의 주소를 가졌던 이들이 지금은 우리 곁에서 함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마음을 한층 더 공감할 수 있는 작품 <고독한 단어들>은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한 채 깊은 휴식에 빠진 27개의 광대 인형이 여기저기 앉아있는 작품입니다. 화려하고 경쾌한 옷차림과 우스꽝스러운 화장을 한 광대 인형들을 잘 살펴보면 어딘가 지쳐 보여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한 공간에 모여 있지만 서로 기대지 못하고 각자 흩어져 있는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편안함을 찾지 못하는 우리 사회 속 이방인의 모습이 아닐까요? 경희대 글로컬 역사 문화연구소의 염운옥 교수는 한국에 와 있는 이민자, 혹은 사회에 속해있지만 잘 적응하지 못한 소수자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외롭게 떠도는 이방인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찾아낼 때 그들의 삶과 심정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는 것입니다.

 

 

 

Part 3.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푸른 색감으로 눈길을 잡아끄는 요코 오노의 작품 <채색의 바다(난민 보트)>는 맨 처음 백색의 적막한 공간에 빈 보트만 있었습니다. 전시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직접 푸른색의 물감으로 메시지를 남기면서 이내 거대하고 푸른 캔버스가 되었죠. 이렇게 칠해진 채색의 바다는 희망과 평과, 연대의 메시지로 새로운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불안정한 바다 위에 놓인 보트처럼 위태롭지만, 많은 사람의 생각과 공감으로 결국 점차 푸르게 변해가고, 그것이 우리를 같은 방향을 밀어줄 힘찬 물결이 될 것입니다. 부산교육대학교 사회교육학과 전진성 교수는 이 작품이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공감’의 키워드를 떠올리며, 우리는 약하지만 서로의 처지를 이해한다면 분명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동시에 같습니다. 다수의 품속에서 차별과 혐오로 우리 집단을 결속시키면 짧게는 안정감을 느낄지 몰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갈라질 것입니다. 서로를 향한 장벽을 높게 세우기보다, 같은 모습 속에서 공감과 이해로 거리를 좁히면 어떻게 될까요? 나와 너를 구분 짓기 전에 우리의 이름으로 연대하고 서로를 포용하는 공감 사회, 우리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지키고 존중하는 디아스포라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면 희망과 평화로 사회가 물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는 제주 포도 뮤지엄에서 2023년 7월 3일까지 이어집니다. ‘디아스포라와 마이너리티’라는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는 만큼, 누구나 소외 없이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음성 안내와 어린이용 오디오 가이드, 영어·중국어·일본어 음성 안내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 ‘전시 홈페이지’ 바로가기 ▶ Click!

 

 

▼ [Monthly SOVAC]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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