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역설의 신비, 죽고자 하면 사는 법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수면장애 환자가 30만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30만 명이란 숫자를 들었을 때 ‘그렇게나 많아?’ 하는 생각보다는 ‘그거밖에 안 돼?’ 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잠을 푹 자 본 기억이 별로 없을 겁니다. 주변에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을 테고요. 그만큼 요즘 사람들, 잠을 잘 못 잡니다.

자기 싫어 안 자는 사람을 빼고 보통 사람들은 제대로 못 자면 고통스럽습니다. 특히 잠자리에 누웠는데 정신이 말똥말똥하면 큰일이지요. 제대로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오니 온갖 걱정이 밀려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것도 걱정이고, 내일 해야 할 일도 걱정이고, 그저 잠을 못 자는 것도 걱정입니다. 잠들려고 별 노력을 다해도 잠은 오지 않고 어느새 창 밖이 밝아 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자긴 틀렸네, 마음을 먹고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어느새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자려고 애쓰고, 걱정할 땐 잠이 안 오다가, 막상 안 자려고 하면 잠들어 버립니다. 결국, 잠은 부족하고, 아침엔 또 허둥지둥입니다.

뒤집어 보면, 해답이 보인다

이런 역설을 이용해 불면증에는 억지로 잠들려 하지 말고 반대로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라는 치료법도 있습니다. 잠들려고 노력하다 보면 걱정과 스트레스가 쌓여 잠이 더 안 오니, 아예 잠잘 생각을 포기하라는 것이지요. 잠과 전혀 상관없는 곰이나 양을 수백, 수천 마리씩 세게 하는 것도 어쩌면 잠들려는 노력을 애써 하지 말라는 지혜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역설을 심리학 치료에 도입한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입니다. 유대인이었던 빅토르 프랑클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갇힙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하고 두려운 수용소에서 빅토르 프랑클은 우연히 발견한 성경 구절을 힘입어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하루 한 컵씩 배급되는, 마시기에도 부족한 물을 아껴 세수와 면도까지 했을 정도로 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결코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빅토르 프랑클은 살아남았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라는 심리 치료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로고테라피는 우리 말로 ‘의미치료’라고 번역합니다. 로고테라피의 핵심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존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깨닫고 확신하면서 삶을 사랑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의미치료입니다. 이 과정에서 프랑클은 역설의도(Paradox Intention)라는 치료법을 제안합니다.



프랑클에 따르면 ’세상을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하는 건 세상이 두렵다는 뜻입니다. ‘편안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지금 불편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두려워하거나 편안한 대신 이런 현상들을 무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두려워 하지 말라는 대신 세상을 우습게 보고 편안한 대신 불편함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랑클은 쾌락과 실수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용서하며 세상을 끌어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신경증 따위는 얼마든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자기 스스로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고 두려움이나 불안을 무시하는 법을 배운다면 인생은 저절로 행복할 것입니다.

아픈 만큼 사랑하면, 더 큰 사랑이 남는 법

역설에 대해서는 참 많은 명언들이 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은 ‘전투에서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이며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라고 했지요. 마더 테레사는 ‘아픔을 느낄 만큼 사랑하면 아픔은 사라지고 더 큰 사랑이 생긴다’고 했고요.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호황도 좋지만, 불황은 더 좋다’고 했답니다.

사노라면 갑갑하고 막막하고 미칠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어느 한 쪽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요. 때론 ‘안되면 되게’ 해야 할 때도 있으나 안되는 걸 되게 했다고 해서 그 후에도 모든 것이 순탄대로는 아닌 것처럼 삶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모르는 삶, 여유롭게 뒤집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찾아 헤매던 행복은 바로 등 뒤에 있기도 한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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